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자(中國文字)의 특성(Ⅱ)
중국문자(中國文字)의 특성(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8.3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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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국립경상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강의)교수·진주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장·지리산 막걸리학교 교장

지난번에 이어 중국문자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겠다.


넷째로 조직적인 문자 구성 방법을 체득함으로써 자의습득(字義習得)에 용이하다. 얼뜻 한자 하면 까만 먹글씨가 빽빽이 박힌 줄글을 연상하고 배우고 쓰기에 어렵다는 견해들을 가지고 있다. 실은 부수(部首)로써 자의(字義)의 유별을 인식하고, 성부(聲符)로써 훈(訓)을 분별하고, 나아가서 육서(六書)의 원칙으로 응용하면 오히려 조리 정연하게 자의를 변별할 수 있는 편리를 문자 자체가 지니고 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별개의 부호로 보고 암기하는 한자 학습의 방법은 이미 진부하다. 라투레르(Latourette)는 중국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상용한자를 4000여 자로 보았고, 정식으로 한자를 공부하지 않은 외국인도 1년에 2000자 내지 3000자를 암기하기엔 어렵지 않다고 했다.

다섯째로 문법상의 번잡이 없어 품사(品詞)의 활용도가 넓다는 점이다. 한자는 품사의 한계가 엄하지 않아 형용사·명사·동사를 서로 환용(換用)하면서 어미(語尾)의 변화가 없다. 서양적인 방법으로 한자를 습득하기에는 품사의 한계가 모호하여 혼란을 빚는 경우도 있지만 명사로 된 실자(實字)나 형용사·동사로 된 허자(虛字)는 양용(兩用)할 수 있어 그 활용의 범위가 넓은 것이 오히려 내외(內外)와 주객(主客)의 분별을 잊을 수 있는 철학적인 경지를 대변해 주고 있다.

한자의 단점을 들자면 순수한 단점도 있거니와 장점을 겸하고 있는 단점이 있어 어느 것은 심각한 단점으로 개혁되어야 하겠지만 어느 것은 좋은 단점이 되고 있다.

첫째로 어문(語文)간의 현격한 차이로 왕왕 대중에게 고고한 사치물로 전락되고 있다. 문자가 지녀야 하는 보편성의 척도에서 볼 때 한자는 너무 고원(高遠)할 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지식분자에게도 심오한 고전은 많은 주석(註釋)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병폐, 즉 너무도 조각된 귀족적, 산림적(山林的) 존재로써 현실과 멀다는 점이다.

둘째는 동음자(同音字)가 너무 많아 시각을 통해야만 뜻을 파악할 수 있는 비생활성을 지니고 있다.

셋째는 문법의 간소화가 빚은 문장의 구조는 규칙이 결여되었고, 따라서 논리를 통한 분석력도 결핍되어 있다. 이론적으로 관찰할 때 한문 속에서 개념(槪念)을 얻거나 감정적인 동요를 받기에는 쉬워도 진일보한 분석이나 이론적인 비판을 감수하기에는 모호한 함정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의 나카무라도 지적한 바 있다. 하나는 보편성의 결여요, 하나는 법칙에 대한 이해희 결핍을 들었는데, 이는 문장 속에 문법의 결여에서 연유된 바라고 했고, 나아가서 논리학이나 과학의 쇠락에까지 영향을 준 바 있다고 했다. 이같이 한문은 종합적인 개념 전달에는 무난하지만 분석적인 논리에는 약하다.

넷째는 음악적인 협화를 위해 병우(騈偶)에 급급하다 보니 사실에 없는 조작이나 무병신음(無病呻吟) 한 구절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산은 없고 물만 맑은데도 구절의 변우를 위해 산자수명(山紫水明)이라는 네 글자를 쓰는 일을 두고 말한다.

다섯째로 글자를 익히거나 쓰는 데 시간의 낭비를 들 수 있다. 이를 구제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혁명 방법으로 중공에서는 한자의 라틴화와 한어병음 방안을 제창하였고, 소극적인 방법으로 간체화(簡體化), 즉 약자(略字)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약자는 이미 오랜 세월을 두고 자연적인 진화 방법으로 점차 간화(簡化)되고 있지만 적극적인 개혁안은 한자가 가지는 토착적인 특성 때문에 아직도 많은 진통을 겪거나 아니면 영원히 이룩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격한 의미에서 장단점을 분별할 수 없는 것이 한자다. 그 모든 특성이 장점과 단점을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자는 중국에서 문자만의 영역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문화 속에 기생하고 성장해 온지라 그 개혁을 논한다는 것은 전체 문화에 대한 체질 개선이나 다를 바 없는 만큼 전통의 말살 여부에 귀착되는 심각한 문제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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