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두 사람
진주의 두 사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0.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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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진주! 두 분 선생님이 계셔서 설핏 부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다정해진다. 진주 진주 진주…. 실제로 진주는 참 멋스러운 도시다. 지리산 웅대한 자락이 위대한 어머니의 치마자락인 양 펴진 곳이 진주다. 그 치마자락 위 남강 주변에 옹기종기 사람이 모여 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진주에 갈 때마다 남강 가로 무성한 대나무가 마음을 흔든다. 진주를 떠나오고 나면 더더욱 댓잎 서걱이는 소리가 뇌리에 떠오른다. 이어서 두 선생님, 김장하 선생님과 박노정 선생님이 늘 그 소리와 함께 떠오른다.


김장하 선생님! 내가 처음 ‘진주 가을 문예’를 통해 등단을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들은 말이 재미있다. 진주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김장하 선생님에 대해서 욕을 하면 당장 택시에서 내려야 한다고, 그 욕을 들은 택시 기사가 당장 내리라고 하기 때문이라고. 그 만큼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고. 내가 직접 뵌 선생님은 과연 좋은 분이시다. 거의 20년 전에 중단편 당선작에 상금 천만 원을 주며 문학과 문학인을 독려했다는 얘기는 너무도 유명하니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상금은 상금으로 온전히 공고한 그대로 주어야 한다고 세금을 미리 주체 측에서 내게 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진주 가을 문예 밖에 없다는 얘기까지도 이쯤에서 접어두자. 내가 직접 뵌 김장하 선생님은 소탈하고 소박하고 위대하시다. 한 번은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리시라고 내가 한 발 물러섰더니 나를 먼저 내리라며 아, 어서 내려요, 하셨다. 나는 놀라울 뿐이었다. 그리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아마 평생 그 일만 생각하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나를 대접해주셨다는 이 뿌듯함, 평생 가고말고!!

선생님 직업은 한의사이신데 어떤 땐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어디 아픈 척하고 진료를 받아볼까, 하고. 선생님의 손을 훔쳐본 적이 있는데 너무도 부드럽고 섬세하셨다. 혹시 저런 좋은 사람은 타고 나는 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타고난 건 절대로 아니다. 선생님께서 저렇듯 올바르고 사려깊고 예의바른 성격은 스스로 연마하신 결과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더욱 훌륭하신 것이다. 매년 진주 가을 문예 시상식 때면 찾아 뵙는데 나는 어쩌면 그날을 기다리며 일 년을 보내는지도 모르겠다.

선생님은 올바르면서도 따뜻하고 올곧으면서도 품이 넓고 소탈소박하면서도 위대하시다. 그런 선생님과 당대를 살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비록 일 년에 한 번 뵙지만 일 년을 선생님을 생각하며 올바르고 소탈소박하게 살기를 연마할 수 있어서 정말이지 다행이고 사는 게 즐거움이다.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선생님을 생각하면 이까짓 것, 하며 용기를 내게 된다. 선생님이 오래 오래 지금처럼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박노정 선생님! 김장하 선생님이 1억을 출현해서 진주 가을 문예를 열고 그 운영은 박노정 선생님이 맡으셔서 오늘에 이르렀다. 내가 당선하고 십 년이 넘었다. 그 길다면 긴 세월 동안 운영 상 불미스러운 일 한 번 없이 운영해 오셨다. 공정한 심사와 투명한 운영을 철저히 실천하고 계신다. 박노정 선생님을 뵐 때면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정에 살고 인정에 또 사시는 성격이시다. 우리들 제자들과 함께 하시면 그렇게 즐거워하신다. 진주의 즐거움을 어떻게 하면 더 보여 줄까 그 생각에 골몰하시는 순수함을 감출 수가 없는 분이다. 술을 안 방울도 안 드시는데도 밤새 우리들과 함께 하신다. 그렇게 순수하게 사셔서 그런지 피부마저도 투명하시다. 궁금하신 분들은 진주 가을 문예 시상식 때 와서 확인하셔도 된다. 우리들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참석하지 못한 사람은 일일이 챙기신다. 누구누구는 안 왔나? 하고 말씀하실 때면 그 표정에 안타까움이 절절하시다. 그리고 불의를 보시면 자꾸자꾸 씹으신다. 우리 제자들이 셈, 고마 하이소, 라고 말씀드리면 그제서야 슬그머니 다른 말씀을 하시는데 그 다음 해엔 또 씹으신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우리 박노정 선생님은 불의는 엑쓰다, 엑쓰!!

진주는 두 분이 계셔서 더욱 그 아름다움을 더한다. 두 분이 계셔서 남강 물결은 더욱 그 도도함을 더한다. 두 분이 계셔서 이 세상의 정의의 강도 마르지 않고 도도히 흐를 것이다. 두 분이 계셔서 위대한 인간정신이 마르지 않고, 끓기지 않고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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