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해야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해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9.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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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희/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지난 1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면사무소에서는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을 위한 주민설명회가 열렸습니다. 말이 신고리 5ㆍ6호기이지 고리 핵발전소의 아홉 번째와 열 번째 핵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주민 설명회였습니다.

이 설명회는 원래 지난 3월에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설명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업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인근 지역 주민 간의 소위 물밑 작업이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사소통 행위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이것이 한수원의 계획대로 잘 진행되지 않아 이미 몇 차례 연기 된 터였습니다. 간신히 지역주민들과 협의점을 찾고 설명회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차에 후쿠시마에서 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고였고, 앞으로 그 누구도 핵발전소의 안전을 장담하지 못 할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명백해졌습니다. 그만큼 핵발전소의 안전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고 신규 건설은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전 세계가 핵발전소의 사고 가능성과 위험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던 와중에도 핵산업의 위축을 걱정했습니다.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과 식품 및 국민 건강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보다 여론 악화를 막기에 급급했습니다. 그 결과 과학적 맹신을 반성하고 지혜를 모아 핵 사고의 위협을 줄여 나가고자 하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여론이 조용해지길 기다렸다가 원래의 계획대로 사업을 계속 추진 할 것을 선택한 것입니다.

정말이지 후쿠시마의 교훈은 주민설명회장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한수원은 발전소 인근 5Km이내 지역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진행하였습니다. 핵발전소의 건설이 단지 일개 기업과 인근 주민만의 합의 사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설명회는 굉장히 제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 되었고, 설명회장 밖으로는 5Km 밖의 주민들이나 외부세력은 개입하지 말라는 주민 자치회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또한 주민들이 검토해야 할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후쿠시마나 체르노빌과 같은 핵사고 가능성과 영향은 아예 검토 되지도 않았습니다. 발전소를 10개나 가동할 예정이면서도 인근의 좁다란 도로는 더 이상 넓힐 계획이 없었고,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피 계획도 제안되지 않았습니다. 후쿠시마 사고가 수십 년 전의 일도 아니고 바로 지난 3월에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형 핵 사고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도적으로 검토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설명회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웠으면서 슬펐던 것은 핵발전소로 인해 신체적 위협과 경제적 고통, 사회적 소외를 감내하며 살아오던 지역 주민들이 또 다시 한수원의 장밋빛 약속을 믿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한수원은 고리1호기를 처음 짓고자 했던 1970년 초반부터 지금까지 고리 뿐만 아니라 신규 핵발전소 지역이나 핵폐기장 후보지 지역 주민들에게 핵산업 시설이 들어서면 매우 발전할 것이라 홍보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들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의 가장 낙후하고 가난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도 한수원은 발전소주변지역 지원금으로 지역주민을 현혹했고, 설명회장 주변에는 지원금에 대한 기대와 발전 희망이 담긴 주민들의 현수막이 즐비했습니다.


그래서 주민 설명회장에서는 환경단체와 일부 조금 먼 지역에서 온 지역 주민들을 경계하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인근의 지역 주민들은 발전소 건설을 희망하고 있었는데, 발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에서 발전소 인근에서 생활하는 것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마을의 집단이주를 요구한 것이 어쩔 수 없이 발전소 유치를 희망해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게 된 것입니다. 애초부터 핵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국민들의 참여와 개입을 원치 않았던 한수원과 정부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고달픈 현실을 이용하여 지난 3월의 일은 없었던 일인 양, 반성도 없이 발전소 추가건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은 우리 모두가 숙고해서 결정해야할 문제입니다. 이는 일개 주식회사의 영업 이익의 문제도 아니고, 가장 가까이 인접한 지역 사회의 개발 문제도 아닙니다. 부산과 울산 시민의 안전의 문제이고, 우리나라 전체 국민과 미래 세대에 가해지는 위협을 줄이는 문제입니다. 만약 전력 공급에 문제가 있어 핵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면 약간의 지혜와 국민적 실천으로도 얼마든지 해결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정부는 추진 중인 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중단하고, 신고리 5ㆍ6호기는 물론 핵 정책 전반에 대한 성찰과 국민적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신고리 5ㆍ6호기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입니다. 우리는 좀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세계를 선택할 기회가 있습니다. 가동 중인 핵발전소는 당장 멈추지는 못하더라도, 계획 중인 핵발전소는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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