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 시장님 우리 시장님!
시장님, 시장님 우리 시장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6.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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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나는 우리 시장님을 지켜냈다. 나는 그가 소탈하고 소박한 사람이며 주변 사람들이나 타인을 기쁘게 하는 게 습관된 사람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고 그 걸 즐겼고 더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 땐 그의 이름 옆에 도장을 힘주어 찍었던 것이다. 나도 시장님을 한 번 직접 만난 적이 있다. 이는 특별한 일이 절대로 아니다. 우리 시의 사람들은 시장을 대개 두어 번 정도는 만난다. 시장님이 온 시내를 하도 부지런히 다니기 때문이다. 우리 시의 시민들은 넥타이도 안 맨 그의 소탈한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 게다가 그는 집안의 궂은 일도 스스럼없이 말해서 우리는 그가 마치 이웃 아저씨인줄 안다, 진짜!


내가 처음 우리 시장님을 만난 건 몇 년 전 일이다. 직접 만난 건 처음이었는데 아주 오래된 친구처럼 생각되는 건 뭘까. 그날 나는 조카딸의 기자단 발대식에 참석한 참이었다. 조카아이는 수습기자 딱지를 떼고 어엿한 어린이 신문 기자가 된 것이었다. 나는 어느 행사장이건 무대가 가까운 앞좌석에 앉기를 좋아한다. 그날도 거의 맨 앞좌석에 앉아 있는데 왔다갔다 부산스런 예닐곱 살쯤 되는 아이와 얘기를 하는 수수한 남자가 있었다. 나는 아이가 여자아이라서 은근 신경이 쓰였다. 아이와 남자는 제법 말을 퐁당퐁당 주고받았다. 그리고 발대식이 시작됐다.

국민의례가 있고 발대식을 축하하는 축사와 당부의 말씀을 시장님께서 해주신다고 하고는 호명을 했고 그 수수한 남자가 웃으며 무대로 나가는 게 아닌가. 그가 바로 시장님이었던 것이다. 나는 하다못해 “안녕하셔요?”라는 흔한 인사도 못 건넨 게 아쉬웠지만 그의 말씀을 듣는 게 급했다. 그보다 나는 그의 말에 웃고 즐거워하기에 바빴다.

그는 만나면 참 즐거운 사람이다. 위트와 유머가 몸에 벤 참으로 소탈한 사람이다. 함께 한 시간이 얼마이든 금새 서로 친해진다. 이 모든 사실이 그와 10분쯤만 함께 하면 다 알게 된다. 지금 시간이 밤 열시가 지나고 있는데 잘 시간인데도 말똥말똥해서 글을 잘 쓰고 있다. 그만큼 그는 우리의 즐거운 마음을 일깨우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다. 슬픈 얘기는 듣고 나면 마음이 순해지게 한다.

그날은 장애우 어린이 협력결의 대회도 함께 열렸다. 내가 봐도 어쩐지 시장은 본의 아니게 어린이 기자단에게 더 관심이 쏠리는 것 같았다. 이에 한 어린이가 귀여운 항의를 했고 시장은 바로 즉석에서 사과를 했다. 이어 또 다른 아이가 시장을 하면서 가장 뜨끔한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시장이 대답했다. “방금 저 학생의 항의가 가장 뜨끔 했습니다”라고 말해 우리는 한바탕 웃었다.

발대식 끝순서가 기자증 수료였는데 시장님은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덕담과 함께 기자증을 수료했다. 게다가 기자증 뒷면에다 그 기자의 소원을 일일이 물어서 그 소원을 이루라고 깨알같이 적어주었다. 처음엔 서서 사인을 하던 시장님은 불편했던지 아예 무대 바닥에 편하게 앉아서 기자증을 수료했다. 기자가 된 아이들은 마치 소원을 이룬 것만큼 이나 기분이 좋아서는 벙싯거리는 입을 닫을 줄을 몰랐다. 함께 참석한 학부형들은 덩달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좀 전의 부산스럽게 왔다 갔다 하며 시장 아저씨와 이야기를 퐁당퐁당 주고받던 그 아이도 멋도 모르고 마냥 기분이 좋아서는 무대 위에 올라와서는 ‘개다리춤’을 추면서 놀았다. 아이 엄마는 나중에 이 아이도 어린이 기자가 되어야 하겠다며 아이를 쫓아다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그 엄마 역시 웃음이 얼굴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나는 기자증을 받아오는 조카딸을 맞아 축하의 말을 건네며 무슨 소원을 적어주셨냐고 물었다. 큰엄마 같은 소설가가 된다고 말해서 적어주셨다며 벌써 소설가가 된 듯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조카딸의 엄마, 그러니까 나의 막내동서가 사실 기분이 더 좋아 울다 웃다 했다. 동서는 조선족으로 중국의 길림성에서 우리 집안에 시집을 온 것이다. 그러니 더 마음이 흐뭇했을 것이다. 나는 기뻐서 울다웃다 하는 동서를 보며 동서네 가족과 우리 가족 모두 함께 모처럼 외식을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리가 이처럼 최소한의 또는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자면 윗사람이 잘해야 한다. 집안에서는 부모님들이, 동네에서는 어른들이, 시에서는 시장님이, 도에서는 도지사가,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다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나는 우리 시의 시장은 지켜냈고 지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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