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이 아니라 달인을 꿈꾸자!
천직이 아니라 달인을 꿈꾸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1.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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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경/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광고문화콘텐츠과 교수

단풍이 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눈 소식이 들린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학생들에게 산업현장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직업 소양을 가르쳐 취업시키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는 필자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학생들의 진로지도 문제로 여념이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취업을 앞둔 학생들의 기대나 요구가 산업현장의 실정과 달라 취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생길 때다. 해서 그럴 때면 종종 이미 교육을 모두 마치고 산업현장으로 나간 졸업생의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된다. 그들 대부분은 지난해 교육 및 취업 준비과정을 거쳐 직장을 얻었던 이들이다.

그런데 그들 중에는 처음부터 회사에 잘 적응하고 오랫동안 다니면서 높은 연봉을 받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또 그렇지 못한 경우도 간혹 있다. 입사한 후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이직을 반복하는 몇몇 학생들이 그들이다. 그래서 가끔 되묻곤 한다. 과연 무엇이 그들의 회사 적응을 어렵게 하는 것일까? 직장을 어떻게 선택해야 한 곳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여러 갈래의 답이 있을 수 있다. 어떤 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답이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고,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으면 최고가 되기 쉬워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고민은 깊어진다. 왜 그 일을 좋아하게 되는 걸까?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나서?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일을 잘하기 때문’일 때가 많다. 즉, 우리가 좋아하는 일의 실체는 대부분 ‘자신이 잘하는 것’일 때가 많은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잘하는 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피아노곡을 한 번만 듣고 바로 능숙하게 연주하는 영재나 천재가 아니라면, 대부분 계속 하다 보니 남들보다 뛰어나게 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달인’이라는 개념이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직 기자이자 작가인 영국의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것을 소개한 적이 있다. 어떤 분야 혹은 무슨 일이든 1만 시간의 연습이나 훈련을 하면 누구라도 관련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반론의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 분야에 매진하면 결국 성공할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도 그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도 있다.

일례로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어느 방송국의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자. 말콤 글래드웰의 주장이 실감 난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남들이 쉽게 따라 올 수 없는 능력을 갖게 된 이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주인공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하나같이 비슷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당수 주인공이 생계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게 되었거나, 혹은 잠깐 동안만 하려고 시작했다가 오랫동안 같은 일을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달인’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주인공들은 일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의 고달팠던 시간을 술회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서 일이 손에 익고, 익숙해지니 잘하게 되고, 잘하니까 일을 즐기게 되어 마침내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때문에 취업을 앞두고 어떤 직장을 구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미 취업을 했지만, 적성이나 회사 적응 문제 등으로 자주 이직문제를 고민하는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 새겨보았으면 하는 덕목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끈기와 노력’이다.

누구라도 이전에 해 보지 않은 일을 처음 시작하려고 할 땐 낯설고 두렵다. 당연히 힘들기도 하기에 적성에 안 맞거나 천직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도전하고 끈기 있게 노력하면 머지않은 장래에 그 일에 능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 그 일이 좋아지고 남다른 능력을 갖춘 달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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