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립트란 우리말의 각본으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순서가 있는 일련의 사건을 말한다.

Schank와 Abelson(1977)은 스크립트를 ‘어떤 특정한 문맥 속에서 진행되는 단계적인 일련의 사건들을 설명하는 구조’라고 정의하였다. 스크립트 연구자들에 의하면 일상적인(routined) 상황문맥은 그 즉각적인 상황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 간에 공유하는 상황지식(shared event knowledge)을 제공해주며, 그 결과 아동에게 그 상황에서 늘 쓰이는 상황적인 언어(situation-specific utterances)를 배우는 학습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즉 익숙하고 일상적인 문맥 속에서 아동은 쉽게 성인의 말을 예견할 수 있으며 언어와 상황간의 관계를 인지적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상황적인 언어를 학습하게 된다(Lucariello, Kyratzis, & Nelson, 1983; Lucariello, & Nelson, 1983; Nelson & Gruendel, 1979, 1981). 이러한 성인의 정보처리과정으로서의 스크립트이론은 Nelson, Bruner, Snow 등에 의해 아동의 언어습득에 있어서 사회적 인지적 문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설명하는데 적용되었다. Nelson과 그의 동료들에 따르면, 현재의 즉각적인 상황에 대한 공유지식을 제공하고, 부모는 아동의 언어를 쉽게 해석할 수 있고, 이러한 문맥은 아동에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회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아동의 상황지식이 부모와 아동 간에 언어사용을 촉진시켜주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아동들의 언어습득에 있어 공유된 인지적 문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였다고 볼 수 있다.

Snow와 Goldfield(1983)는 11개월간의 부모와 아동의 대화연구에서 학습상황의 일상화와 그 상황에서 쓰이는 성인 언어의 예견성이 언어학습의 중요한 요소라고 제의하였다. 즉 처음에는 아동이 예상할 수 있는 익숙한 상황과 이해 가능한 언어를 사용하여 쉽고 익숙하게 단순화시켜서 익힌 후 차츰 새롭고 복잡한 것으로 일반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Conti-Ramsden과 Friel-Patti(1986)는 스크립트의 정도에 따라 좀 더 스크림트화된 상황에서 좀더 복잡하고 긴 문장을 사용하며, 좀 더 발달된 대화기능(예: 대화의 자발적 유도, 대화의 순서 채우기)을 나타내었다. Snow, Perman과 Nathan(1986)도 스크립트 정도가 높은 문맥에서 아동들의 평균형태소길이가 더 길어지고, 문법형태소의 사용이 좀 더 다양화된다고 하였다.

Harrison(1989)은 취학전아동의 수용언어를 여러 문맥 속에서 검사하였는데 스크립트 문맥은 특히 4세 아동들의 문장이해력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문맥의 스크립트 조직은 아동이 문장을 이해할 때 실현가능성전략을 사용하도록 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스크립트 문맥은 아동이 문장을 이해할 때 인지적 전략을 사용하도록 도우며, 결과적으로 문장이해능력을 촉진시켜 준다고 볼 수 있다. French(1986)은 시간적, 선택적, 인과적 관계어 등 관계어 습득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언어장애아동들에게 수용 및 표현언어를 훈련시킨 사례들(Constable, 1986; Kim & Lombardino, 1991)과 스크립트나 일상적 결합활동 문맥을 사용할 때 효과적인 방법도 보고되었는데 즉, 스크립트 안에서 주고받는 대화(turn-taking)의 기회를 많이 줄 것, 상황적 언어를 활동 속에서 많이 사용할 것, 스크립트에 익숙해지면 의도적으로 다른 사건을 만들어 스크립트를 위반하여 자발적인 언어를 유도할 것 등이 있다.

이와 같이 스크립트는 아동의 언어를 촉진시켜줄 수 있는 치료방법의 한 예로 여러 연구들이 입증해주고 있다. 스크립트도 언어치료의 목적이라기보다는 방법이고 도구이므로 방법은 다양하고 체계적일수록 좋은 것 같다. 언어치료의 대상자들은 다양하기 때문에 한 성공적인 치료사례를 다른 사람에게 똑 같이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긴 하지만 대상자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스크립트상황은 정상발달을 보이는 일반아동에게는 단순히 뻔한 사건이긴 하지만 언어능력이 부족한 대상자에게는 중요한 학습 자료가 되기도 한다. 생일 파티하기, 김밥 만들기, 아기 목욕시키기 등 아동이 선호하는 다양한 상황이나 주제의 활동들을 활용할 수 있어 흥미롭다. 또한 일정한 순서가 있는데 순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면에서도 유용하며, 이러한 한 가지 주제의 사건들은 크거나 작게 장면들을 늘이거나 줄일 수 있어서 아동의 언어수준에 맞춰 재구성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한 언어치료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모든 활동이 소재가 될 수 있고 가정에서 활용하기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