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례/진주 새샘언어심리치료센터 원장
지난주 목요일에 말복과 입추가 함께 들어서 ‘이게 무슨 일이지? 말복은 이해가 가는데 한여름에 입추라니’ 했었다. 그런데 절기라는 것이 참 신기할 정도로 들어맞는다. 금요일 새벽에 당장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자연의 이치는 인간의 머리로만 맴도는 지식을 뛰어넘는 것 같다. 자연을 가까이 하는 것이 좋고 자연스러운 일이 가장 진실에 가까운 일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하루라도 한 순간도 신경 쓸 일 없이 자연스럽고 무난하게 넘어가는 날은 잘 없다.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매우 바쁘다. 우리 삶의 리듬인 심장박동처럼 바쁨과 휴식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일은 아닌 것이리라…. 적절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말도 너무 빠르면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우리의 걸음과 행동도 적당한 무게로 적절한 속도로 의식 하에 서서히 움직여야겠다.
오는 8월 30일 언어재활사(1급과 2급 협회 자격을 가진 치료사를 대상으로) 제1회 특례시험을 전국적으로 실시한다. 시험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지만 스트레스요인임에 틀림없다. 늘 머릿속에 ‘공부해야 돼’ 하지만 몸은 이미 당장 해야 하는 다른 더 급한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험이란 공부의 일부라지만 학생이든 어른이든 시험은 늘 부정적이고 긴장되는 경험이다.
기존의 협회 자격증 소지자를 위한 특례시험이 국가시험보다 뒤에 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특례시험은 정식 국가자격시험 이전에 치루어졌어야 했다. 또한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협회 자격을 획득한 치료사들의 입장에서 이중부담이다. 국가시험이기에 또다시 시험을 쳐야한다는 것이다. 국가자격에서 제시한 자격기준과 아무 다를 바 없는 기준인데도 말이다. 조용히 일정부분 확인절차를 거쳐 기존 회원들에겐 자격증만 바꿔줬어도 되지 않나 싶다. 이는 협회차원에서의 액팅이 너무 소극적이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회원들의 뜻을 모으고 다른 기관과 잘 협상하기 위해 협회가 있는 것 아니던가…. 이번의 사태에서 협회의 준비성과 대처과정에서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고 무기력하게 지켜보는 일 밖에 없었지만 많은 분들이 일인시위에 동참하고 금전적인 도움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으면서 이렇게 말하기가 부끄럽고 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협상은 서로에게 서로가 가진 좋은 것은 나누어주고 공유하여 서로 최고의 이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우리나라 행정가들이 얼마나 일방적인가를 또 한 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점은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어차피 치룰 시험’이라면 달라질 것도 없겠다 싶겠지만 엄연히 치료사들로서는 뒤통수 맞은 느낌인 것이다. 국가자격으로 승격된 거라고 자축하고 좋아하던 치료사들은 뒤에는 괜히 국가자격 추진한 거 아니냐면서 불만을 토로했었다. 이제는 좀 잠잠해졌는데 왜 새삼 들추나 싶겠지만 문제 불거지면 덮기 바쁘고 우리는 이제 지나갔지만 다른 협회에서도 이러한 과정을 겪을 수 있다. 똑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일이 발생하면 사전에 준비된 사람과 무방비 상태의 사람은 분명 행동이 다를 것이다. 내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고 다각적인 가능성을 고려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인 결정은 분명 반감을 산다.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법. 누구 하나를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점은 잘잘못을 따져보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누가 할 것인가가 또한 중요하다. 내가 하고 네가 하고 모두 같이 같은 뜻을 가진 우리가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 또한 누군가 해결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우리 개개인은 각자가 자기 삶의 리더이며 영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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