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자리, 부모의 자리
스승의 자리, 부모의 자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6.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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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국학원 설립자/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가족을 생각하매 마음이 더욱 아프고 슬프다. 진도 앞 춥고도 어두운 바다 속에 갇힌 무고한 생명들과 그 생명을 구하고자 구조원들이 물속에 뛰어드는 세월호 참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조 활동에 나선 민간 잠수사마저 목숨을 잃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세월호 사건은 인성(人性)이 사라진 한국사회가 낳은 인재(人災)이다. 사고 이후 드러난 것처럼 어른들이 책임을 다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법과 규정을 지켰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다. 어른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느끼며, 무고한 희생 앞에 그저 미안하고 울 수밖에 없다. 스승의 날을 맞아 더욱 참담한 심정이다.

이 학생들의 영혼은 양심을 잃어버린 대한민국 어른들의 의식을 밝혀준 양심의 빛이자, 희망이 되어준 거룩한 영혼들이다. 이들은 인성을 잃어버린 국민들을 깨워준 순교자이며 어린 성자들이다. 다시 한 번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빈다.

우리는 어린 영혼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세월호가 남긴 이 뼈아픈 교훈을 정확하고 냉정하게 보고 새겨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의 해결 방향은 인성(人性)회복에서 시작해야 한다. 인성이 회복된 국민은 타인과 제도화된 권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스스로 건강과 행복을 창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

부모로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는 부모들이 이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어른 말씀 잘 듣고, 법과 질서를 잘 지키라고 가르쳤는데, 그렇게 배우고 따른 학생들은 희생이 됐다. 이제 이렇게 교육한들 아이들이 얼마나 받아들일까. 물론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이 빚은 참사이니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와는 다르게 우리 교육도 성찰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우리 교육은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 창의력을 기르는 데 소홀히 해왔다.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이미 검증된 지식을 익히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역 능력, 암기력이 중요했다. 이런 시기에는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으면, 즉 강의를 잘 듣고 적어 그대로 외워 쓰면 된다. 이런 교육은 지식을 받아들이기에 급급하여,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생각할 필요가 없는 교육이었다. 이런 교육을 받게 되면 머리에 든 지식이 많을지는 몰라도 상황 적응력이나 문제 해결력은 떨어진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기억력이나 암기력 이상으로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해진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변화의 흐름이 가속화할수록 지식과 체험, 직관력을 총동원한 통합적인 사고력이 요구된다. 과거의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점점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어른 말씀 잘 들으라.”고 계속 가르칠 것인가. 이번 참사는 이런 ‘생각이 필요 없는 교육’이 ‘필요 없음’을 경고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번에 부모들이 먼저 ‘내 아이의 스승’ 되기를 바란다. 부모가 먼저 아이의 스승이 되어 아이가 부모를 따라 배우도록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 아이 교육은 학원이나 학교에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인생을 가르쳐주는 스승이다.

아이를 뇌의 주인으로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서 그 잠재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이의 의견과 선택을 존중하여 아이가 생각하는 힘을 키우도록 한다.

아울러 아이의 꿈과 상상력을 존중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꿈꾸고 상상하게 해야 한다. 부모의 기준에 아이를 맞추려고 하지 말고 부모부터 바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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