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이름의 유래
열차이름의 유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6.0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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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채은/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 진주관리역 대리
 

1899년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되고 1905년에 경부선이 개통했을때는 열차의 이름 같은건 딱히 없었다. 그냥 빠르다는 ‘급행열차’ 정도의 수식어가 붙었다. 프랑스의 떼제베(TGV)가 거창한 뜻이 담겨있는게 아니라 ‘아주 빠른 열차’란 뜻이 전부인것처럼 말이다. 증기 기관차로 경인선 제물포-노량진이 1시간 40분 가까이 걸렸고 지금의 부산-서울거리인 경부선 서대문-초량이 17시간이나 걸렸지만, 그 시절에 그것만으로도 속도 혁명이라 불리기에 충분했다.


한국철도에서 최초로 고유명사 이름이 붙은 열차는 1906년 4월 16일부터 경부선을 달리기 시작한 ‘융희호’였다. 융희호는 망해 가던 대한제국의 연호에서 따온 명칭이다. 서대문-초량을 11시간만에 주파 했으니 경부선 개통 직후의 열차운행 시간이 17시간에 비하면 상당히 빨라진 것이다. KTX 개통 전까지 다니던 청량리-부전 통일호 열차가 12시간 반이나 걸린것보다도 빨랐다.

그 당시에는 ‘융희’라는 이름을 반으로 나누어 서울 방면 상행열차에는 ‘융호’라고, 부산 방면 하행열차에는 ‘희호’라고 불렀다 한다. 융희호가 첫 운행한건 한강 철교가 완공되고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가는 경의선이 개통한 1906년 4월 3일 직후였다. 그때는 지금의 서울역은 없었고 공덕,서강으로 가는 오늘날의 용산선이 그때의 경의선 본선이었으며, 그 길을 통해 열차는 서울 이북의 신의주까지 달렸다. 융희호는 1908년부터 부산-서울이 아니라, 부산-신의주 구간을 직통 운행하기 시작했다.

그 후 조선이 망하고 일제 식민지가 되고부터 열차이름도 히카리(빛), 노조미(소망)같은 일본어가 붙여졌으며, 부산에서 만주까지 열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1936년 12월 1일부터는 아카츠키(여명)호라는 특급열차가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일제 강점기때 한반도에서 가장 빠른 열차였다.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뒤인 1946년 5월 27일 ‘해방자호’라는 이름의 증기 기관차가 경부선을 다니기 시작했으며, 1960년대초에 경부선에 또 하나의 특별 급행열차인 ‘무궁화호’가 등장했다. 무궁화호는 서울-부산간을 6시간 40분만에 달렸다. 이때는 경부선을 다니는 열차와 호남선을 다니는 열차의 호칭이 달랐는데, 무궁화호는 지금의 무궁화호와는 전혀 관계없는 경부선 열차였으며, 호남선에는 동급의 열차인 삼천리호나 태극호가 달렸다. 1966년부터 한국철도에는 비둘기호, 맹호호, 백마호, 청룡호, 십자성호라는 열차가 운행된 적이 있다. 맹호호는 1966년 7월 21일 서울과 부산을 5시간 45분에 주파하여 일제가 기록했던 6시간의 운행시간을 최초로 단축시켰던 열차였으며, 비둘기호는 최초에 특급열차로 출발하였으나, 1984년 열차등급 개정 이후로는 모든 역을 정차하며 운행하였던 관계로 속도가 느리고 작은 역까지 정차하는 완행열차의 대명사로 불렸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수요가 감소하고 노후화 되면서 증산~구절리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면서 운행을 하다가 2000년 11월 14일 폐지된 열차였다. 비둘기호는 워낙 저렴한 요금체계로 인하여 서민의 발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출·퇴근 학생과 직장인에게 인기가 있는 열차였다.

맹호호를 비롯하여 비둘기호, 백마호, 청룡호, 십자성호의 유래는 재미있게도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과 전쟁에 파병되었던 부대의 이름이다. 월남파병은 국가의 중대사였고, 많은 젊은이들이 국가에 명에 따라 목숨을 던졌기에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이 열차의 명칭 결정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비둘기호는 최초 월남파병부대의 이름이었으며, 청룡호는 해병부대를 일컫는 말이었고, 월남파병 군수지원부대였던 십자성부대의 명칭을 따서 명명한 십자성호, 서울~광주간을 운행하던 특급 백마호는 백마부대에서 유래되었다.

1984년에 드디어 새마을호, 무궁화호, 통일호, 비둘기호 체계가 정립되어 열차의 이름으로 등급을 나타나게 되었다.

2014년 6월 1일부터 진주역에서는 새마을호 열차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ITX-새마을이 달린다. 열차이름에 붙은 ‘호’는 무궁화호 하나만 남게된다.

현재 우리나라 철길를 달리고 있는 열차 이름에는 고속열차인 KTX, KTX-산천, 일반열차 누리로, ITX-청춘, ITX-새마을, 무궁화호가 있으며, 관광열차인 S-train, V-train, O-train, DMZ-train등 그 이름도 시대의 변화만큼 다양하게 변화되어 철길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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