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신문의 공포확산
J신문의 공포확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1.2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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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지난 주말 J신문을 보면서 마음속의 공포가 확산 될 뻔하다가 분노를 했다. 공포를 확산시키자는 것이 그 신문의 목적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목적대로 세뇌되기 싫었다. 그들의 의도대로 공포를 느끼는 대신 분노마저 가라앉히고 곰곰 따져보았다.


우리는 신문을 보면 헤드라인부터 보게 된다. 그날도 그런 버릇대로 그 신문의 1면 왼쪽 상단에 눈이 먼저 갔다. ‘중국도 금리인하, 세계 D(디플레이션)공포 확산’ 디플레이션이라면 인플레이션과 반대되는 뜻으로 물가가 마구 내려가는 경제적 현상을 말할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그보다 공포라는 말 자체가 거슬렸다. 그러나 아직 공포를 확산시킬 거라는 의도를 알아차린 건 아니었다. 오른쪽 상단에 북한 해안포를 잡는다는 스파이크 미사일이 불을 뿜는 사진에 눈이 갔을 때에도 그다지 유감하지 않았다. 연일 군인들과 무기 사진을 봐 와서 그랬든지 무덤덤했다. 그러고 보면 요 근래에 부쩍 군인과 무기 사진을 많이 봤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공포를 생각한 건 스파이크 미사일 사진 밑에 있는 기사 제목이었다. ‘삼성전자, 갤럭시 인력 6000명(최대 30%) 줄인다’ 라는 글귀를 읽고 이해하면서 이 신문은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는 짐작이 저절로 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인력을 많이 뽑고 적게 뽑고는 그 기업체의 사정이다. 그러나 대기업체에 취직을 목표로 하는 절대다수의 취업준비생들에겐 이 얼마나 절망적인 기사일 것인가. 국내 최고 기업이 이래버리면 여타의 다른 기업은 어떻겠는가.

혹시 내가 잘못 받아들이는 것인가 해서 몇몇 이웃에게 신문을 보여주며 의견을 물었다. 공포확산이네, 뭐. 하나 같이 똑 같은 대답을 했다. 그중에 한 사람은 “다 그렇지, 뭐” 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욕을 하며 불쾌하다면서 “세상이 이렇게 무섭게 돌아가니 지들 말 잘 들으라는 거지”라며 투덜거렸다.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저들은 우리가 공포로 발발 떨며 겁먹고 자기들의 말을 잘 들으면 저들은 어쩐 이익을 가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너무도 빤했다. 물가가 올라도 내려도 부정과 비리가 아무리 팽배해도 저들이 사먹어라는 것을 사 먹고, 입고, 자라는 데서 자고 저들이 생각하라는 대로 생각하고…. 그러면 저들의 주머니는 자꾸자꾸 배따지가 부를 것이니.

그런데 새로운 궁금증이 툭 불거졌다. 우리를 공포 속에 몰아넣어 지배하는 세력은 모르기는 해도 정치세력일 것인데 왜 신문이 정치를 할까 하는 문제였다. 정·경 유착이라는 말은 흔히 들어오고 당해왔다. 언론도 정치와 흑맥을 이어왔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때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렇게 직설적으로? 아무래도 이상하다. 아마도 이제 언론이 정치고 정치가 언론이고, 정치와 언론은 경제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그런 시대가 진작에 와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제라고는 해도 재벌이라 불리는 극히 일부 몇 명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저들은 우리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가는 것일지도 모르고.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든다. 모르기는 해도 저들에게 불리한 뭔가가 밀려오고 있고 그것을 저들은 알아차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누군가 공포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려고 한다면 실제 상황은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어쩌면 저들에게 공포가 될 어떤 것이 밀려오는 건 아닐까? 그것은 어쩌면 우리에게는 이익이 될 일일지도 모른다. 이익만이 이익이 아니라 부정한 일이 올바르게 되는 것도 이익이다. 그렇게만 되면 그것은 어떤 이익보다 고마운 우리의 참 이익이다. 가령 세금을 2000원 올려서 20만원의 가치가 있는 복지제도로 되돌려받는 일을 어떻게 정착 확대해야되는지, 대 북한 삐라 살포는 깨끗이 중단되어야 한다든가, 세월호나 천안함의 진실이 밝혀진다든가, 부정선거인지 아닌지 하는 진실이 밝혀지던지 하는 문제들이 가장 올바르게 해결되면 그것이 그 참 이익일 것이다.

우리 서민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 언론이나 경제와 정치적 권력을 가진 저들에게 공포가 되는 일은 참 슬픈 일이다.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 저들에게도 이익이 됐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되나 보다. 그러면 우리 서민과 사회를 정치하고 경제하고 언론하는 주체자들과는 적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참 기가 막힌다. 적들이 우리를 다스린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공포다. 적치하에서 사는 건 사는 게 아니라 치욕이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진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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