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면 세 가지를 지키며 살거라
결혼을 하면 세 가지를 지키며 살거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0.0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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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결혼을 하루 앞둔 날 밤에 신부의 어머니가 딸에게 다음과 같이 일러주었다.‘결혼을 하면 너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명심해서 지키며 살아가도록 해라. 첫째, 매일 아름다운 옷을 입어라. 둘째,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어라. 셋째, 매일 거울을 보아라’ 이는 ‘현우경(賢愚經)’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머니가 이렇게 딸에게 충고하는 것을 신랑의 아버지가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신랑의 아버지는 조정(朝廷)의 대신(大臣)이었다. 따라서 신부가 웬만큼 사치스러운 생활을 해도 큰 걱정거리가 되지는 않을 만큼 재산도 많았다. 그렇다고 해도 모처럼 맞아들인 며느리가 매일같이 아름다운 옷이나 입고, 맛있는 음식이나 먹으며 하는 일 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만 들여다본다면 집안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신랑의 아버지는 고민스러웠으나 당장 내일로 닥친 결혼을 취소해 버릴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어쩔 수 없이 결혼식은 예정대로 거행되고 말았으나 시아버지인 대신은 걱정으로 나날을 보내면서 새 며느리를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그런데 신부는 이외로 사치를 부리기는커녕 여간 검소하지 않았다. 옷도 하인들이 입는 옷보다 별로 값진 것도 아니었고, 밥도 맛있는 것만 가려서 먹는 것 같지도 않았으며 거울을 보는 일도 별로 없었다.

대신은 궁금증을 참다못해 며느리를 불러서 넌지시 물어보았다.

‘며늘아 네가 시집오기전날 밤에 네 어머니께서 너에게 훈계(訓戒)하는 것을 내가 그만 엿듣고 말았다. 그런데 너는 어머니가 모처럼 당부하신 일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시집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왜 어머니의 당부대로 하지 않는지 말해 줄 수 있겠느냐?’

‘아닙니다. 저는 열심히 어머니께서 당부하신 말씀을 지키고 있습니다’

‘네 어머니께서는 매일 아름다운 옷을 입으라고 가르치지 않았느냐? 그런데 나는 여러 날이 지나도록 네가 값진 옷을 입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것은 진정으로 아름다운 옷입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옷은 결코 값진 옷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옷이란 빨래를 잘한 깨끗한 옷입니다. 그래서 저는 빨래를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너는 음식도 까다롭게 가려서 먹지 않던데…?’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음식이란 산해진미(山海珍味)를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일한 다음에 먹는 음식은 어떤 산해진미에 못지않게 맛있는 것이랍니다’

‘그러면 매일 거울을 들여다보라는 네 어머니의 말씀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거울은 우리가 흔히 쓰는 거울이 아닙니다. 자기반성을 위한 마음의 거울입니다. 어머니께서 당부하신 거울은 얼굴 치장을 위해 거울을 들여다보라는 것이 아니라 매일같이 자기반성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부부 사랑은 주름살 속에 산다”는 말이 있다. 좋든 싫든 기대고 부대끼며 서로 닮아 간다. 아흔을 바라보는 시인 고고(孤高) 김종길(1926~2014 현재 89세)은 늙은 부부를 ‘한쌍 낡은 그릇’에 비유했다.

“오십 년 넘도록 하루같이 붙어 다니느라 때 묻고 이 빠졌을망정 늘 함께 있어야만 제격인 사발과 대접”이라고 했다. 시인 월탄(月灘) 박종화(1901~1981)는 늙은 아내를 일컬어 ‘된장찌개를 내 밥상 위에 끓여 놓아주는, 하나 남은 옛 친구’라고 했다. 여자는 남편 수발하느라 제명에 못 죽고 남자는 아내 수발 없으면 오래 못 산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부부 노인의 만족도가 독신 노인보다 두 배 높았다고 한다. 자기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면서 뼛국물까지 쥐어짜 가르친 효자 자식도 악처만 못하다, 고 했다. “곯아도 젓국이 좋고 늙어도 영감이 좋다”고도 했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는 ‘부부생활은 인간의 긴 대화’라고 했으며, 덴마크의 종교철학자 키에르케고르(Kierkegaard 1813~1855)는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것이다’라고 했으며,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에서는 ‘아내는 남편의 누님’이라는 글귀가 있다고 하는 깊은 의미가 되새겨 지는 세상이다. 결혼시즌이 왔다. 위 세 가지를 명심해서 살아가는 이런 며느리가 우리집에 들어와 주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욕심인가 과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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