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智異山) 법계사에서, 어머님을 친견하고…
지리산(智異山) 법계사에서, 어머님을 친견하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9.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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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걸/울산 새부산 콘크리트 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칠월의 마지막 날 휴일은 모두 하기휴가에 들어가 이미 계곡과 바다에는 사람이 넘쳐 도로가 막혀 인내가 필요했다. 집 나가면 고생인 것을…. 중산리 국립공원 관리소 마당까지 가야하는데 중간에서 길이 막혔다. 턱밑에서 모두 회차를 시키니 큰일이다. 물이 맑고 수량도 많아 많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펜션에 짐을 풀고 추억 만들기 휴가 중이다. 법계사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가 위령탑에서 하차했다. 하필 음력 초하루라 도처에서 신도들이 몰려 올라가는 길에 어깨가 부딪혀 미안했다. 일 년에 겨우 힘을 내어 한두 번 오는 길이지만 20년이 넘었으니 길가의 돌 하나 나무 한그루도 서로 알고 지내는 도반친구사이다.

지리산에 들어서면 먼저 합장을 하고 기도를 한다. 무사히 오를 수 있도록 빈다. 지리산의 사계는 만날수록 새롭고 신선하다. 봄이 오면 겨울과 봄 사이의 이야기, 여름이 오면 산내음 흐르는 계곡의 법문소리, 가을에 오면 나무의 결실 단풍들과 풍성한 가을의 낙엽들이며 쪽빛 하늘, 겨울철에 가보라. 계곡의 바위들이 흰 모자를 쓰고 선 공부에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한겨울 동안거하니 과연 지혜의산, 어미 산, 민족의 영산으로 한국인의 용맹한 기상(氣像)의 발원지 인 것이다.

언제나 법계사로 오르는 길은 땀으로 목욕하는 수행의 길이다. 이마의 땀이 뚝뚝 떨어질 때 마다 내장의 찌꺼기가 빠지듯 시원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물, 수액이 흐르는 저 물소리에 나무들은 신선이 되어 살고 있구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막히면 채워 넘쳐흐르거나 둘레로 흐르니 어디 다툼이 있겠는가. 계곡의 물은 어찌나 물이 차가운지 흰 머리카락이 돋아나듯 살아온 나이만큼 부끄럽고 어리석다. 적멸보궁에 앉으니 유리창 넘어 만년바위얼굴에도 주름살이 더 깊은데 눈을 감고 창을 보니 천왕산에서 나물 보따리 이고 지팡이를 짚고 다리 관절염 때문에 나를 부르고 있구나. 엄마 법계사에서 편히 쉬고 계시라했는데 어찌 신선초로 자식과의 깊은 천륜 벗지 못하고 있습니까.

뜨거운 눈물은 업보의 눈물인지 무상보시 어머님의 내리사랑인지…. 어찌하여 나는 이렇게 높은 곳에 어머님 쉼터를 장만하였는지…. 고향 산에는 미타암도 있고 내원사도 있으며 양산 통도사도 있사온데 멀고 먼 지리산 법계사란 말인고. 우리 내외가 더 늙어 오지 못하면 어떻게 하라고 그리도 깊은 인연의 만남이 쉽지도 아니한가.

어머니 돌아가신 뒤 석 달 동안 헤매고 몸부림 친 곳이 어드메 있을는지. 터파기를 막 시작한곳 적멸보궁 불사를 보고 어머님의 위를 극락영전에 모시였사오니 하늘아래 가장 높은 절에서 쉬시다가 고향 미타암으로 쉽게 오시라 당부 하였거늘… . 어미 산 민족의 영산(靈山)에 모신 후 날로 법계사도 번창하였습니다. 코골이 아내와 독방에 잘 잠들어 깨어보니 폭우가 쏟아지는 새벽입니다. 아내는 발심하여 기도가고 아들은 비를 뚫고 천왕봉을 올라갑니다. 어서 어머님 보따리를 받아야 하니까요. 무거울세라 얼마나 힘겨우실까….

큰스님 진욱스님은 토굴에 가신 후 뵈올 길이 없고 땅 한 평 없는 법계사에 땅을 사들이고 적멸(寂滅)보궁, 산신각이며 범종불사로 불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1700년의 고찰 법계사는 민족정기 발원지로 법계사 범종은 해가 뜰 때마다 삼라만상의 여명을 깨우고 죽은 자와 산사람의 영혼의 울림으로서 법계중생 일깨워 지혜의 깨침 일어나 민족의 혼으로 지구촌의 많은 중생을 상생 공존 이루어나니 삼라만상은 모두 종소리 듣고 생명의 소리 듣도다. 새싹이 돋아나듯 다시 환생하도다.

오늘은 폭우가 쏟아집니다. 청량한 물소리, 바람소리, 빗소리, 목탁소리 모두 자연의 소리가 되어 두 손 모아 합장한 불자들의 수행을 천지간에 부모님의 은혜 어머님의 사랑에 비추오리까. 초등학교 총동창회에서 소 한 마리 잡아 경로잔치를 하는데 땅 끝을 물고 지팡이를 짚고 오시던 어머님의 모습이며 훤히 웃으시며 우리 아들 큰일 했다 고맙다 하시던 어머님의 말씀도 오래도록 기억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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