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내가 보는 대로 있다
세상은 내가 보는 대로 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8.28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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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종/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산업설비학과 교수

가방 사러 가는 날 길에 보이는 건 모두 가방뿐이다.


길가에 모든 사람의 어깨 위 가방만 눈에 들어온다. 사람 전체는 안중(眼中)에도 없다. 팔이 아파 병원을 다녀오면 모든 사람의 팔에만 시선이 집중된다. 그 외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사실이 그렇다. 세상은 내 마음 끌리는 대로 있기 때문이다.

조화(造花)도 그게 가짜인 줄 알 때까진 진짜(생화 生花) 꽃이다. 친구에게 빌려온 가짜 진주 목걸이를 잃어버리고는 그걸 진짜로 갚으려고 평생을 고생한 모파상의 어느 여인의 이야기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세상은 내가 보는 대로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있다고 다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있는 게 다 보인다면 대뇌중추는 너무 많은 자극의 홍수에 빠져 착란(錯亂)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대뇌는 많은 자극 중에 몇 가지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선택의 기준은 그때그때의 대뇌의 선율에 따라 달라진다. 정말 그 모든 것을 다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나 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고로 세상은 공평하다.

신나게 기분 좋은 아침엔 날마다 다니는 출근길도 더 넓고 명랑해 보인다. 그래서 휘파람이라도 절로 나오는 선율이 될 땐 슬픈 것들은 아예 눈에도 귀에도 들어오질 않는다. 그러기에 내가 웃으면 세상이 웃는다고 하지 않던가….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만 보인다. 해변에 사는 사람에게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저녁, 문득 바라다본 수평선에 저녁달이 뜨는 순간, 아~ 그때서야 아름다운 바다의 신비에 취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내가 느끼는 것만이 보이고, 또 보이는 것만이 존재한다. 우린 너무나 많은 것들을 그냥 지나치고 있다. 느끼질 못하고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늘이, 별이, 저녁노을이, 날이면 날마다 저리도 찬란히 열려 있는데도 우리는 그냥 지나쳐 버린다.

대신 우린 너무 슬픈 것들만 보고 살고 있다. 너무 언짢은 것들만 보고 살고 있다. 그리고 속이 상하다 못해 좌절하고 자포자기까지 한다. 희망도 없는 그저 캄캄한 날들만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세상이 원래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어렵게 보기 때문에 어렵다. 그렇다고 물론 쉬운 것도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세상은 내가 보는 것만이 존재하고 또 보는 대로 있다는 사실만은 명심해야겠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존재하는 세상이 그래서 좋다. 비바람 치는 캄캄한 날에도 저 시커먼 먹구름 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여유의 눈이 있다면, 그 위엔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평화스러운 나라가 보일 것이다. 세상은 내가 보는 대로 있다. 어떻게 보느냐, 그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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