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지리산 막걸리 학교 제5강
(5)지리산 막걸리 학교 제5강
  • 허성환 인턴기자
  • 승인 2011.06.01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 막걸리 시음, 평가

경남도민신물 부설 ‘막걸리와 최고경영자의 만남, 지리산 막걸리 학교’의 다섯 번째 강의가 11일 오후 7시 대흥농장에서 “막걸리는 술독에서 익어간다. 내 막걸리 시음”이라는 주제로 야외실습으로 진행되었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30명의 인원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수업을 끝마쳤다.

 

 막걸리 거르기가 시작되고 있다.
이날 강의는 오정근 주조사가 진행했고 오외숙 조교가 실습을 돕는 형식으로 전개됐다.

진행에 앞서 오 주조사는 “실제적으로 양조장과 시설 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시중에서 파는 막걸리의 맛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만 모두가 제 손으로 만든 것인 만큼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습을 위해서 수강생들은 분임별로 나누어져 각자 담은 항아리 앞에 서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맛있겠다” “과연 어떤 맛일까” 하는 기대 가득한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수강생들의 틈 사이에서 “항아리 내가 다 비울 테니 콜택시 미리 불러 놔라” 라는 말이 나와 웃음이 터졌다. 


오정근 주조사는 각 분임별로 담근 항아리를 하나씩 보고 만져보았다. 네 개의 항아리가 테이프로 둘둘 감겨진 것을 확인하고는 안타까운 눈빛을 보이며 “원래 술은 뚜껑을 닫으면 안 된다. 유산균이 숨 쉬어야 하는데 숨 쉴 수가 없다. 각 분임 별의 술의 맛은 거의 같을 것이다. 왜냐하면 모두 같은 재료를 쓰고 같이 뚜껑을 닫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결과를 예상했다. 

 담은 막걸리를 체에 붓는 장면

그런데 오 주조사와 수강생들이 술이 담긴 항아리를 점검하다가 총 여섯 개가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해 했다. 원래 각 분임 당 하나의 항아리가 주어졌고, 분임은 총 다섯 개가 있으므로 다섯 개의 항아리가 있어야 하는데 여섯 개의 항아리가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런가 했더니 학주(學酒)의 신종길 분임장이 배운 것을 복습하는 차원에서 집에서 항아리를 하나 더 준비해서 막걸리를 담았기 때문이었다. 한 수강생은 그 관경을 목격하고 “항아리가 새끼를 쳐서 하나 더 가져왔다”며 재미있어 했다.


 시범을 보이는 오외숙 조교
항아리를 점검한 오 주조사는 “어느 정도 날짜가 지나면 독한 이산화탄소 냄새가 없어지고 조금씩 술 향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때 술을 거르면 된다” 고 말하며 오외숙 조교를 지시해 술을 거르는 실습을 선보였다. 담근 술에 물을 1대1 비율로 붙고, 항아리를 들어서 체에 부었다. 손바닥으로 체를 치면서 술을 거르고 누룩 찌꺼기는 눌러 주면서 술을 걸러냈다. 


시범이 끝나자 곧바로 각 분임별로 술을 거르는 작업을 했다. 먼저 맑은 윗물이 나오고 이어서 아래의 건더기들이 나왔다. 건더기가 불규칙하게 나오고, 또 능숙하지 못하다 보니 아까운 술이 몇 방울 주변으로 튀기도 했다. 간혹 건더기에 막혀 술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오 주조사는 “손바닥으로 바닥을 긁어줘야 술이 잘 걸러진다”고 설명했다. 


 막걸리를 거르는 수강생
술을 거르는 도중에 한 수강생은 “나이가 많은 팀의 술이 연륜이 묻어나서 가장 맛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입맛을 다졌다. 모든 분임이 막걸리를 거르고 나서 막걸리 사발에 시음할 막걸리를 준비했다. 
시음을 한층 더 즐겁게 하기 위해서 각 분임별로 찬조 된 파전과 두부, 그리고 김치가 세팅되었다. 수강생들은 우왕좌왕 하고 술렁이다가 자리에 앉아서 안주를 먹으면서 자신의 분임이 담은 막걸리평가를 시작했다.


