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소설가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20대 무렵엔 술마시며 밤새 피우기도 했지만 첫아이 배고 나서부터는 안 피운다. 그런데도 이건 아니다.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물건의 값을 인상하면서 거의 50%를 올리다니! 내 나이 60을 바라보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여태는 정부 사업의 물건 값은 대기업에 비해 둔하게 인상되곤 했다. 안 그런가? 내가 잘못 알았나? 정말 헷갈린다. 그런데 이게 뭔가 거의 배로 올린다고? 것도 담배값을?
우리 서민은 너무도 잘 안다. 부자들은 2500원짜리 담배를 절대로 안 피운다는 걸. 아예 담배처럼 몸에 해로운 건 입에 대는 건 고사하고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한다. 그럼 그 2500원짜리 담배는 우리 서민들이 피운다는 얘기다. 부자들은 근처에도 안 오는 그 담배를 서민은 왜 피울까. 말을 하기 전부터 마음이 아프다. 괴로워서, 고통스러워서, 서러워서, 짜증나서, 슬퍼서, 그리워서, 가여워서, 부러워서, 질투나서, 증오가 일어서 피운다. 먹고살기 괴롭고, 하기 싫은 일 하자니 고통스럽고, 부자들 밑따까리 하자니 서럽고, 누구는 돈으로 권력도 사서 담배값도 눈 하나 까딱 안 하고 배로 올리는데 담배값 걱정하자니 짜증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가출한 엄마가 보고 싶어서 슬프고, 트럭으로 장사하다 사고당한 아빠가 그립고, 맞벌이 나간 엄마 찾는 세 살배기 동생 보자니 가엽고, 넓은 집 좋은 차 가진 사람이 부럽고, 니들 국회의원되고 시의원되고 장관되고 대통령되고 교수되고 회장되는 거 바로 말해 질투나고, 선거 때는 세금 안 올린다고 지껄이다가 이 따위로 세금폭탄을 서민에게만 앵기며 거짓말하는 니들이 증오스럽고, 원망되고 미워서 우리는 담배를 피운다. 성질대로 할 것 같으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명쯤은 죽여야 직성이 풀리겠지만 그리되면 우리는 감옥을 하루에 수십 번을 들락거려야 하잖아? 우리도 그쯤은 안다. 그래서, 2500원짜리 담배 한 개비 피우는 것으로 치미는 성질을 스스로 죽이며 또는 달래기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분명히 말하는데 우리는 기쁠 때는 잘 안 피운다. 기쁠 때는 우리도 너희 부자들처럼 몸에 해로운 걸 안 한다니까!! 이게 무얼 말하는지 아는가? 우리는 지금 너무도 너무도 견디기 힘들다는 말이다. 담배라도 안 피우면 도저히 견뎌내질 못한다는 말이다. 그런 담배값을 배로 올린다고? 감히? 서민이 무섭지도 않은가?? 국민은 하늘이라 했거늘,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는 지금 속으로 속으로 통곡한다.
정부가 운영하는 담배값을 배로 올리면 다른 물가는 어떻게 되겠는가. 줄줄이 오를 것인데 우리는 그게 더 걱정이다. 막말로 담배야 끊어도 사는데 지장 없다. 오히려 건강에 좋다. 그러나 덩달아 오른 물가는 어쩔 것인가. 그러고 보면 기업체는 물가 올리면 신나게 되고 정부는 세금 더 걷으면 신나겠네. 우리 서민만 죽어나네?? 요 몇 년 전부터 언론들이 눈을 감아서 그렇지 물가가 장난 아니게 올랐다. 동네 슈퍼에서 5~600원 했던 것들은 일제히 1000원이다. 이런 추세라면 3년 전쯤에 내가 식당에서 알바로 한 시간에 4500원을 받았다면 지금엔 8~9000원은 받아야 맞다. 그렇잖은가? 내가 계산 잘못했나?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4~5년 전의 시급 4~5000원을 그대로 받으며 일하고 있다. 시급이 안 오른다고 말이라도 하면 언제든지 꺼지란다. 꺼지라는 말이 무서워 우리는 진짜 끽 소리도 못한다.
이래서는 안 된다. 사람 무서운 줄 모르면 천벌 받는다. 요즘엔 대형 신들이 다 죽었는지 천벌을 잘도 피해간다 해도 이래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서민들도 너무 이렇게 빨리다보면 패앵, 돌아버리지 않을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우리 자신들도 모르겠다.
제발 부자 신들이시여! 굽어 살피옵소서! 우리는 너무도 살기 고통스럽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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