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대한 예의
국민에 대한 예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7.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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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나는 마치 잊혀지지 않는 악몽을 꾸듯 아직도 그 꿈을 꾼다. 박이 진도에서 노량해전의 이순신처럼 거북선 같은 튼튼하고 안전한 배를 타고 진두지휘해서 가라앉는 세월호에 갇혀 있던 사람들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구해내는 꿈! 여왕답게 모두 구해내고는 기진맥진해서 “여봐라! 다 구했느냐? 그래, 여러분들도 수고했어요. 나도 이제야 대통령이 된 기분이구려. 내 딱 하루만 쉴 터이니 경들도 푹 쉬세요. 각자의 노고와 책임에 대한 상벌은 국무총리가 알아서 하시구려!” 이러시며 우리의 위대한 여왕마마는 성스러운 하루의 휴가를 보내는 동안 우리 백성들은 여왕마마의 휴가에 방해가 될 세라 여왕마마에게 바치는 감사축제와 자축의 파티도 못하고 소곤소곤 다정다정 여왕마마를 칭송하고 서로에게 감사하며 행복해 하는 꿈!!!


진짜 너무도 아쉽다. 전에도 나는 이 같은 바램을 글로 말한 적이 있다. 그녀가 전부 다는 아니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세월호 안에 갇혀서 고통당한 사람을 구했더라면 나는 진정 그녀를 여왕으로 모셨을 것이다. 누가 그녀를 여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비방한다면 도시락을 싸다니면서 색출해서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혼쭐을 냈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아무래도 여왕마마라는 칭호가 어울린다. 전생에서 이미 이 후생에서는 여왕으로 살아라는 팔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왕다운 행동으로 여왕답게 살았으면 너무 좋겠다. 그런데 이게 뭔가!! 하는 짓이 여왕은커녕 동네 졸부도 안 하는 천박하고 뻔뻔한 짓만 골라하고 계시다니….

다 두고 경질한 총리를 도로 갖다 쓰다니, 이게 말인가 되인가. 경질만 해도 그랬다. 구할 수도 있는 국민을 못구한 죄를 물어 국민들은 실은 ‘그녀의 사퇴’를 원했다. 죄를 물어야할 해경은 해체를 시켜 구조 불이행죄에서 ‘해방’을 시켜 아주 자유스럽게 해주며 언론이 책임이 있네 마네 하며 알아듣지도 못할 소리를 웅얼거리더니 겨우 국무총리를 경질하는 것으로 자기는 쏘옥 빠져나갔다.

이제 와서는 또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여론이 반복돼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라고 이상한 말을 웅엉거리며 버려진 사람을 총리로 앉힌단다. 참 대단한 무지고 뻔뻔함이다. 현실적으로 어렵긴 뭐가 어려워? 마치 버려진 쓰레기하치장에서 재활용품 가져오듯 헌 사람 쓸 거면 차라리 야권에서 찾아오면 어떤가? 문재인을 모셔다 연정을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여론이 뭔가. 바로 국민의 뜻이다. 그녀는 언제나 막판이면 국민탓이다. 대체 우짜자는 기야!!!

그리고 김기춘은 당장 물러나야 마땅하다. 그렇게 사람이 없는지, 김기춘이 뭔가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오직 권력을 움켜쥘 줄만 알았지 권력을 나누어 합리적으로 활용해 국민도 좋고 여왕도 좋은 방법엔 꽉꽉 막힌 인간같으니라고. 그렇게 주변에 믿을 만한 사람도 못 만들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여왕아, 여왕아, 마음을 열어 보셔요, 실은 믿을만한 사람 의외로 많습니다.

저래서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렇게 할 일은 안 하고 자꾸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려 들어서는 안 된다. 여론 여론 하며 국민탓 하는 것도 자꾸하면 우리 국민은 여왕마마을 봐주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는 그렇게 바보가 아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미안한 얘기지만 국민들 중에 여왕보다 못난 사람은 별로 없다. 여왕아, 여왕아, 언제 철드실래요. 우리는 마음이 매우 언짢습니다.

야당도, 특히 김한길과 안철수도 국민에 대해 예의를 갖추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당당히 자신의 이름만을 내걸고 책임 있는 대 정부 비판 기자회견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죄 없는 국민을 몇 백 명을 수장시킨 죄를 물어 경질했던 총리를 다시 주워다 쓰는 정부에 대해 끽 소리도 못하는 모양새가 뭐하자는 짓인지 모르겠다.

특히 안철수 대표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참으로 유감하다. 속된 말로 제대로 하는 꼴 기다리다가 목빠지겠다. 역시 개인적인 생각으로 김한길은 ‘박의 남자’로 야당다운 역할을 포기한지 오래다. 너무도 절망적이지만 그가 이런저런 실책을 아슬아슬 넘기면서 야당대표로 뭉갤 수 있는 사실이 그가 박의 남자라는 사실을 증거하는 것 아닐까? 어째든 갑갑하다. 재보선에서라도 야당의 정체를 지켜주고 보여주면 내 개인적인 생각이 그를 용서하려나 말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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