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대운동회
가을 대운동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0.0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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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가을의 청명한 날씨가 한층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날이다. 봄부터 싹을 틔우고 키운 나무들이 이제는 하나 둘 단풍으로 물들이고, 국화향이 온 누리로 은은하게 퍼지는 날이다. 이맘때면 초등학교에서는 가을 대운동회를 하였다. 길가에는 울긋불긋 코스모스가 화사한 모습으로 모두를 반기고, 들판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운동회를 어른들은 옛 추억을 되새기면서 함께 즐기는 날이었다.


내 교육경력이 이제는 한 세대가 넘긴 세월이다. 1980년대 초 내가 발령을 받은 학교는 시골의 작은 학교로 전교생이 60여명의 작은 학교였다. 5학년을 맡고 젊은 총각 선생으로 꾸미기체조를 맡아서 하였다. 2학년부터 6학년까지 남학생들을 모아서 물구나무서기, 탑 쌓기 등 어려운 종목을 아이들과 함께 연습하고 운동회날 실시하였다. 그렇게 한 운동회가 어느 때는 많은 참여객을 위하여 추석 중 추석 뒷날을 택하여 하고, 그 뒷날을 쉬게 하는 때도 있었다. 그리하여 농촌에서는 운동회가 마을 잔칫날이었다. 학생이 있든 없든 마을의 어른들은 모두 모여서 아이들과 운동회를 즐기었다. 물론 학교에서는 그기에 맞게 학부모나 마을의 사람들을 위하여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시하였다.

올해 교장으로 첫발을 내 딛고 처음으로 운동회를 실시하였다. 9월 1일 발령을 받은 나는 9월도 채 가기 전에 본교와 분교의 운동회를 맞이한 것이다. 교직 생활에서 운동회 주무를 맡아 운동회를 실시한 것이 더 많을 정도로 운동회는 나에겐 친숙한 것이었는데, 학교의 최고 관리자로서 실시한 운동회에서는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한 것이었다. 먼저 본교에서 있은 운동회는 모든 진행과 음향시설 등을 이벤트 회사를 섭외해서 진행하게 하였고, 농촌의 작은 학교인지라 학부모회가 많은 것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학부모들이 많이 참여하여 운동회는 재미있게 실시하였다. 나는 내빈과 학부모님들의 접대와 참여를 위하여 반갑게 맞이하고 인사를 하면서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교사 때와는 다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운동회를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분교에서의 운동회는 그야말로 온 동네의 잔치였다. 마을의 학부모들이 천막을 치고 손님들을 맞이하였으며, 운동회 종목 종목에 참여하였다. 또한 마을의 할머니들이 많이 참여하여 식사도 하고, 그동안 익힌 춤 솜씨를 아이들에게 보여 주면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한 때를 보내었다. 특히 지금 도시의 대부분 운동회에서는 볼 수 없는 옛 농촌의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옛 모습의 운동회를 곳곳에 보여주었다. 다른 면이라면 음향이라든가 진행을 이벤트 회사에서 하도록 선생님과 함께 기획한 것이다.

나도 관리자로서 학부모와 지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에게로 향한 관심이 학교로 다가와 선생님과 학교의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항상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속엣 이야기도 함께 나누면서 아이들의 발전과 향상된 모습을 위하여 품었던 이야기도 나누었다. 교실이나 교무실, 교장실 등에서는 잘 나누기 힘든 많은 이야기들 이었다. 프로그램의 면면을 본다면 옛날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운동회지만 그래도 많은 부모들이 참여해서 함께 하고 즐기면서 하루를 아이들과 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간직한 것이었다. 옛날의 학교에서는 모든 학교에서 가을 대운동회를 마을 잔치로 하였는데, 요즈음에는 어린이날 기념으로 소체육회를 하여 가을대운동회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준다. 모든 게 장단점을 가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느 것이 좋고, 교육적인 것인지는 생각하는 사람들의 견해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교장으로 첫발령을 내 딛은지 1개월이 채 안되어 운동회를 2번 하면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운동회와 조금은 변해가는 운동회를 현대에 맞게 실시하는 것을 선생님들과 함께 한 나는 빠르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에 아직은 어린이의 마음이 남아 있음을 보았다. 그것은 인간미가 우리들의 마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인성을 가지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다.

가을 대운동회! 온 마을의 잔치! 어른들에겐 추억의 한 페이지 이지만 아이들에겐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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