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이 4500원이 된다고?
담배값이 4500원이 된다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9.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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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20대 무렵엔 술마시며 밤새 피우기도 했지만 첫아이 배고 나서부터는 안 피운다. 그런데도 이건 아니다.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물건의 값을 인상하면서 거의 50%를 올리다니! 내 나이 60을 바라보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여태는 정부 사업의 물건 값은 대기업에 비해 둔하게 인상되곤 했다. 안 그런가? 내가 잘못 알았나? 정말 헷갈린다. 그런데 이게 뭔가 거의 배로 올린다고? 것도 담배값을?


우리 서민은 너무도 잘 안다. 부자들은 2500원짜리 담배를 절대로 안 피운다는 걸. 아예 담배처럼 몸에 해로운 건 입에 대는 건 고사하고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한다. 그럼 그 2500원짜리 담배는 우리 서민들이 피운다는 얘기다. 부자들은 근처에도 안 오는 그 담배를 서민은 왜 피울까. 말을 하기 전부터 마음이 아프다. 괴로워서, 고통스러워서, 서러워서, 짜증나서, 슬퍼서, 그리워서, 가여워서, 부러워서, 질투나서, 증오가 일어서 피운다. 먹고살기 괴롭고, 하기 싫은 일 하자니 고통스럽고, 부자들 밑따까리 하자니 서럽고, 누구는 돈으로 권력도 사서 담배값도 눈 하나 까딱 안 하고 배로 올리는데 담배값 걱정하자니 짜증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가출한 엄마가 보고 싶어서 슬프고, 트럭으로 장사하다 사고당한 아빠가 그립고, 맞벌이 나간 엄마 찾는 세 살배기 동생 보자니 가엽고, 넓은 집 좋은 차 가진 사람이 부럽고, 니들 국회의원되고 시의원되고 장관되고 대통령되고 교수되고 회장되는 거 바로 말해 질투나고, 선거 때는 세금 안 올린다고 지껄이다가 이 따위로 세금폭탄을 서민에게만 앵기며 거짓말하는 니들이 증오스럽고, 원망되고 미워서 우리는 담배를 피운다. 성질대로 할 것 같으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명쯤은 죽여야 직성이 풀리겠지만 그리되면 우리는 감옥을 하루에 수십 번을 들락거려야 하잖아? 우리도 그쯤은 안다. 그래서, 2500원짜리 담배 한 개비 피우는 것으로 치미는 성질을 스스로 죽이며 또는 달래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분명히 말하는데 우리는 기쁠 때는 잘 안 피운다. 기쁠 때는 우리도 너희 부자들처럼 몸에 해로운 걸 안 한다니까!! 이게 무얼 말하는지 아는가? 우리는 지금 너무도 너무도 견디기 힘들다는 말이다. 담배라도 안 피우면 도저히 견뎌내질 못한다는 말이다. 그런 담배값을 배로 올린다고? 감히? 서민이 무섭지도 않은가?? 국민은 하늘이라 했거늘,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는 지금 속으로 속으로 통곡한다.

이 사실을 알고도 그 담배값을 거의 배로 올린다는 건 죄악이고 범죄다. 이 죄값을 어찌 다 갚으려 하는가? 기억되기로는 80년대 국내에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있었다. 자고 나면 물가가 배로 뛰곤 했다. 해가 바뀌면 집값 땅값이 두 배로 뛰곤 했었지. 돈 있는 사람은 사재기 투기로 떼돈을 벌었지. 그러나 우리서민에겐 그림에 떡이었다. 그때도 술값 담배값은 이렇게 퍽 퍽 뛰진 않았다.

정부가 운영하는 담배값을 배로 올리면 다른 물가는 어떻게 되겠는가. 줄줄이 오를 것인데 우리는 그게 더 걱정이다. 막말로 담배야 끊어도 사는데 지장 없다. 오히려 건강에 좋다. 그러나 덩달아 오른 물가는 어쩔 것인가. 그러고 보면 기업체는 물가 올리면 신나게 되고 정부는 세금 더 걷으면 신나겠네. 우리 서민만 죽어나네?? 요 몇 년 전부터 언론들이 눈을 감아서 그렇지 물가가 장난 아니게 올랐다. 동네 슈퍼에서 5~600원 했던 것들은 일제히 1000원이다. 이런 추세라면 3년 전쯤에 내가 식당에서 알바로 한 시간에 4500원을 받았다면 지금엔 8~9000원은 받아야 맞다. 그렇잖은가? 내가 계산 잘못했나?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4~5년 전의 시급 4~5000원을 그대로 받으며 일하고 있다. 시급이 안 오른다고 말이라도 하면 언제든지 꺼지란다. 꺼지라는 말이 무서워 우리는 진짜 끽 소리도 못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사람 무서운 줄 모르면 천벌 받는다. 요즘엔 대형 신들이 다 죽었는지 천벌을 잘도 피해간다 해도 이래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서민들도 너무 이렇게 빨리다보면 패앵, 돌아버리지 않을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우리 자신들도 모르겠다.

제발 부자 신들이시여! 굽어 살피옵소서! 우리는 너무도 살기 고통스럽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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