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예찬
감나무 예찬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6.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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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감나무는 한국·중국·일본 밖에서는 아무리 옮겨 심어도 살지 않는 고집 있고 주체성이 대단히 강한 동양의 나무이다. 그래서인지 감나무를 칭송하는 예찬도 많다. 이를 테면 감나무에는 사람이 따를 수 없는 오절(五折)과 오상(五常)이 있다. 첫째 몇백년을 사니 목숨이 길다하여 이를 수(壽)라 한다. 둘째 새가 깃을 들이지 않는다 하여 이를 무조소(無鳥巢)라 한다. 셋째 벌레가 꾀질 않는다 하여 이를 무충(無蟲)이라 한다. 넷째 열매가 달길 그보다 더한 것이 없다하여 이를 가실(嘉實)이라 한다. 다섯째 나무가 단단하길 역시 비길 나무가 없다 하여 이를 목견(木堅)이라 한다. 이것이 감나무의 오절이다.


또 단풍진 감나무잎을 시엽지(柿葉紙) 또는 자연전(自然箋)이라 하여 글을 쓰는 종이가 되므로 ‘문(文)’이 있고, 또 나무가 단단하여 화살촉으로 쓰였다 하여 ‘무(武)’가 있으며, 만천하의 과실(果實) 가운데 속과 겉이 다르지 않고 똑같이 붉은 것은 감밖에 없다 하여 이를 표리부동하지 않는‘충(忠)’이 있고, 이 빠진 노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과실이라 하여 ‘효(孝)’가 있으며, 또 서리를 이기고 만추(晩秋)까지 유일하게 버티니 ‘절(折)’이 있다 했다. 문·무·충·효·절… 이것이 감나무의 오상(五常)이라 하였다. 또한 나무가 검으며(黑) 잎이 푸르고(靑) 꽃이 노라며(黃) 열매가 붉고(赤) 말린 곶감에서 흰 가루(白)가 난다 하여 오색(五色)·오행(五行)·오덕(五德)·오방(五方)을 고루 갖춘 유일한 나무라 하여 우러러 보기도 했다.

감나무를 둔 우리 민속도 다양했다. 100년 된 감나무에는 1000개의 감이 연다 하여 감나무 고목은 자손의 번창과 아들 낳길 비는 신앙의 대상 곧 기자목(祈子木)이 되고 있다.

오뉴월은 노오란 감나무 꽃이 떨어지면, 처녀나 부녀자 할 것 없이 감꽃을 주워서 실에 꿰어 목걸이를 하는 습속이 있었는데, 감꽃 목걸이 역시 아들 잘 낳길 비는 주술(呪術)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고 한다. 또한 한량(閑良)들은 붉게 물든 감나무 잎을 말려 두었다가 시나 연문(戀文)을 써서 보내는 낭만도 있었다.

감나무를 베면, 목리(木理) 곧 나무 무늬가 다양하여 혹은 그림도 되고 글자도 되곤 하는데, 이로써 세상의 앞날이나 풍흉(豊凶)이나 가운(家運)의 앞날을 점치기도 했다. 그래서 세상이 흉흉하거나 수상하면 감나무를 베어보고 앞날을 점쳐보는 습속도 있었다.

감나무에 대한 가장 오래된 중국기록은 한나라 때 사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나오고 또 일본에서는 6세기 후반에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에도 감나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문헌상으로는 고려 숙종 때(1103) 송나라에서 편찬된 고려 말 사전인 계림유사(鷄林類事)와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의서인 고려 고종 때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감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또한 허균(許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는 넓적 감은 온양 홍시(紅柿)가, 뾰족 감은 남양 각시(角柿)가 그리고 검은 감은 지리산 오시(烏柿)가 유명하다 했다. 감나무의 실용적 가치로는 앞서 오절·오상에서도 나왔듯이 단단하다는 특성 때문에 망치의 머리자루 부분으로 감나무를 제일로 쳤다. 단단 할뿐만 아니라 탄력까지 있어 사람이 들이는 힘보다 강한 타력을 내기에 십상이다. 골프채의 우드헤드로 묵은 한국 감나무 이상 좋은 것이 없다고 하여 많은 고목들이 벰을 당하고 있다던데 감나무 무상(無常)이다.

감나무가 우리 인간에게 이로운 여섯 가지가 또 있으니 열매는 과일 중에 과일이요, 씨와 말린 껍질은 한약재요, 잎은 감잎차로 제일이요, 나무는 주방의 도마용으로 제일인데 그 이유는 감나무 도마는 칼질을 할 때 손목에 충격을 흡수한다고 하니 제일이요, 감나무를 태운 재(災)는 도자기를 구울 때 흙과 함께 섞어서 구우면 잿빛의 은은한 빛을 내어주니 제일이요, 여름에 한더위에 지쳤을 때 감나무 아래에서 쉬면 피로가 빨리 회복된다고 하여 옛날에 집집마다 마당에 감나무 한 그루씩을 가꾸었으니 선조들의 지혜가 새롭게 되새겨 지기도 한다. 지금도 제사상에 과일을 놓는 순서가 조율이시(棗栗梨柿:대추·밤·배·감)가 맞느냐 조율시이(棗栗柿梨:대추·밤·감·배)가 맞느냐하고 유가(儒家)에서는 감과 배가 서열다툼을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 다툼인가.

시골집 마당의 감나무 그늘아래 평상에 누워 어느 가수의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난다는 노래가 그리워지는 여름이 닥아 오기에 감나무를 예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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