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 향기와 일곱 가지 봉사
세 가지 향기와 일곱 가지 봉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6.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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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산과 들에 꽃이 만발했다. 따스한 봄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를 맡노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마저 상쾌해진다. 우리 모두가 저 산야의 꽃처럼 누군가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주고 기분 좋은 향기를 전해 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지금보다는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 까닭에 우리는 매일매일 가족과 이웃, 사회와 국가라는 틀 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또 부딪히며 살아가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만나고 함께 살아가는 여러 인종 중에는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선연(善緣)의 인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적지 않은 고통과 슬픔을 안겨다 주는 악연(惡緣)의 인연도 많다는 사실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우리가 행복한 삶을 얻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악연보다는 선연을 많이 만나는 데에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업보중생(業報衆生), 불교에서는 모든 중생은 각자가 지은 업력(業力)에 의해서 육도(六道:지옥·아귀·축생의 삼악도와 수라·인간·천상의 삼계)를 윤회(輪廻)하게 되고 또 각기 다른 삶을 살게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좋은 선연을 만나는 것도 또 나쁜 악연을 만나게 되는 것도 결국 자기 자신에게 책임이 주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먼저 선연을 만날 수 있는 선업(善業)을 쌓고 또 그러한 인연을 지어가도록 노력해야 된다는 결론이다.

부처님께서 어느 날 사위성에 자리한 기원정사에 머물러 계실 때, 부처님 십대제자 가운데 한 분인 다문제일(多聞第一) 아난존자가 부처님께 문안을 드리고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이 세상에서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기고,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는 향이 있나니까?’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그러한 묘한 향이 세 가지가 있느니라. 계를 잘 지키어 공덕을 쌓아 남의 마음에 공경심을 일으키게 하는 계향(戒香)과 상대방의 말을 향기를 맡드시 귀담아 들어주는 들음의 향인 문향(聞香)과 나눔의 향인 시향(施香)이 그것이니라. 이 세 가지 향은 바람을 거슬러서나 바람을 따라서나 풍기느니라. 이 세상의 모든 향기 중에서 이 세 가지 향기가 가장 훌륭하며, 그 어떤 향으로도 비교할 수 없느니라.’하셨다.

꽃내음이 물씬 풍기는 계절이다. 꽃향기를 맡으며 문득 떠올려 보는 가르침이다. 계향이라 함은 곧 우리들의 청정한 삶을 통해 얻어지고 또 풍기게 되는 향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탐욕과 악행을 벗어난 깨끗한 삶, 근검과 만족과 감사할 줄 아는 삶, 공동체가 정한 질서와 윤리도덕을 지키고 여타의 생명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삶, 그것이 곧 계의 삶이고 그러한 삶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바로 계향이라 할 수 있다.

들음의 향이라 함은 이는 곧 배움의 자세와 삶의 태도를 말함이다. 인생은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배우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항상 아만(我慢)과 아상(我想)을 버려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비워 진리를 듣고 배우려는 사람, 그러한 사람이라야 말로 수행자의 참모습이고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발전시키는 사람의 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나눔의 향이란 나와 더불어 한 시대를 사는 이웃과 또 다른 생명들에게 마음을 나누고 물질을 나누고 진리를 나누고 믿음을 나누고 따뜻한 언어를 나누고 슬픔과 기쁨을 나누어 함께 할 수 있는 사람, 그러한 사람이 어찌 향기로운 사람이 아닐 수 있겠는가?

잡보장경(雜寶藏經)에 보면 돈 들이지 않고 하는 일곱 가지 봉사를 아래와 같이 가르치고 있다. 첫째 얼굴에 화색을 띠고 부드러운 눈길을 주고받으면서 상대방을 대하는 안시(顔施). 둘째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호감을 사도록 부드러운 말을 건네는 언시(言施). 셋째 부드러운 눈매를 상대방으로부터 떼지 않는 안시(眼視). 넷째 상대방의 손을 잡고 몸을 부축해 주고 보살펴주는 신시(身施). 다섯째 방석이나 의자를 놓고 상대방이 편안하게 앉을 자리를 권하는 좌시(座施). 여섯째 상대방의 마음을 살펴 편안하게 해주는 심시(心施). 일곱째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알아주는 찰시(察視)라고 했다. 이를 무재칠시(無材七施)라고 했던가!

세 가지 향기와 일곱 가지 봉사 무재칠시가 그리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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