각 분임별로 각자가 담은 막걸리는 맛보고는 “싱겁고 쓰다.” “씁쓸하다” “농도가 진하다” “무아지경의 맛이다” 등 각양각색의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전체적인 반응은 “시중에 파는 막걸리와는 사뭇 다른 맛이 난다”고 했다. 


이어서 각 분임별로 순례시음을 했고, 분임장들이 대표로 소감을 발표했다. 각 술의 맛에 대한 평가,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락주(樂酒)의 허남건 분임장의 발표가 있었다. “학주 것은 숙성이 잘 되어서 전체적으로 괜찮다. 락주 것은 저대로 된 전주 맛이 그래도 나왔다. 석주 것은 미주 상태였다. 발효를 2,3일 더 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장주는 상한 듯한 느낌 기주 것은 더 심한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이것은 실습이고 나날이 발전되고 (막걸리 제조를)스스로가 해 본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라고 발표했다.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석주(昔酒)의 강부안 분임장은 “락주, 학주 것은 맛도 있고 달콤하다. 장주는 쓰고 신맛, 기주는 무난하고 맛있다”라고 발표했다.


술의 주도삼매에 든 장주(長酒)의 이길환 분임장은 “비슷비슷한데 누가 물을 더 많이 부었느냐, 의 차이인 것 같다”고 발표했다.
술의 진미에 반한 기주(嗜酒)의 김병효 분임장은  “결국 정성이다. 모두 정성이 깃들여 있기 때문에 다 맛있다”고 발표했다.
술의 진경을 배우는 학주(學酒)의 신종길 분임장은 “다 맛있었고, 발효가 전체적으로 덜 됐고 신맛이 안 나는데 발효 때문이다. 신맛이 안 난 것은 자격미달에 속한다. 뚜껑을 닫은 것과 안 닫은 것의 차이다”고 발표했다.


오정근 주조사
오 주조사는 각 분임별 발표를 듣고 “다들 의견이 엇갈리는데 여기 술은 거의 다 미주다. 온도조절이 안되어서 그렇다. 막걸리학교에서는 양조장처럼 만들 수 없다. 온도만 해도 그렇다. 37도로 올려줘야 한다. 그 이후의 온도 조절도 중요한데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학교이기 때문에 그 관리가 실제로 어렵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만든 술을 자기가 먹는 것에 의미가 크다” 라고 말했다. 도중에 한 수강생이 “시중에 파는 술과 맛을 같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오 주조사가 성실히 답변 해주었다. 
 “시중에 파는 술 맛이 나지 않는 이유는 방부제와 첨가물을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술에 들어가는 다양한 첨가물로는 아스파탐, 아세섬팜칼륨, 구연산, 젖산, 정제효소제, 개량누룩(조효소제) 등이 있다. 아스파탐과 아세설팜칼륨은 설탕의 200배에 해당하는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이고 구연산과 젖산은 술의 산도를 높여 잡균으로부터 오염을 방지한다”라고 이론을 덧붙였다.

 


오 주조사가 다른 한 팀의 막걸리 맛을 보고는 또 설명을 이었다. “막걸리는 발효관리가 중요하다. 온도는 23~28도를 유지해야하며, 30도 이상으로 넘어가면 초산균이 침범하기 쉽다. 하루에 술을 한 번 씩 저어 주는 등 상당한 정성과 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원래 술통은 천이나 한지로 덮어서 끈으로 묶어두는 게 좋다. 비닐로 만들어 줄 경우엔 숨구멍을 따로 만들어 줘야 한다. 항아리 또한 중요하다. 항아리에 잡균이 자랄 수도 있다. 온도를 맞춰서 해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온도가 낮아서 밀가루 냄새가 나고 그러는 것이다” 

 잘 걸러진 막걸리
오 주조사 또한 분임별로 돌며 순례 시음을 했는데, 막걸리 명인답게 아주 긴 말들이 이어질 것을 예상 했는데. “맛있다” “괜찮다” 등의 비교적 간단한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각자 정성이 담겨있고 손 수 만든 것들이라서 모두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총평했다.

수업을 마치자 윤여상 사무국장이 “비가 오는 날은 막걸리가 더 땡기는 법, 인맥구성과 함께 스킨쉽을 할 시간이다” 라고 말하며 뒤풀이를 안내했고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뒤풀이에 참석했다. 
 

 

허성환 인턴기자 / 이용규 사진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