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붙들기와 생각 내려놓기
생각 붙들기와 생각 내려놓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9.1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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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숙/영산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이 맘 때쯤이면 항상 ‘명절증후군’이란 어휘가 빈번히 언론에 등장한다. 올해는 ‘가짜 깁스’가 화제였다. ‘며느리의 추석 필수품 가짜 깁스 열풍’이라고 모 프로그램에서 소개를 하고, 신문 매체에도 보도까지 했으니. 나도 며느리이기에 가사에 부담을 느끼는 며느리의 입장을 대변하는 물품이란 생각에 또 한 번 웃었다.


대체 휴일을 처음 시작한 첫 해,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가족간에 우애가 깊은 집은 오랜 만에 만난 가족들과 지내면서 즐겁게, 그렇지 못한 이는 한 시간이 하루같이 느껴지면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편하지 않은 관계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며칠을 같이 보내는 것은 서로에게 고통일 수 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서로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이 어떻게 편할 수 있기를 바라는가. 단지 서로에 대한 배려가, 서로에 대한 기대 수위를 조금만 낮춘다면 조금은 편하지 않을까 한다. 명절증후군의 해결책은 마인드컨트롤이라 한다. 내년부터는 힘들다는 생각도 하지 말고 주어진 상황을 즐길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보자.

가사를 노동으로 만들지 말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끼리 음식 장만 보다는 맛집을 찾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거나, 음식을 만들 때도 남녀 구분없이 서로 도와가면서 같이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즐겨 보는 것도 방법이다. 똑같은 일도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서로에 대한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명절 휴일이 조금은 나아지리라 본다.

장난감 가게 앞에서 부모와 실랑이를 벌이는 꼬마, 사탕 하나를 두고 싸우시는 요양원의 치매 환자분들, 어린 시절부터 갖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가져야 한다고 우리 몸 세포의 DNA 하나하나가 기억하고 있나 보다. 누구나 살면서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들을 하면서 살아간다. 수만 가지의 생각 중 대부분이 욕심과 집착에서 온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는 있다.

생각들이 복잡해 힘들어하고 있을 즈음 친구가 보내준 좋은 글이 있어 소개해 본다. 아래 글은 법륜 스님의 말씀이다.

“상대를 이해하면 내 마음이 편안합니다.
상대에게 바라는 마음을 내면 내가 괴로워집니다.
집착을 가만히 내려놓으면, 욕심을 크게 한 번 내려놓으면,
생기가 돋는지 무기력해지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집착하면 상대를 죽이는 파괴의 에너지가 나옵니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 생기가 돋아납니다”

경쟁의 사회 속에서 비우고 내려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많은 선지인들은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자기 수양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마음에 조금의 여유만 가져도 한결 쉽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인데 우린 그 조금의 여유조차 낼 수가 없는 자신을 본다. 화가 난 마음에 장만한 음식은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맛이 없다.

긴 명절 휴일이 지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들이었다. 미리 걱정하고 조바심 내지는 않았는지, 내가 조금 더 고생하면 모두가 편해질 일인데 내 욕심에 다른 이를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다가오는 명절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생각으로 가족을 만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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