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바로보자
종교를 바로보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5.12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 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

오늘날 이 땅에 종교가 안고 있는 문제는 교회나 절의 숫자나 규모가 모자라거나 작아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종교를 이끌어 가야할 단상에 있는 자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대개의 종교라고 하는 것이 자기들의 주의나 주장을 설정해 놓고 그 안에 가두고 길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하여 무엇을 믿으면 영원히 산다느니 구원을 얻는다느니 하면서 잡히지도 않는 그 무엇을 대상으로 하여 정신을 혼란케 하여 그들의 울타리 안에 가두기만 하면 그때부터는 그들의 노예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가 보지도 않은 사후의 세계를 강조하면서 옭아 매어버리고들 있다. 그런 후에는 복종만을 요구하게 된다. 깊은 산중 선방에만 들어박혀 있다고 불교가 잘되는 것도 아니고, 저잣거리에 나가서 길가는 사람을 잡아끌고 교회로 데리고 들어간다고 해서 기독교가 번성하는 것도 아니다. 종교인들이 세속인들보다 우선하려면 종교 자체에 진솔하게 접근해야 한다. 나를 반성하고 참회하는 진정한 구도의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위선이요 교만이요 사기일 뿐이다. 종교를 믿는다는 것은 죽은 뒤에 극락이나 천당과 같은 세상에 태어나려는 준비 작업이 아니다. 지금 이 현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이 삶을 사랑하며 후회가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려는 노력일 뿐인 것이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백 년 수행이 사바세계에서 하루 수행만 못하다고 했다. 즉 죽은 다음에 극락에 간다는 것이나 죽어서 천당에 간다는 것은 이승에서의 문제를 저승으로 미루어버리는 현실도피에 지나지 않는다.


불교 경전중의 하나인 속장경(續藏經)에 보면 귀신을 섬기면 귀신에 홀리고 부처를 섬기면 부처에 홀린다. 라고 했으며, 지공화상(指空和尙:?∼1363)께서는 도를 공부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가난한 것을 꺼려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라고 경고하셨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물질적으로 풍부한 곳치고서 정신적 타락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성직자들이 물질적으로 풍부해지고자 하면 그의 마음은 그만큼 어두워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구도자가 물질적으로 부자가 되려고 하면 이미 구도자가 아니다. 먹고 입는 문제는 최소한으로 족하게 여기고, 오직 구도자로서 초심을 잃지 않고 있는지 항상 반성해야 한다. 과연 종교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청빈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는가? 세속인들보다 더 화려한 삶을 누리려고 발버둥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 일이다.

일부 종교계에서는 최근 종교인 본연의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다하지도 못하면서 세상일을 간섭하는 것은 종교인답지 못한 처사이다. 오늘날 이 땅의 종교지도자들이 과연 제대로 종교인의 길을 가고 있는지 세인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지나 않는지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종교계의 웃음거리라는게 늘 그곳을 찾아서 낮은 데에 앉아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고 단상에서 남의 말을 빌려서 바닥에 앉아 있는 자들의 호주머니를 훔치는 자들의 짓이었음을 생각하면 그곳으로 발걸음이 향하다가도 멈추곤 한다.

종교가 진실을 외면하고 신도의 호주머니나 털어대는 세속적 세일즈 기법에만 몰두하고들 있으니 안타깝고 또 안타깝도다! 어벙벙한 중이 신령을 보았다느니 귀신을 보았다느니 어느 교회의 어느 목사가 하느님을 보았다느니 성령을 입었다느니 하며 헛소리를 하고, 동쪽으로 가라느니 서쪽으로 가라느니 길일이니 흉일이니 하며 양갓집 아들딸들 마져 이런 무식한 사기꾼 같은 중이나 목사들에 흘려 어느 결에 괴이한 짓들을 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 아닌가! 깨끗한 천에 물들이는 것은 쉽지만 잘못 물들여진 천에 다시 물들이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부처님께서는 사자신중충(獅子身中蟲)이라고 경고하셨다. 즉 백수(百獸)의 왕인 사자를 쓰러뜨리는 것은 다른 짐승이 아니라 사자의 몸 안의 기생충이라는 말이다. 즉 종교를 위기로 몰아넣는 것은 종교 안에 기생하는 기생충 같은 존재들 때문이라는 경고의 말씀이다. 2007년 초 간암으로 사망한 남편을 7년 동안이나 장례도 치르지 않고 자기 집 거실에 뉘어 놓고 옷 까지 갈아 입혀 가면서 계속 기도하면 남편이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부패한 시신을 붙들고 지냈다는 약사를 한다는 아내의 모습을 신문에서 읽고 과연 종교라는 것이 인류역사에 기여한 업적은 얼마나 되는 것인가? 부처님 오신 날 종교를 회고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