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권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9.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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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인간이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의 것은 반복하면 할수록 만족감이 떨어진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 먹을수록 예전만큼 맛을 내지 못한다. 그래서 음식점이 많이 생겨나고 많이 문을 닫는다. 음식점을 찾는 맛의 마니아들도 한 음식점만 계속해서 찾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리 예쁘고 고급스러운 옷도 한두 번 입고 나면 다른 모양의 옷으로 바꿔서 입게 된다.


그러나 권력만큼은 다르다. 권력이란 결국 타인의 행동을 나 자신에게 이득 되도록 제어하는 힘을 말한다. 더 많은 사람을 제어하면 할수록 나에게 돌아오는 이득도 많아진다. 그 특징은 항상 같은 사람을 통한 동일한 이득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의 제어 덕분에 나는 보상과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뇌는 ‘보강학습’ 메커니즘을 통해 중독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에는 한번 무한 권력을 맛보면 더 이상 빠져나오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터키 민족 오스만 제국에 1453년 점령당하기 전까지 1000년 넘게 지중해 동쪽 국가를 통치하던 비잔틴제국은 기독교를 받아들인 콘스탄티누스 1세(272~337) 황제에 의해 로마제국의 수도를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는 비잔티움으로 옮기며 동로마제국(훗날 비잔틴제국)의 시대를 연다. 하지만 로마제국의 모든 권력을 손에 넣은 콘스탄티누스는 전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크리스푸스가 새어머니인 파우스타와 연인 관계였다는 이유로 아들과 아내를 사형시킨다. 그런가 하면 황제 레오 4세의 아내 이레네 사란타페카이나(752~803)는 남편이 죽자 어린 아들의 눈을 찔러 장님으로 만들고 자신이 비잔틴제국 첫 여자 황제가 되는 데 성공한다. 또한 콘스탄티누스 8세의 딸 조에 포피로게니타(978~1050)는 남편을 살해하고 자신보다 수십 년 어린 2명의 새로운 남편들을 앞세워 실질적 권력을 유지하기도 한다.

맹수류에 속하는 사자나 살쾡이는 주린 배를 채우는 사냥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는다. 나중을 위해 따로 저장해 두지 않는다. 배불리 먹고 나면 그저 낮잠을 자고 우주가 선물한 대자연의 정경을 두 눈 뜨고 즐긴다. 소는 인간을 위해 매를 맞으면서도 불평 없이 논·밭갈이 하고 묵묵히 무거운 짐을 실은 우마차를 끈다. 불교에서는 정글법칙을 따라 사는 살쾡이나 일만 하는 농우(農牛)가 무한한 욕망에 불타는 인간보다 오히려 무욕(無慾)·보살도(菩薩道)라고 한다.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의 저자 장 피에르와 라셀 카르티에는 ‘모자랄까 봐 미리 준비해 쌓아 두는 그 마음이 곧 결핍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권력이 무엇이기에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 할 아들을 그 어머니가 장님으로 만들고 아버지가 아들을 사형시키는가? 태종 이방원은 권력을 잡은 후 같은 형제인 안평대군을 죽이고 수양대군은 권력을 잡은 후 조카인 단종을 죽이고 영조대왕은 아들인 사도세자를 뒤주에 넣어서 굶어죽게 하였다.

전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을 지내셨던 만암(曼庵:1876~1956)스님께서는 “세상만사 이치와 도리가 다 고무줄과 같다. 재물을 모으기만 하고 쓰지 않으면 고무줄이 늘어날 줄만 알았지 졸아들지를 아니하는 격이요, 또 재물을 쓰기만 하고 벌어들이지 아니하면 고무줄이 늘어날 줄을 모르는 것과 같다”고 일러 주셨다.

돈 많은 사람은 자식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권력이 높은 사람은 권력에서 물러났을 때 허탈해 한다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누구나 세상을 떠날 적에 마지막으로 입는 옷,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으니 사랑도·원한(怨恨)도·미움도·시기(猜忌)도·질투(嫉妬)도·비싼 옷도·보석(寶石)도·비싼 그림도·고급가재도구도·채권도·채무도·재화(財貨)도·보물(寶物)도·골동품도·땅도·집도·명예도·감투도 담아갈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어리석은 중생들은 오늘도 탐욕의 불길에 쌓여 허덕이고 있구나!

권력자는 ‘필요할 땐 꽃가마를 보내지만 용도가 폐기되면 사약(賜藥)을 내린다’고 했다.

사람은 직립하면서 피를 위로 끌어올리는 장력(場力)을 지탱하느라 고통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절대로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가난한 사람이나 권력이 센 사람이나 그때 먹던 밥을 지금도 그대로 먹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흘러가는 물소리와 바람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다.

본래자성(本來自性)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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