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행복 10계명'
그분의 '행복 10계명'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8.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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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1. 내 방식의 삶을 살되, 타인도 자신의 삶을 살게 두자.


2. 마음을 타인에게 열자.

3. 조용히 전진하자.

4. 삶의 여유를 찾자(식사 때 TV끄기 등).

5.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쉬자.

6. 젊은 세대에게 가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줄 혁신적인 방법을 찾자.

7. 자연을 존중하고 돌보자.

8. 부정적인 태도를 버리자.

9. 개종시키려 하지 말자.

10. 평화를 위해 행동하자.


위의 ‘행복 10계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르헨티나의 주간지 ‘비바’와의 인터뷰에서 발표한 것이다.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지당하고 마땅한 말씀이 참으로 감동적이다. 날씨는 무덥고 연일 이어지는 이상한 재벌언론들의 요사스런 여론호도를 보며 절망적인 마음이었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마치 폭포수를 맞은 기분이 되었다. 소중한 말씀을 전하며 그 따위 요사스런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말이 나온김에 요사스러움에 대한 건 간단히나마 짚고 넘어가야겠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의 참패를 두고 국내 구독률 상위 5위에 드는 재벌일간지들은 밤을 만난 악머구리들처럼 주둥이를 함부로 놀린다. 이들의 나불거림을 보면 말은 달라도 내용은 엇비슷하다. 상식대로하면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그 국민은 보답으로 그 정권을 지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권은 자신들의 권력유지에만 나쁜 힘까지 포함해서 온갖 힘을 다 할 뿐, 국민을 진정 행복하게 하는 올바름이나 예의나 진실 따위는 헌신짝 버리듯 한다.

이런 정권을 우리 국민이 직접 나서서 어떻게 못하는 게 현실인데, 야당이라는 정치인들이 멍청하게 보고만 있으니 너무도 야속하고 갑갑해서 외면해버린 게 이번 선거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잘못이 하나도 없고, 야당 내의 운동권 정치인들 때문에 야당이 참패한 양 여론을 호도하고 유도하고 그야말로 지들끼리 난리도 아니다. 이참에 자기들의 거짓됨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저항하는 정치인들을 씨를 말리고 쫓아내고 싶겠지. 더러운 것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정의를 위해, 국민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목숨을 던질 그런 투사형 정치인을 원하고 있거늘…. 그런 정치를 못하는 야당을 꾸짖은 것이거늘….

그만하자, 오늘은 너무도 사랑스런 사람,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전하는 날이다. 우선 가장 혁신적인 말씀이었기에 가장 먼저 놀란 말씀부터 되짚어보자. ‘개종시키려 하지 말자’ 이 얼마나 놀라운 말씀인가. 그 분은 종교 지도자이다. 각자 자신의 종교세력이 확장되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그 권력 또한 확장해서 타 종교 위에 군림하기를 기를 쓰고 노력하는 이 판에 이 무슨 석달 여흘 가문 날에 밤새 조용조용 내린 비 같은 말씀인가!! 역시 나는 행복하다. 모처럼 다시 확신한다. 마음으로 사람을 위하는 정치지도자와 종교 지도자를 줄줄이 잃고 마음 둘 곳이 없었는데.

날이면 날마다 골목어귀에서 집사니 목사니 권사들이 탁자를 놓고 커피와 부침개나 떡볶이 따위를 돌리며 ‘교회 한 번 나오세용’ 하며 애정은 없고 야욕만 덕지덕지 묻어나는 웃음을 파는 걸 보면 이제 당당히 말해주자. “개종시키려 하지 말라고 교황님도 말씀하셨잖아요! 너나 잘해욧!”

그 다음으로 놀란 건 ‘평화를 위해 행동하자’라는 말씀이었다. 우리는 너나 없이 행동 없는 말은 앙꼬 없는 찐빵인줄 알면서도 행동하기를 참 망설인다. 그러나 나는 오늘부터라도 달라지겠다. 아침에 신문에서 교황님의 말씀을 듣고 오후에 광화문으로 달려 나갔다. 진짜 꼭해야 하던 일을 억지로 대충 정리하고 시간에 맞춰 나가려고 하니 허겁지겁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 곳에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을 규탄하는 집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광화문에는 약 오백여 명이 모였는데 저번 주에 비해선 많이 모였다는 말을 누군가 귀띔해주었다. 내심 다행이다 생각은 했지만 군사강국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1000명이 넘는 사람이 학살당하는데 겨우 관심을 갖고 행동해 온 사람이 겨우 500명이라니. 하기는, 오하마로 창문이라도 깨서 급히 구하면 다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을 구하라는 지시가 없었다는 해경의 이해 못할 ‘무행동’으로 눈 번히 뜨고 몇 백 명을 수장시켰다. 그러고도 책임자 수사는 물론이고 책임자가 누구인가도 다 감춰지고, 다 묵인되고 이제 잊혀져가고 있는 게 바로 '우리나라'다. 각자 나름의 책임 있는 행동, 이것이야 말로 자비고 사랑이다. 교황님의 10계명은 다음에 한 번 더 얘기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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