북방에서의 꿈
북방에서의 꿈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9.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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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수/민들레공동체 대표
금번 6월 1일부터 8월 25일까지 3개월 간 학생들과 함께 중국, 몽골, 러시아 해외이동학습을 다녀왔다. 원래 계획은 일본까지 포함한 극동아시아지역권 여행이 되었으면 했으나 일본의 원전사태로 일본방문은 취소되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 유럽 등과 같은 먼 나라와 정치, 경제, 학문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정작 우리나라 주변의 가까운 나라들과는 역사적 불화가 이어져 왔다. 일본, 중국, 몽골, 러시아의 모든 주변국가가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를 침략했거나 위협이 되었고 이로 인한 피해의식 또한 남아있는 셈이다. 북한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라도 주변국가와의 성숙한 외교정책과 올바른 역사인식 공유 그리고 극동아시아 지역 발전을 위한 자원과 인력 그리고 기술의 협력방안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압록강,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북한 양국을 내다보며 정치가 얼마나 경제와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동일한 사회주의 체제이지만 중국의 엄청난 발전과 상대적으로 북한의 비교할 수 없는 쇠락이 눈에 들어온다. 북한이 자원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인재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잘못된 정치로 인한 재앙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먹고 살기 위해 강 건너 중국 사람에게 팔려온 탈북여성들의 고달픈 삶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우수리스크, 블라디보스톡 역 주변에는 북한 노무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북한접경 중국, 러시아 지역에서 북한을 돕기 위한 민간차원의 노력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묘목을 키워 조림사업을 지원하는 단체, 농사를 지어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단체들, 미국 캐나다 시민권을 가진 한국인들이 들어가서 기술적, 인력적 지원을 하는 방안들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은 정치적으로 혐의를 받기 쉽고 효과도 미미할 뿐이다. 보다 더 공식적이고 지속적인 신뢰에 바탕을 둔 정책과 사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북한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는 어려워 보인다.

우수리스크, 불라디보스톡 일대는 이전 발해국의 주 활동무대였단다. 곳곳에서 발해유적지로 추정되는 곳이 있고 심지어 중국 산뚱성 앞 바다를 발해만이라고 부르는 것도 심상찮다. 발해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큰 나라를 형성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라지돌라야 강이 굽이돌아가는 옛 발해성터는 이제 풀만 무성할 뿐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조차 관심이 없는데 러시아 사람인들 무슨 관심을 갖겠는가.

우수리스크에는 항일 유적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한국인 연해주 국민의회 건물로 썼던 현재의 학교 건물, 그리고 독립군을 후원하고 지원한 최재형선생의 집 그리고 고종밀사였던 이상설 열사의 유허비, 우수리스크에서 3시간 이상 떨어진 그라스키도에 최근 세워진 안중근의사 단지비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 모든 유적지는 우리 정부와 학계의 적극적인 보존의지와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 남의 땅에서 우리의 흔적을 지켜내기가 쉽지는 않지만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학계의 관심이 요청된다.

북경에서 몽골의 울란바타르, 울란바타르에서 러시아의 울란우데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울란우데에서 이틀을 보내며 세계최대의 담수호라는 바이칼호수의 엔할룩에서 평화로운 오후도 보내었다. 울란우데에서 동으로 동으로 삼 일을 달려 우수리스크에 닿았는데 천연가스와 목재와 석탄을 싣고 끝없이 서쪽으로 달려가는 기차를 보면서 시베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규모를 짐작해 본다. 러시아의 아름답고 풍요로운 평원과 산림지역, 곳곳마다 이어지는 강과 습지들…우리가 귀국한 지 며칠 되지 않아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행이 우리가 여행했던 바로 그 시베리아 횡단열차(TSR)노선으로 울란우데까지 가서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단다. 시베리아의 천연가스와 자원이 북한을 통해 남쪽으로 이어질 희망이 있을까 상상해본다.
중국, 몽골, 러시아, 북한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자원과 인력과 기술의 공유, 그리고 역사적 진실과 미래의 희망을 논의하는 가까운 이웃들이 되었으면 하는 꿈을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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