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일이 자꾸!
왜 이런 일이 자꾸!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0.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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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이번엔 공연장에서 대참사가 일어났다. 정말 뭐라 할 말이 없다. 끝없이 왜, 왜, 왜, 라고 힘없이 중얼거릴 뿐이다. 왜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는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 됐을까. 무엇이 잘못 됐을까. 아, 이렇게 횡설수설 하지 말자. 나라도 정신을 차리자!! 왜 이런 참사가 자꾸 일어나는지 그 까닭을 나는, 알고 있다. 많은 까닭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나는 '진실의 유린' 이라는 까닭을 들어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말하고자 한다. 모든 불감증은 병이다. 병은 우리 몸 어딘가가 이미 죽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사회의 병은 우리 사회 어딘가가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여기 이택광 문학평론가가 경향신문에 올린 칼럼 ‘우린 왜 악녀 연민정에 연민을 느끼나’ 중 일부를 소개하면서 얘기를 계속해가자.


“ … 지금까지 연민정과 같은 캐릭터는 현실에서 배제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무엇인가를 배제시키려면, 그것과 자신이 확연히 다른 세계에 속해야 한다. 그러나 더 이상 그 분리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몰락하고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강정과 밀양과 후쿠시마를 다른 세계로 만들기는 쉬웠다. 그러나 세월호는 그 세계가 우리 모두의 세계였다는 것을 깨우쳐줬다. 이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에 대한 요청을 국가의 재구성으로 바꾸지 않는 한, 이 불편한 진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을 뿐이다”

이택광 평론가는 경희대 교수님이시기도 하다. 때에 맞은 올바른 말씀, 너무 감사하다. 특히 마지막 경고는 두려움까지 일게 한다.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을 뿐이다” 이미 많은 문제가 ‘시작’ 되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마땅히 좌파를 자처하며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에 맞서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던 대학생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극우화되어가고 있다. 그 결과 부정과 부패에 맞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동료들에게 돌을 던지며 왕따를 시키는 기이한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세월호 대참사에 관해서도 아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진실이 밝혀지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고만하라’며 외려 ‘잊지 말자’고 애원하는 사람들에게 눈을 흘기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더 나쁜 것은 눈을 흘기도록 끊임없이 누군가가 종용하는 걸 느낀다. 이 심경은 필히 나뿐이 아니다. 그렇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주요 방송과 신문들이 집권자의 나팔수가 되어 문제의 해결과 진실을 밝히는 것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자를 오히려 두둔하며 은근슬쩍 엉뚱한 쪽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에 혈안이 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함께 ‘몰락’ 해가는 까닭이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설사 용기를 내어 아닌 것을 아니라고 외치면 눈을 반들반들 거리며 딱 꼬나보고 있는 집권자와 그의 나팔수들이 아닌 게 아닌 게 아니다, 라고 생떼를 쓰거나 저기 아니라고 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라고 호도해 버린다. 이렇게 올바른 사람을 미친 사람으로, 아니면 올바르지 않는 사람으로 왜곡해 버리는 것이다. 윗물이 똥물이라도 아랫물인 우리까지 똥물이어서는 안 된다. 아니, 우리는 물이 아니다. 하물며 아랫물이 아니다. 우리는! 윗물이다. 사랑스런 사람들아, 우리가 물이라면 윗물이다. 잊지 말자. 시의원도 국회의원도 우리를 대신해서 일하라고 우리가 뽑았고, 대통령마저도 우리가 우리를 위해서 일하라고 뽑았다. 우리들의 일꾼일 뿐이다. 그 사람들이 잘못하면 뽑은 우리가 잘못한다고 말을 해야 한다. 또 주위에서 잘못한 게 명백한데 아니라고 하면 그게 아니라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 진실을!!

우리는 몰락해서는 안 된다. 저기 길가에 살고 있는 풀들도 나뭇가지에서 파르락 나는 저 작은 참새 한 마리도 몰락해서는 안 된다. 이 온 우주에 살아있는 모든 생물들은 몰락해서는 안 된다. 무생물마저도 몰락해서는 안 된다. 하물며 사람이 몰락해서는 안 된다, 안 되고 말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는 몰락하지 않을 수 있다, 분명히. 이택광 교수님도 극소수는 몰락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했다. ‘소돔과 고모라’에서도 의인이 한 사람만 있어도 몰락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극소수’의 가능성이 있다. 이 극소수의 의인들을 찾아가고 서로 대화하고 올바름을 나누고 진실을 살려내고 함께 살아날 궁리를 하자. 늦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옛말도 있다. 더 늦기 전에 참으로 살기를, 그래서 진실로 행복하게 살 길을 모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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