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이 책임을 끝까지 묻자
반드시, 이 책임을 끝까지 묻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9.22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숙/시인
올해로 개교 104년을 맞는 하동초등학교가 최근 감람석운동장 때문에 전국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학부모들 대다수는 학교운동장에다 잔디를 심어달라고 건의를 한 적이 없었는데 2009년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 편에 운동장 잔디공사에 대한 설문지가 덜렁 날아왔었다. 그때 우리 학부모들은 80%가 천연잔디를 희망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는 노골적으로 인조잔디를 선호했었다. 학부모들에게 보낸 설문지에 천연잔디로 시공할 경우 쯔즈가무시병 감염의 우려와 농약의 과다 살포로 아이들 건강에 오히려 해롭고 인조 잔디보다 관리상 어려움이 많다는 등 천연잔디의 여러 단점들만 나열해 놓았다. 그래도 학부모들은 천연잔디를 더 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교에서 학부모 공청회를 2회나 열었다. 그해 여름방학을 앞두고 열린 제2차 공청회에서는 꼭 인조잔디로 공사를 고집할 것 같으면 차라리 예산 반납하고 흙 운동장 상태대로 두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교장이 일어서서 “학부모님들, 앞으로 이상숙 학부모가 풀 매러 학교에 나오라면 여러분들 호미 들고 운동장으로 나오시겠습니까”라고 묻기까지 했다.

그날 모인 학부모들은 박수로 그 황당한 촌극에 답례를 보내며 인조 잔디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러자마자 곧 방학이 되고 우리는 당연히 천연잔디 공사가 진행되리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사이 애초 4억이던 예산이 되돌아갔다가 6억으로 다시 내려오면서 비상 운영위원회를 여는가 싶더니 개학을 맞은 학교는 마침내 탄광촌이 되어 있었다.

이후 학교는 전국에 초중고들 중에서 최초로 감람석을 깐 유일무이한 최첨단 운동장이라고 입에 침을 튀며 홍보를 해댔다. 그러나 진실로 호미 들고 풀도 매러 오고자 했던 다수의 학부모들과 의식 있는 지역주민과 아이들 사이에서는 학교를 더 망쳐놨다는 평들이 나왔다.

초등학교운동장이면 초록색의 천연잔디가 보기도 좋고 아이들 정서에도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았기에 우리는 감람석운동장의 거무티티한 그 색깔이 너무 싫었다. 게다가 그 탄 감자 껍질 같은 돌쪼가리가 기준치를 무려 35배나 초과한 석면덩어리라니! 이는 암 덩어리 자체나 별반 다를 것이 없지 않는가.   

석면은 1급 발암 물질이다. 미량에라도 노출되면 10-30년 잠복기를 거친 후 석면폐. 폐암 등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국제학술지 보고 사례에 의하면 석면먼지는 매우 가늘고 가벼워서 오염원으로부터 10km 밖으로 까지 날아가 주변을 오염 시킨다고 한다. 이 보고 대로라면 하동초의 감람석 운동장 공사로 인해 하동읍내 전체가 석면먼지로 뒤덮인 꼴이다. 

이런 심각한 사실을 모르고 매일 학교로 등교한 800명이 넘는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면 이때까지 이걸 요쿠르트 통에 우유통에 비닐봉지에 넣고 흔들거나 심지어는 맨손으로 흩뿌리며 두 손이 새카맣도록 만지고 놀았었다. 그러니 이 아이들의 교실과 집과 학원 등 이들이 가는 곳마다 묻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 초등학교 졸업생들도 마찬가지다. 현 재학생에 비해 노출 기간은 비교적 짧았지만 이들 중.고생 대부분이 이 운동장과는 10m도 안 떨어진 길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 만약 이런 것들이 요인이 되어 앞으로 20,30년 후 이 아이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면 이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물을 것인가! 교육기술과학부에? 경남도교육청에? 하동군교육청에? 아니면 하동초등학교와 하동군에?   

나는 그 1차적 책임을 학부모들이 그토록 반대한 방향으로 공사를 감행한 당시 그 학교장에게 끝까지 꼭 묻고 싶다. 이래놓고 그는 이듬해 3월 발령이 나서 진주로 갔다. 그때  교감은 교장으로 승진이 되어 관내 타교로 갔다. 이 사건과는 너무도 무관한 부임한지 채 한 달도 안 된 현직 교장만 흰머리가 더 희도록 골머리가 아프게 생겼다. 4대강공사는 이런 전철을 되밟지 않길 빌 뿐이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