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코스모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0.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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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

가을! 코스모스!


9월 1일에 발령을 받은 나는 출·퇴근 하는 길이 조금은 멀지만 자연의 아름다움 풍광을 몸 속으로 불어 넣으며 다니고 있다. 툭 트인 4차선 길이 있나 하면, 산을 오르내리는 산길도 있고, 코스모스가 줄을 지어 반기는 길도 있고, 봄에는 관광객들을 불러들였던 벚나무 터널도 있다. 그 중에서도 가을엔 코스모스가 오가는 사람들을 반기는 곳이 더욱 눈이 간다. 하얀색, 분홍색, 붉은색이 울긋불긋 조화를 이루어 바람따라 흔들흔들 요염하게 춤을 춰대는 코스모스, 나는 눈으로 코스모스를 훑으며 피로를 잊으려고 해보기도 한다. 마음에서부터 아름다운 코스모스의 손길과 차창으로 전해져 오는 향기를 마시면서 하루를 열고 거두어 간다.

초등학교 때의 코스모스는 나에게 다정다감한 등·하굣길의 친구였다. 그때만 해도 애향반이라는 것이 마을마다 만들어져 있어서 학교를 오갈 때면 마을의 깃발을 앞세우고 줄을 서서 다녔었다. 길가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하게 핀 길이었다. 코스모스는 우리들이 애향반 활동을 하면서 심어놓은 꽃이었다. 일요일이면 아침마다 애향반 아이들은 일어나서 마을 청소며 길가의 꽃 가꾸기를 하였다. 그 것은 새마을 운동의 일환과도 맞물려 있지 않았나싶다.
뿌려놓은 코스모스가 알맞게 줄을 지어 나지 않으면 많은 곳의 코스모스 모종을 알맞게 거리를 맞추어 심는 것도 그러한 일 중의 하나였다. 그렇다보니 가을이면 등·하굣길은 자연히 코스모스가 춤을 추는 아름다운 꽃길이 되었다. 가을의 맑은 하늘과 코스모스는 환상의 짝을 이루어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었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북천 코스모스 축제! 기찻길 옆으로 논과 밭에다 코스모스와 메밀을 심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부풀려 올린 작은 마을의 잔치에서도 코스모스가 주인공이다. 울긋불긋 코스모스가 핀 사이로 축제를 즐기려는 연인과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이 찾는 가을의 대표적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찻길과 잘 어우러져 피어 있는 코스모스의 모습은 기차가 지나갈 때의 모습을 보면 과히 환상적이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새롭게 만들어지는 철도길과 4차선으로 넓혀지는 도로가 조금은 아쉽게 자연의 순수함을 빼앗고 있지만 코스모스의 호위를 받으며 만들어 놓은 터널 속의 각종 열매들은 울퉁불퉁 자기 자리를 잡고 매달리고 있다. 모여드는 축제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대평 코스모스 축제!
북천 코스모스 축제보다는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려서 만든 작은 축제로서는 그야말로 마음을 사로잡는 축제이다. 진양호의 아름다운 호수 한 모퉁이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 호수의 맑은 물과 어우러진 코스모스, 두 눈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축제가 마무리 되어가는 늦은 어느 날에 나는 아내와 함께 대평코스모스 축제장을 찾았다. 절정기가 조금 지나서인지 관광객은 줄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집을 떠나 가끔 드라이브를 하는 곳으로 진수대교를 건너면 예쁘게 지어놓은 찻집과 펜션이 호수와 잘 어울려 있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의 어르신들이 계획하고 가꾸어 놓은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것을 보면서 더욱 갚진 아름다움을 만끽하였다. 연인들은 셀카봉을 이용하여 스마트폰으로 아름다운 코스모스와 함께 사진을 만들고 있었다. 간이 찻집에서 우리는 커피를 2잔 시켜 마시면서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만든 간이 전망대에 올랐다. 빙 둘러 보니 인공적이라고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자연과 조화롭게 잘 꾸며놓은 그림이었다. 내려와 코스모스가 만발한 사이사이로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걸으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꽃의 향기를 가슴으로 가득 담았다. 호수로 이어진 코스모스의 길엔 아직도 이른 달이 하늘에 떠올라 호수와 코스모스의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가을이다.

축제가 온 나라의 구석구석까지 펼쳐져 풍성한 가을의 열매와 함께 향기도 함께 거두고 있다. 코스모스도 가을의 축제엔 이제 주인공이 되어 한껏 뽐낸다. 출근길에 줄을 서서 반겨주는 코스모스가 몇 번의 비로 인하여 꽃을 떨어뜨리고 씨앗을 갈무리하며 가을을 걷고 있다.

오늘도 나는 가을의 향기만 가슴으로 안고 코스모스를 떠올리며 하루를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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