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격(國格)
국격(國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5.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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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불교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위대한 사상가인 원효(元曉)를 탄생시킨 것처럼 유교 역시 우리나라에서 위대한 사상가인 퇴계(退溪)를 낳았다. 석가모니(釋迦牟尼)의 불교가 원효에 의해서 사상적으로 열매 맺었다면 공자(孔子)의 유교 역시 퇴계에 의해서 사상적으로 열매를 맺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원효와 퇴계라는 불세출의 위대한 사상가를 배출한 유례없는 정신적 선진국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동방예의지국’이란 이름의 찬란한 정신적 유산은 무례와 부도덕으로 얼룩지고 건국 이래 이처럼 정치가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다.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청렴하고, 청빈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꼿꼿한 자존심으로 무장하였던 ‘선비’사상을 낳은 국가의 이념은 일부 부패한 관리들과 사사로운 이익에 눈이 어두운 지도자들에 의해서 혼돈과 무질서로 흔들리고 있지 않은가?

한 사람의 개인에게는 인격이 있듯이 한 국가에도 국격이 있는 것이다. 인격이 그 사람의 인간성을 이룬다면 이러한 인격을 가진 국민들이 국가를 이루고 있는 것이 그 나라의 국격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격은 어떠하고 우리의 국민성은 도대체 어떠한가.

세계적 성리학자 퇴계 이황선생의 초상은 천원짜리 지폐속에서만 존재하고, 율곡 이이선생의 초상 역시 오천원짜리 지폐 속에서만 존재하고, 세종대왕의 초상은 만원짜리 지폐 속에서만 존재하고, 현모양처의 표본인 신사임당의 존재는 5만원 짜리 지폐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는데, 과연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화폐속에 그려져 있는 그 인물의 정신을 이어 받고 있는 것일까?

학교에서 일등을 한다는 초등학생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일등을 하는 목적이 무엇이냐?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예요. 라고 대답했다. 장차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 고 물어 보지 않았다.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놀라고 또 놀랐다. 이 어린 아이가 이렇게 대답하게 된 것은 아이의 철학이 아니다. 어른들이 돈이 최고라는 것을 가르치고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우리는 천박한 천민자본주의(賤民資本主義)와 물질우선주의 배금주의(拜金主義) 사상에 흠뻑 빠지고 흠뻑 젖어 퇴계의 사상, 율곡의 사상, 세종대왕의 한글사랑, 신사임당의 현모양처의 모습보다는 이 위대한 선현(先賢)들이 그려진 그 화폐만을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답답하고 답답하도다! 다신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한다.

인도의 정신적·정치적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는 국가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 징조를 강조했다. 첫째 원칙 없는 정치. 둘째 노동 없는 부(富). 셋째 양심 없는 쾌락. 넷째 인격 없는 교육. 다섯째 도덕 없는 경제. 여섯째 인간성 없는 과학. 일곱째 희생 없는 신앙이라고 갈파 했으며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정치라는 것은 전쟁 못지않게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것이며, 똑 같이 위험하기도 한 것이다. 전쟁에서는 단 한 번 죽으면 되지만 정치에서는 여러 번 죽어야 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라고 했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늘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이미 학식이 있거나 성품이 바른 사람들은 아니다. 불학무식(不學無識)한 깡패들에게나 알맞은 직업이 바로 정치인 것이다. 라고 하기도 했으며 공자께서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즉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했다.

무조건 부정하고 무조건 반대만 하고 무조건 떼를 쓰는 정치는 이제는 신물이 나서 그쪽을 향해서 눈길조차 돌리기도 싫다.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썩은 곳을 과감하게 도려내어야 한다. 썩은 정치꾼들을 몰아내고 맑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외국에서라도 수입을 했으면 한다. 썩은 어른들 때문에 팽목항 바다에 수장된 어린 넋들이 혹시나 또 썩은 곳으로 흘러들어가지 않았는지 걱정이다. 부디 다음 생에는 썩은 곳이 없는 맑은 곳에서 환생(還生)하소서… 안타깝도다. 세상이 온통 일전한(一錢漢:돈만 밝히는 놈들)들로 가득찾구나! 우리 역사에 오늘과 같은 정치의 혼란이 있었던가? 원칙과 명분이 있는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선생의 정명주의(正明主義)가 그리워지는구나!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롭게 대한민국을 건설하고 탄생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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