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실용주의 철학과 교육의 힘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곳이 일본 후쿠시마 폭발 원자력발전소 수습현장이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로봇하면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최강이다. 우리의 추억으로 남아있는 ‘나가이 고’의 ‘마징가 Z’, ‘데스카 오사무’의 ‘아톰’으로 유명한 나라, 100억엔을 투입해 1970년대 로봇 아톰의 꿈을 실현한 혼다자동차의 ‘아시모’는 일본 로봇기술의 자존심이다.
그러나 대지진, 쓰나미에 이어,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자 "후쿠시마 원전에 들어갈 로봇이 로봇 대국이라는 일본에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다. 일본의 로봇은 바이올린도 연주하고 노인을 목욕탕까지 모시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위기의 순간에 일본을 지키지 못했다"는 ‘고이케 유리코’ 전 일본 방위상의 탄식처럼, 현란한 기술의 자랑하는 일본의 로봇은 무용지물이었다. 일본 로봇기술의 상징 ‘아시모’의 역할은 지진 피해지역 어린이들 앞에서 재롱을 떤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실용주의가 빠진 첨단기술의 무력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후쿠시마 원전의 폐허 속에서 고농도 방사선에 오염된 잔해를 수거해 일본을 구하고 있는 로봇은, 아시모와 같은 화려한 팔다리도, 단정한 얼굴도 없이 투박하게 생긴 미국 청소기 회사인 아이로봇사의 '팩봇'과 '워리어'라고 한다. "일본 대기업은 자신의 기술과 자본을 과시하기 위해 마스코트와 같은 로봇만 만들었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실용 로봇에 주력했다. 두 다리 달린 일본의 로봇은 기술 과시용 마스코트이지만, 우리 로봇은 목숨을 구하는 로봇이다. 인간 같은 로봇엔 관심이 없다, 우리는 인간을 위한 로봇만 만든다"는 창업자 콜린 앵글의 말 속에서 우리의 철학이, 교육이, 산업이 어떠해야하는 지를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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