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시를 읽는다
가을에는 시를 읽는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9.0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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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교대부설초등학교 교사
코끝에 스치는 바람에도 ‘벌써 가을이 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사람의 마음을 이상하게 흔들어 놓는다. 마치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들의 쓸쓸한 몸짓처럼 나의 마음도 한쪽으로만 가려한다. 허공을 보며 마음을 다잡아 보려고 노력하지만 가을의 기운은 우리들의 마음을 흔들며 공허하게 하고, 무엇으로든 채우고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가을이면 그런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해 주며 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집을 찾게 된다.

가을에는 꼭 한 권의 시집을 사서 읽게 된다. 올해도 여느 가을과 같이 평소에 잘 읽지 않는 시집을 사서 가을과 관련되는 제목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나름 내가 느끼는 가을을 시 속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가을에 느끼는 감정들을 잘 표현해 주고, 나의 마음을 대신 표현해 줄 수 있는 시집은 참으로 고마운 생각이 든다. 나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 때문에 시집을 읽으면 답답한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을 느낀다. 가을이 되면 가슴은 벅차고 머리는 복잡한데 이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가을에 대한 나의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없음을 고민해 왔던 나로서는, 시가 흔들리는 가을을 이겨낼 수 있는 정말 좋은 약이 된다.

홀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한적하게 피어있는 순백색 들국화를 보며, 샛노란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걸으며, 황금물결 들판을 보며, 하늘거리며 미소 짓는 코스모스를 보며, 또닥또닥 가을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무수한 들꽃들을 보며 나는 왜 이런 아름다움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할까. 시인의 위대함에 감탄하며 시를 읽고 또 읽는다.

여고 시절, 은행나무 가로수 잎이 샛노랗게 물들어 한 잎 두 잎 떨어질 때 친구와 단둘이 학교를 오가며 매일 아침 외우던 시를 떠올려 본다.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릴케의 ‘가을날’ 이라는 시는 지금도 생각이 난다. 쓸쓸한 가을을 행복하게 보내는 보약과도 같았다. 학교에 오고가는 시간에 틈틈이 읽은 시들이지만 지금도 그리운 시들이다. 

유난히 가을을 많이 타는 사람으로서 가을에 읽는 시 한 편은 어떤 명작보다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나의 답답함을 뚫어주기 때문에 올 가을에도 시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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