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이름표
이름, 이름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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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택/동진초등학교장
요즘 지면이나 뉴스를 보면 소년체전에서 자신의 이름과 학교의 이름을 드높인 자랑스러운 이름들이 있는가 하면, A씨, B씨 혹은 모씨로 불리는 이름들도 있다. 그 차이를 생각해 본다. 학교를 방문해 본 사람들이라면 교직원들이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것을 보았으리라 짐작된다. 실명을 통하여 자기가 제공하는 교육서비스의 질을 보증한다는 의미다.

아이들은 이름표를 달지 않고, 교직원들이 이름표를 다는 학교로 변화된 것은 사회 상황의 변화와 인권위원회의 권고가 계기가 된 것으로 보여 진다.
인권위원회는 2009년 ‘고정 명찰을 착용케 해 학교 밖에서까지 불특정 다수에게 이름이 공개되게 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등 부작용이 매우 크다’며 시정을 권고하고, ‘교과부와 시도교육청이 각 학교를 지도, 감독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름표는 양날의 칼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데, 역기능에 방점을 찍은 결정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인터넷의 익명성때문에 악성 댓글이 난무하고, 때로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현실은 인권이라는 명분 앞에 힘을 잃는다. 이름표 다는 일까지 인권위원회가 심사숙고하여 결론을 내는 우리의 학교 사회는 역설적으로 인권수준이 최적의 상태에 와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름표가 없으니 다정하게 부르고 싶어도 “얘”, “너”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생들은 자기 담임 외는 성함을 잘 알지 못하고, 선생님도 자기반 외는 이름을 잘 알지 못한다.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우리가 사람을 책망할 때 이름값을 하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악명을, 오명을, 어떤 사람은 명성을 날린다. 이름값을 할 때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거나 명실상부(名實相符)라고 한다.

나이가 드신 분들이라면 자기 몸 잘 간수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 이고, 이름을 빛내는 것이 효도의 마지막이라는 효경의 가르침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행실을 경계할 때 혼자 있어도 대중 앞에 있는 것처럼 언행을 가려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흔히 굳게 약속할 때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고 하지 않나.
누구의 탄생이든 태어남은 고귀하고, 성스러운 것, 그래서 사람들은 축복 속에 태어나고, 부모님은 아이의 장래 운명, 행복, 부귀영화까지 고려하여 이름을 짓는다. 하여 이름은 나 자신이다. 이름이 드러나 있으면, 이름표를 달고 있으면, 행실을 가려하게 된다.

교육이란 이름 앞에 부끄럼 없는 사람, 자기 이름이 자랑스러운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아닌가. 자기 이름 앞에 진지해지고, 전 국민이 내 이름을 알아서 좋은 사람, 이름을 알리고 싶어지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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