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즐기자
가을을 즐기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1.13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유난히도 올해는 가을이 짧게만 느껴진다. 무더위의 맹위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거리 곳곳에는 떨어진 낙엽들로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가는 세월과 가는 가을을 잡을 수는 없지만 가을의 끝자락에서 붙잡고 있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사용하듯 흘러가는 가을을 ‘잡을 수 없다면 즐겨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외치고 싶다.


가을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취향에 맞게 즐기면 되는 것이다. 누구의 눈치나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즐기는 것이 자신만의 정서와 취향에 맞는 가을 즐김이다.

먼저 운동을 해보자. 가을은 계절적으로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운동하기에 무척 적합하다. 강변을, 도로변을, 산책로를, 산을 걷거나 달려보자. 이것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깊어가는 가을 냄새를 맡아보면서 말이다. 밭에서 두툼해지고 있는 김장 무나 배추도 보고, 빨갛게 익어가는 감도 보고, 추수가 끝난 들판을 보고,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살아있음을 행복하게 생각하고 감사하면서 걷고 달리다 보면 쌓였던 스트레스도 한꺼번에 날릴 수 있다. 필자는 특히 골프를 좋아한다. 골프장에서 즐기는 가을은 스스로에게 더 없는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푸르름에서 갈색으로 변해가는 페어웨이를 보면서 멋지게 한 샷 한 샷 정성을 다해 샷을 날리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아쉽게 지나간다. 라운드 후 동반자들과의 식사와 수다, 술 한잔의 기울임도 삶의 깊이와 즐거움을 한층 더해 준다.

두번째로 깊어가는 가을에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어보자. 어느 원로 요리연구가의 한 마디가 생각난다.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한 끼 대충 때우자!’라는 말이란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를 우리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 만큼 먹는 것이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임에도 바쁘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끼니를 대충 때우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반성해 볼 일이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이 가을 제철에 맞는 별미를 찾아서 먹어보자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가을하면 떠오르는 계절 별미라면 전어회와 전어구이, 오도리와 대하구이, 굴구이와 굴찜, 물메기탕, 성게와 참돔, 낙지나 쭈꾸미 등의 해산물이 가을철 별미 음식들이다. 자주 먹고 접하지는 못하겠지만 가을을 즐기면서 찾아 먹는 것도 삶의 즐거움을 더해 주는 일이다. 며칠 전에 지인으로부터 서포 비토섬 해안가에 가서 굴구이를 먹어보자고 제안을 받았다. 몸만 가면 먹을 수 있는 장소와 장비를 제공한다고 하니 해보지 못한 경험에 벌써 마음이 설레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보자.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좋아하는 책을 미리 사서 읽어보자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11월 21일부터 도서정가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도서정가제(圖書定價制)란 정부가 책을 출판사가 정한 정가에만 판매할 수 있도록 의무화한 제도로 책값의 과열 인하 경쟁으로 학술·문예 분야의 고급서적 출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고, 문화상품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져 그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제도이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도서의 할인율이 대폭 낮아지기 때문에 시기가 지난 책도 거의 제 값을 주고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도서 구입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깊어가는 가을밤을 독서와 함께 보내는 것도 마음을 풍요롭게 살찌우는 방법이 될 것이다.

짙어가는 가을의 풍경과 내음을 즐겨야 하는 당위성(當爲性)을 찾아보자. 삶의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한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행복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의 즐김이 바로 행복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