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앞으로는 좀 더 ‘으리(의리)’ 있게 살아야지
나도 앞으로는 좀 더 ‘으리(의리)’ 있게 살아야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6.1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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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한국국제대학교 건강증진센터장·간호학과 교수

오래 전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에서 입시경쟁에 지친 여주인공의 곁을 지키는 우직하고 귀여운 남학생을 연기해 많은 소녀들의 맘을 설레게도 했었던 배우 김보성이 언제부터인가는 과격하고 코믹스런 이미지로 변신해 다소 안타깝다는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있었다.


그런 배우 김보성이 최근 시시때때로 “으리(의리)”를 외치며 그가 만나는 모든 단어에 ‘으리’를 붙이며 그의 주가를 구사하고 있다. 개나리는 개나으리, 벚꽃나들이는 벚꽃나드으리, 엉망진창이 된 방안을 비유한 돼지우리는 돼지우으리….

엄격하게 따지면 ‘의리’를 힘주어 말하기만 했는데도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며 우스꽝스러워 사회전반에 끼치는 전염성과 패러디의 위력 또한 만만치가 않은 것 같다.
지난달, 오랜만에 같이 식사를 한 대학생 아들이 식사 후 핸드폰을 들고 뭔가를 찾더니 박장대소하면서 엄마도 이 광고를 꼭 한 번 봐야한단다. 뭐가 그리 우습냐고 반문했더니, 요즘 연일 인기검색어 1위인데, 식혜 광고에 의리를 갖다 붙여 ‘으리(의리)’를 힘주어 말하기만 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폭발적이라 친구들도 갑자기 식혜를 많이 사 마시며 김보성의 ‘으리’ 흉내들을 곧잘 낸다는 것이었다.

당시 유튜브 조회수는 200만건이 넘어 최근 285만건을 상회하며, 최근 신제품이 아님에도 매출이 65% 이상 증가해 이 식혜는 ‘으리식혜’로 통한다. 전통음료가 젊은 소비자를 깨운 것은 “식혜 같은 전통음료가 커피나 에너지음료 같은 외국 음료에 비해 몸에 더 좋다”는 의미로 ‘몸에 대한 의리’를 매치시킨 ‘의리’란 두 글자로, 세월호사건 등과 관련해 보다 각박해진 사회, 의리에 대한 갈증을 채운다는 의미이리라.

나는 솔직히 배우 김보성의 스타일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았다. 물론 의리도 중요하지만 의리남이랍시고 매일 주먹을 불끈 쥐고 다니며 걸핏하면 싸움에 휘말린다거나, 연이은 주식투자의 실패로 경제적 손실이 막심한데도 남의 빚보증을 서주는 남자로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월호 침몰사건이 터지면서 세월호 사건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부족한 형편에 1000만원을, 그것도 대출을 받아 그 어느 연예인보다도 가장 먼저 몰래 기부를 했다는 사연과, 모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사적인 야망이 아닌 공익을 위한 야망을 갖고,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그의 마음씀씀이는 정말 감동적인 ‘의리’로 ‘으리’에 어떤 ‘진심’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었다.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의 철없는 행동들은 공감보다 실소를 불러일으키게도 했지만 줄기차게 외쳐온 그의 ‘의리’가 이제는 그의 인생 최대의 행운을 안겨주는 ‘의리’가 된 것 같다. ‘의리있게’ 한 우물을 파온 그였기에 ‘의리’가 ‘의리’로써 보답하는 것일까?

배우 김보성은 화장품 모델로 나서 거칠게 스킨을 바르는 남자의 이미지를 코믹하게 담아 꽃미남 모델이 주류였던 화장품 업계의 관행조차 ‘의리열풍’으로, 또한 아메으리카노, 카카오스토으리, 대으리운전 등 ‘의리 시리즈’ CF들을 무수히 쏟아내고 있다. 사실 어법에 맞지도 않고 그저 막 가져다 붙이는 식이라 다소 황당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황당함과 거침없이 ‘으리’를 만들어내는 순발력과 따라하게 만드는 힘은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마법도 있는 듯하다.

‘의리’의 사전적 의미는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고 한다.

과장된 허풍처럼만 느껴지는 한 배우의 ‘으리 타령’이 사뭇 절절하게도 들리는 건, 소리 내 웃을 수 만 없는 미안한 시절을 살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들을 잊은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일들의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리라.

왠지 되뇌일수록 중독성이 있는 ‘으리’들을 따라해 보며, “나도 앞으로는 좀 더 ‘의리’있게 살아야지” 다시 한 번 마음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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