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자유로운 사람
마음이 자유로운 사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2.0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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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성군(聖君)의 대명사로 알려진 신화속의 중국 순(舜)임금이 은자(隱者) 선권(善卷)에게 천하를 물려주려 하자 선권이 말했다. ‘나는 겨울에는 가죽옷이나 털옷을 입고 여름에는 칡으로 짠 베옷을 입는다. 봄에는 밭 갈고 씨 뿌리는 데 족하고, 가을에는 곡식을 거두어 먹고 쉬기에 족하다. 해가 뜨면 들에 나가 농사짓고 해가 지면 집에 들어와 쉰다. 천지 사이에서 얽매인 데 없이 생활하여 마음이 자유롭다. 그런 내가 무엇 하러 천하를 다스리는 일을 하겠는가. 슬프다. 당신은 나를 모르는구나!’선권은 천하를 받지 않고 깊은 산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뒤로는 그가 있는 곳을 아무도 몰랐다. 『장자(莊子)』양왕(讓王)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휴식을 취하며 우물을 파서 물마시고 밭을 갈아 식사를 해결하니 임금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何力於我哉).’『제왕세기(帝王世紀)』에 실린 이 노래는 요(堯)임금 시대에 백성들이 흙덩이를 두드리며 부르던 것이라고 한다. 노래 가사 속에는 때 묻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천진난만하게 살았던 옛 사람들의 자연인, 자유인으로서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이솝우화』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도시에 사는 집쥐가 들쥐의 집에 초대받아 갔다. 그런데 집쥐는 들쥐의 너무도 가난한 살림살이와 보잘것없는 대접에 실망했다. 다음에는 집쥐가 들쥐를 초대하였다. 두 마리 쥐는 좋은 집에 앉아 훔쳐온 음식으로 차린 진수성찬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사람이 들어왔다. 들쥐는 깜짝 놀랐다. 들쥐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불안해하며 먹는 것보다 차라리 변변치 않은 것이라도 유유히 즐기며 먹는 것이 좋다면서 제 집으로 돌아갔다. 이 우화는 기름진 빵보다는 매인 데 없는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극적으로 묘사한 이야기이다.

자유란 무엇인가? 어디에도 예속되지 않고 어떠한 경우에도 구속받지 않는 것이다. 그 자유는 신이 주는 것도 통치자가 주는 것도 아니다. 참된 의미의 자유는 곧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마음이 자유로우면 비록 양손에 수갑을 차고 두 발에 족쇄를 달고 있다 해도 자유로운 사람이고, 마음이 자유롭지 않으면 비록 멀쩡하게 활개를 치고 다니더라도 노예의 굴레를 쓰고 있는 사람이다. 마음에 자유가 없다면 아무리 다른 모든 것이 자유롭다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경제적인 자유, 정치적인 자유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진정한 자유란 실로 마음이 자유로운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와 같은 정신적인 자유를 얻을 수 있는가. 인간은 인간을 속박하는 세 개의 밧줄인 돈, 명예, 권력과의 관계를 끊었을 때 비로소 그러한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선권의 얽매임 없는 삶을 묘사한 위의 이야기 속에는 바로 돈과 명예와 권력의 노예가 되어 마음이 자유롭지 않은 공인으로 살기보다는 마음이 자유로운 자연인으로 살기를 바랐던 장자의 철학이 잘 나타나 있다.

공자(孔子)는 제자인 자공(子貢)이 ‘빵(食)과 신의(信義) 증에서 부득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빵(食)을 버려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만일 장자(莊子) 역시 ‘빵과 자유 중에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아마도 단호히 ‘빵을 버려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

공자와 장자야 말로 지위나 명예보다도 자유를 더 사랑하고, 살찐 노예가 되는 것 보다는 여윈 자유인이 되기를 더 원한 진정한 자유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열자(列子)』에 보면 오래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귀신을 두려워하고,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두려워하고, 지위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권세를 두려워하고, 재물을 갖고자 하는 사람은 형벌을 두려워하게 된다. 운명을 거스르지 않는다면 어찌 장수를 부러워하겠는가? 귀함을 대단하게 보지 않는다면 어찌 명예를 부러워하겠는가? 권세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어찌 지위를 부러워하겠는가? 부를 탐하지 않는다면 어찌 재물을 부러워하겠는가? 라고 하였다.

인생에서 자기 삶의 주인으로 자유롭게 사는 길은 무엇인가? 자연의 이치를 따라 운명을 거스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자기가 지배하는, 이 세상의 주인으로 당당히 살아가는 것이다.

필자는 평소 TV를 잘 보지 않는데 ‘당신 이 프로는 보면 좋아하실 겁니다.’하고 권하기에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프로를 보게 되었는데 깊은 산속에서 혼자서 자연과 벗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특집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그들의 눈빛에서 돈·명예·권력을 초월한 감동이 오기에 한 번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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