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간 안산
처음 간 안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5.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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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벌써 열흘 전부터 나는 5월 10일엔 안산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트윗에서 안산에서 추모대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였다. 내 한 사람 간다고 달라질 건 없지만 모여서 마음껏 슬퍼하기라도 하고 싶었다. 더러 사람이 모이는 광장에 참여해봤지만 이렇게 마음이 무겁긴 또 처음이었다. 지하철을 세 번 갈아타고 내려서 행사 시작 시간에 비해 반시간 늦게 안산에 도착했다.


연두색에서 이제 순한 초록으로 변하는 이파리들이 반짝이고 날씨는 더없이 맑았지만 고요했다. 안산은 나무가 많은 자그마한 도시였다. 비교적 도시 정비가 잘 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알고 봤더니 서울 구로공단이 이주해간 곳이 바로 안산이었다. 그러니 서울의 주변도시가 대부분 그렇듯 급조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초지역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두어 개 건너서 화랑공원에 도착했더니 벌써 공원에서 하는 행사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공원 전체를 추모 온 사람들이 노란 리본을 잡고 인간띠를 형성해 돌며 걷는 행사였는데 노란 띠를 잡는 순간 가슴이 메이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을 아무리 흘린들 돌아가신 분 한 사람도 살리지 못할 것이란 자책감이 더 슬펐다.

공원에서 하는 행사가 끝나고 촛불대회 장소인 안산 문화광장으로 향했다. 거의 한 시간 반이 걸리는 행군이었다. 공원은 제법 큰 호수를 끼고 있어서 호수가를 지나왔다. 호숫가에는 토끼풀이 피어 은은한 향기를 내며 슬픔을 더했다. 노란색 원추리는 또 어찌그리 고운지 … 어찌그리 슬픈지….

단원중학교를 조금 지나자 단원고들학교가 나왔다. 갈나뭇잎 색의 단아한 건물, 다시는 그 곳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아이들을 생각하자 가슴이 미어졌다. 며칠 전만 해도 교문을 지나다녔을 아이를 생각하자 유가족들 마음이 너무도 걱정됐다. 내 마음이 이럴진데 그 마음은 어떨 것인가. 이런 일이 없어야 될 텐데! 사람의 잘못으로, 단지 사람의 잘못으로 그렇게 많은 목숨을….

수천명이 함께 걸어서 그랬던지 생각보다 빨리 문화공원에 도착했다. 워낙에 넓은 광장에 여섯 시가 조금 지나자 사람들이 줄줄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끝없이 모여들었다. 무대에서 누군가 흐느끼면 몇 만 명의 사람들이 그간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나도 지나간 시간 속에서 잘못한 일들에 깊은 회한이 일며 서럽게 울었다. 특히 생명을 아프게 했던 일이 떠오르자 참을 수 없었다. 다시는 생명을 아프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얼마나 귀한 생명인데, 얼마나 귀한 생명인가 말이다.

아무리 마음을 순하게 먹어도 그 귀한 생명을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한 권력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용서는커녕 아주 뚜렷한 살의가 일었다. 왜, 어째서 단 한 명도 구조를 안 했느냔 말이다. 어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생명은 구하고 봐야 하지 않은가!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아무리 슬퍼해도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모여도 주요 주류 방송의 뉴스엔 보도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또한 살의가 일 정도로 분노했다. 방송의 본분이 뭔가!! 사실을 사실대로 알려야 하는 그 기본적인 본분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오직 권력에 빌붙어 나쁜 권력이 더욱 나빠지도록 보호해주고 있는 언론을 언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사회가 왜 이리 됐는가. 권력의 정점에 가까이 갈수록 거짓말을 잘하고, 뻔뻔하고, 속임수에 능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고. 올바른 사람의 말은 원천봉쇄하고, 성실한 사람들의 불행은 철저히 은폐하고, 사악한 측근들의 부정과 부패에는 너무도 관대하다.

사정이 이러니 이웃들도 돈 많고 집이 큰 사람이 큰 소리 친다. 올바르고 예의바른 사람도 돈이 많지 않으면 시기 질투를 해서 오히려 괴롭힌다. 도리어 권력이 못하는 게 뭐냐며 다 개인이 할 탓이라며 퉁박을 준다. 올바른 사람의 편을 들다가도 돈깨나 있는 그 따위들이 그렇게 말하면 슬그머니 그 편에 선다.

그 사회가 올바르게 돌아가려면 올바른 사람들을 높이 평가해서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 각자가 깊이 각성하고 똑똑해지고 지혜로와져야 한다. 맑아져야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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