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 동산의 가을
슬기 동산의 가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9.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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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진주 교대부설초교 교사
우리학교의 초록빛 잔디밭인 슬기동산에도 가을이 왔다. 작은 동산을 지키고 있는 장승들과 솟대 위에 파란 하늘이 열리고 가을바람에 춤추는 나뭇잎들의 속삭임이 예사롭지 않다.

봄부터 5, 6학년 학생들이 가꾼 텃밭에는 이미 가을이 와 있다. 방울토마토에는 작은 초록색 방울들만 몇 개, 땅에 쳐진 가지는 노릇노릇 힘을 잃어가고, 학생들 개개인이 한 포기씩 심은 고추나무에는 꼭대기 가지에만 작은 고추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가지는 서서히 말라가고 있다.

슬기동산 한 가운데는 야생화 꽃밭이 있다. 이 꽃밭은 4년전에 생겼는데 현재는 야생화 13종이 자라고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학교 학생들은 이 꽃밭이 처음 생길 때부터 참 관심이 많았다.

6∼7월에 노란 빛을 띤 붉은 꽃을 땅을 향해 피우는 날개하늘 땅나리, 치마에 매달고 다니던 주머니와 같다하여 며느리주머니라고도 하는 다년초 식물인 금낭화, 초롱꽃보다 크고 줄기에 거친 털이 있고 잎에서 광택이 나며, 자주색 혹은 흰색 꽃을 피우는 섬초롱꽃, 할미꽃, 붓꽃, 범부채, 매발톱, 뻐꾹나리, 돌단풍 등 야생화는 철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무궁화동산이다. 언제든지 관찰할 수 있는 우리나라 꽃 무궁화를 학생들이 직접 가꿀 수 있도록 슬기 동산에 심었다. 그들은 언제나 학생들과 함께 사계절을 보내고 있다.

 점심시간이면 학생들이 슬기동산에 나와 재배 식물과 작은 개미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관찰하며 즐거워하고, 때로는 공놀이를 하며 친구들과 신나게 노는 학생들을 보니 가을을 더욱 느낄 수 있다.

또, 울타리에 심은 감나무 몇 그루가 슬기동산의 가을 정취를 더한다. 빨갛게 익어가는 감과 함께 감잎의 화려한 색깔은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풍경이 될 것이다.

어디선가 쟈스민 향기가 창문으로 스며든다. 화단의 은목서 꽃향기도 학생들의 움직임에 덩달아 흥에 겨워 향기를 뿜어내는 슬기동산! 삭막한 학교 건물 한 켠, 우리학교는 가을에 더욱 아름다운 슬기동산이 있다는 것을 감사하며 학생들의 정서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한다. 힘들고 지친 학생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휴식을 줄 수 있는 곳이 초등학교 곳곳에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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