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아
잊혀지지 않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5.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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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왜 한 명도 구조되지 못했을까? 왜 시신은 구해내는데 살아있는 사람은 못 구했을까? 살아 있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구했더라면 그 안의 사정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되지 않는다. 왜 배가 연방 가라앉는데 가만히 있으라고만 했을까. 왜 한 사람도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을 거부한 사람이 없었을까?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악마의 명령을 거절하고 뛰쳐나와 악마가 만든 죽음과 삶의 경계를 허물었더라면 이렇게 허망하지는 않을 것인가! 나는 자꾸 만약에, 만약에를 되풀이하며 희생된 아이들을 잊지 못하겠다.


혹시 아이들이 갇혀 있던 선실에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 건 아닐까? 혹시, 나가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악마가 출구를 막고 서 있었던 건 아닐까?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아 악마의 실태를 세상에 알릴까봐 한 사람도 못 나가게 한 건 아닐까. 그보다 한 사람쯤, 아니 두어 사람쯤 빠져나와서 바다에 떠다니는 걸 악마의 졸병들이 우리가 찾지 못하는 곳으로 데리고 가버린 건 아닐까. 진짜 별생각이 다 든다. 한 사람도 못 구한 것이 꼭 나의 죄만 같아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흐른다. 나의 죄만 같아, 결의한다. 기어이 올바르게 살아남겠다고. 세월이 아무리 뻔뻔하고 악독하게 우리를 속여도 끝까지 사려 깊고 올바르고 예의바르게 나의 길로 살아남겠다고. 그것이 나의 투쟁이다! 사려 깊고 올바르고 예의바른 삶이 나의 무기다!!

나의 투쟁을 나날이 순간순간 이어가자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악마들을 구분하고 속지 않아야겠다. 더욱이 선거철이라 속이는 악마들이 득실거린다. 번지르르한 악마의 거짓말은 얼핏 들으면 진실처럼 들려서 속기 십상이다. 그러나 알뜰히 관찰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거짓말이라는 게 금방 뽀록난다. 알뜰히 관찰하는 방법의 최고 순위는 그 사람이 부자인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지금 부자라면 언제부터 부자였는지,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 살펴야 한다. 이것은 꽤나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쉽다.

각 후보들의 경력을 보면 그 사람의 전 직업은 물론이고 전전 직업까지도 잘 나와 있다. 그 직업으로는 그렇게 많은 돈을 모을 수 없는데 많은 돈을 갖고 있다면 그는 부정한 사람이기 쉽다. 게다가 내로라는 재벌가의 사람이든가 재벌의 아들이든가 대대로 권력을 쥔 사람의 가족이라든가 후손이라든가 주변 친척인 사람은 더욱 잘 관찰해야 한다. 이런 사람의 대부분은 이미 사람이 아니고 말대로 ‘재벌’이거나 ‘권력자’이다. 이 부류는 얼핏 우리와 같은 사람인 것 같지만 절대로 같은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이 부류들이 작당해서 사고가 나고, 다 살릴 수도 있는데 구조를 아예 하지 않고 버티는 짓거리를 하다 보니 세월호 같은 비극이 생겼지 않은가. 악마는 이 부류들이 분명하다.

그리고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국민 된 나의 사명과 의무를 다할 것이다. 자식 교육에는 사랑을 다할 것이다. 사랑을 다한다는 것은 ‘너만 잘 살아라’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 함께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하며 행동하며 그것으로 살 것이다. 이웃이 어려움에 처하면 솔선해서 도와주며 함께 할 것이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없는지 알뜰히 살필 것이다. 물질로 도울 능력이 없으면 마음으로라도 격려하고 동고할 것이다. 또한 선행은 또 다른 이웃에게 권해서 십시일반으로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동네를 만들어갈 것이다.

또한 권리를 다할 것이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올바른 것은 올바른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말할 권리를 당당히 행사할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있고 생각의 자유가 헌법에도 분명히 명시된 나의 권리라는 이 엄연한 권리를 한 순간도 잊지 않을 것이다. 특별히 지금은 선거철이다. 악마들이 아무리 속이며 날뛰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선거를 즐길 것이다.

아, 이렇게라도 말하고 나니까 속이 조금 풀린다. 그러나 차가운 바닷물에서의 피지도 못한 꽃봉오리들의 마지막 고통을 생각하면 절로절로 눈물이 흐른다. 절대로 악마를 용서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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