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오월, 기초가 튼실한 나라로 다시 서는 첫걸음의 달로 기억되기를
갑오년 오월, 기초가 튼실한 나라로 다시 서는 첫걸음의 달로 기억되기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5.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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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오월은 내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달이다. 5일 어린이날, 6일 석가탄신일, 8일 어버이날, 14일 스승의 날, 19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 가정의 달인 5월은 가족에게, 인연으로 만나 크고 작은 은혜를 받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느라 바쁜 달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감사해야 할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가적으로는 늘 광주의 달, 노무현의 달이기도 하기에 슬픔을 지닌 달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더욱이 기쁨과 감사 보다는 안타까움과 추모의 달이 되어버렸다. 전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으니 계획됐던 모든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조용한 분위기에 작은 규모로 치러지면서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입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기반에 대해 이제는 점검하고 돌아보기를 늦추어서는 안 되는 시기가 온 것이라 지식인들은 얘기한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덮어주고 감춰주는 문화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급속한 경제 발전이 우리 생활을 풍요롭게 만든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정당하지 않게 이루어졌던, 부정적이고 숨겨진 많은 것들로 인해 조금씩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올해만 들어서도 우리 주변에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기지 않았는가? 이로 인해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사건, 원자력발전소의 부품 조작 사건, KTX와 지하철 사건들, 개인 신용정보 유출 사건, 건축물 붕괴 사고 등등. 더 이상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기반부터 차근히 점검하고 다지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사고 전말이 밝혀지면서 선박 관련 공사나 협회에 전직 관련 공무원의 채용 비리들도 드러나고 있다. 해당 전문가이기에 채용된 분들도 계시지만, 코레일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임원들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언론은 여러 차례 지적해 왔다. 낙하산 관행은 공사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신성해야 할 학교에도 산학 전문 교수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모셔오고 있다. 교수 개인에게 주어지는 연구 지원 차원의 정부 프로젝트도 교수 개인의 재산 불리기로 사용되어 온 사례들이 적발되면서 사회 공론화가 되었고, 철저한 회계관리제도들이 도입되어 정화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대학 단위의 정부 프로젝트를 살펴보아야 한다. 대학의 순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는 대학에 주는 재정 지원 방식의 정부 프로젝트로 시작되었지만, 대학 단위의 정부 프로젝트의 금액이 수십억, 수백억으로 커지면서 대학은 경쟁적으로 정부 프로젝트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학에 교수라는 직책을 갖고 들어오는 정관계 출신의 인사들. 그들을 학교가 채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일까? 분야에서 쌓은 경험적 지식을 인생 후배들에게 전해주려고 학교에 들어와 있는 분들도 물론 계시지만, 정부 프로젝트 수주 목적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이들도 있다.

언론사의 수익 사업으로 시작된 대학 평가가 대학간 경쟁을 부추기는 평가가 되었고, 대학의 내실화, 특성화를 평가하는 긍정적인 잣대가 아닌 서열화의 시발점이 되었다. 지방 대학은 부실대학 선정을 피하기 위해 교육부의 대학 잣대를 맞추느라 힘들어 하고 있다. 하위 15%에 포함되지 않으려고 대학은 갖은 노력들을 하고 있고, 순위에 따른 정원 줄이기에 해당되지 않으려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줄어드는 학생 수에 힘들어 하고, 교육의 내실화를 기해야 하는 교수들이 계속되는 구조조정 회의에 지쳐가고 정부의 평가 잣대에 힘겨워 한다. 평가를 위한 평가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맡겨두면 안 되는 것일까? 규모가 작지만 내실 있고 특성화가 잘 된 지방대학을 혹시 죽이는 행위는 아닐까?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교사의 능력을 발휘하여 존경받는 스승이 되듯, 힘있는 권력 기관으로 칼날을 세우기만 하지 말고 부실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도움의 손길을 주는 기관으로써의 교육부, 착한 정부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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