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기억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09.30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소설가

추석 연휴 때 배를 타고 시댁엘 다녀왔다. 객실에 앉아서 생각되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그날 이후론 이제 배를 못 탈 것이다, 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그들은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왜 책임자 처벌은 고사하고 진상규명조차 안 되는지 강한 의혹이 생겼다. 왜지?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가 처벌되고 나야 잊을 수도 있을 것인데. 유가족이 광화문에서 농성을 계속한다면 오히려 잊기가 더 어려운 것 아닌가? 혹시 누군가 우리 국민을 세월호 참사 속에다 구태여 가둬 놓는 거 아닐까?


정말 문득 아주 오래 전에 썼던 작품이 상기되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전 지구를 지배하기 위해 요소요소에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분쟁지구를 생산하고 구축한다. 이는 무기나 남아도는 식량 등 미국의 상품을 팔아먹기 위해서다. 또한 자기들의 힘을 과시하고 관련된 또 다른 강대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미국의 기획을 우리는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전쟁이나 분쟁을 기획한 건 감쪽같이 모른 채 오히려 그 분쟁을 해결하는 해결사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또한 기획일 수 있는데도.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가 진상규명조차 되지 않고 세월호라는 배의 침몰과 함께 참사 자체가 침몰해 꼼짝도 안하고 있다. 이에 유가족과 국민들은 진상을 규명해 진실을 밝히라고 하고 그걸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곳에서는 모른 척하고 있다. ‘모른 척’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일의 진척을 볼 수 없다. 유가족이 어디를 가겠다고 해도 못 가게 한다. 누구를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해도 아무도 만나주지 않는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 유가족은 광화문에 갇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큰 일을 해결을 하지 않고 미결인 상태로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의혹이 일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왜?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지구 곳곳에 분쟁의 해결을 돕기도 하지만 분쟁을 유지하기도 해서 자국의 이익을 취하듯이 세월호 참사를 해결하지 않고 굳이 ‘가둬서’ 무슨 효과를 볼 수 있는가 말이다. 마치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곳을 어느 한쪽의 힘을 빼기 위해 또 다른 가까운 곳에 다른 분쟁을 일으키듯이, 마치 이쪽의 말이 듣기 싫어서 말을 끊고 다른 화제를 들이미는 것처럼 보이지 않은가?

세월호 참사라는 이 거대한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동안 잊혀지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게 뭘까? 곰곰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자고 기억하자고 부르짖고 있는 동안 잊혀지고 있는 일은 도대체 무엇일까? 혹시 부정선거에 대한 논란은 아닐까. 그러고 보니 그 논란이 아주 감쪽같이 사라졌다. 만약 이 짐작이 맞다면 참으로 절망적이다. 아니라고, 아니길 빌고 빈다.

미궁의 사건을 또 다른 미궁의 사건으로 덮어버린다고? 이런 식으로 계속 나아간다고 보면 머지않아 세월호 참사는 또 어떤 미궁의 사건으로 덮으려 하는가? 이래서는 안 된다. 절대 다수의 국민을 언제까지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진실이 가장 강하다. 하루라도 빨리 진실을 돌이켜야 한다. 어렵더라도 그래야만 미래가 있다. 희망이 있다. 지금 보라, 사람들이 철저히 분열하고 있다. 진실이 사라진 이런 혼돈 속에서 자신들의 불의하고 부정한 마음과 행동까지도 합리화하고 정당화 하고 있다.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살고자 하는 사람을 경원시 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까지도 합리화한다. 마치 진실을 경원시 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방법처럼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진실을 외면하고 부정하는 것이 하나의 선택이고 삶의 방법이라고 여기는 것은 엄연한 범죄다. 머지않아 치명적인 불행을 가져온다는 걸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인생을 망친다는 말이다. 하물며 젊은 사람들이 그런 범죄를 저지른다면 이는 그 개인으로 보나 국가로 보나 참으로 절망적이다. 악은 많아도 일선엔 못 이긴다고 했다. 어렵더라도, 어려운 때일수록 진실과 선량함으로 진정 행복한 삶을 느리더라도 차곡차곡 알뜰히 쌓아갈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