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술이 뭔지 아요?
통술이 뭔지 아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9.2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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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IT교육 컨설턴트
“통술이 뭔지 아요? 이 선생. 오늘 통술집에서 한잔 합시다.”  퇴근길에 반강제로 이끌려 반월동 통술 골목에 이르자 OO 통술, OO 통술 간판이 즐비하다. 술꾼들은 제집인양 망설임 없이 통술집로 들어섰다. 자리를 잡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주문도 하지 않았는데 요리가 한상 차려지고 얼음이 채워진 플라스틱 양동이에 맥주 몇 병과 소주가 담겨 나온다. “이렇게 통에 담겨 나와 통술이군요?” “아니요 그건 술통이구요? 술과 안주가 통으로 나온다는 뜻이요” 술과 안주를 통째로 값을 치른다는 뜻이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안주의 가격은 정해져 있는데 종류나 가짓수 그리고 양끼까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이러면 안주가 부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하는 낯선 술꾼의 얄팍한 계산과는 달리 가리비, 문어, 모둠회, 등  제철 바다음식들이 줄지어 입맛을 자극한다. 남해 바다의 풍요로움이 베풀어준 술상이다. 바다 향이 가득하다. 미더덕이 오르면 봄인가 하고 볼락 오르면 마산 앞바다에 볼락이 들어왔구나 한다. 제철 바다를 통째로 옮겨 놓은 진수성찬이다.

통술집은 어시장 근처 오동동 일대에 1970년대와 80년대에 50여 곳이 성행했다고 한다. 고기잡이가 번창하던 시절 고된 노동에 지친 어부들이 신선한 해산물로 푸짐하게 한 상 차리고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 통술집의 유래라고 한다. 지금은 신마산 일대에 통술집들이 성업 중이다.

술꾼들은 통술집을 가기 전에 식사를 하지 않는다. 통술집을 다녀 온 후에도 식사를 하지 않는다. 푸짐한 안주와 벗들의 웃음에 배가 부르다. 차린 음식이 넉넉하고 푸짐하니 가벼운 호주머니 걱정을 하지 않고 벗에게 술 한 잔을 권할 수 있다.

취기가 한창 오를 때쯤에 아주머니가 빈손으로 의자에 와 앉는다. “아니 이번에는 왜 안주 안 가져 오고 빈손이유”  “마지막 안주는 접니다. 술 한 잔 주세요” 주인아주머니가 술꾼에게 농담을 건넨다. 술꾼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어가며 말을 거든다. 술꾼들의 속 아픈 이야기를 들어준다. 마지막 안주로 고달픈 일상을 헤아리는 인정을 차린 것이다. 이만한 안주가 또 있을까.

살다가 배가 고프고 술이 고프고 사람이 그리울 때 마산 통술집으로 가보라. 마음이 넉넉해지고 웃음이 난다. 마산에 오면 통술집을 한번 들러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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