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즐겨찾기산악회 순천 조계산을 다녀와서
진주 즐겨찾기산악회 순천 조계산을 다녀와서
  • 한송학기자
  • 승인 2014.12.11 18:5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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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것이 송창식이 부른 노래 선운사다.
그때는 선운사도 몰랐고 선암사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십수년전 순천 선암사에 들렀다. 때는 4월이었을 거다.
주차장에서 내려 고즈넉한 길을 걸어 선암사 경내까지 가는데
송창식의 노래가 퍼뜩 떠올랐다.

'선암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노래가 너무 잘 어울렸다.

송창식이 부른 노래제목은 선암사가 아닌것으로 드러났지만 지금도 선암사에 가면 선운사라는 노래가 강렬히 나를 지배하고 있다.

분위기 자체가 노래랑 너무 비슷했다. 다르다면 동백꽃과 매화꽃이다.

11월 23일 이번 산행지는 순천 조계산이다.

이번 산행은 총인원이 35명으로 그리 많은 회원이 참여한 것은 아니다.

한달에 한번 좋은 사람들과 만나는 자체가 좋고 행복한 일이기에 회원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될수는 없다.

근 1시간 반을 달려 선암사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였고 저마다 짐을 꾸려 산행채비를 한다.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10시가 다 되어서 이다.

선암사 진입로를 따라 주변의 가로수길을 산행 인파에 휩쌓여 마냥 걷는다.

주변 가로수잎은 물기없이 말라 비틀어지고 떨어진채로 황량했지만 회색빛 날씨에 산행하기 좋은날로 다들 상쾌해 보였다.

조금 걷다보니 무지개형 돌다리인 승선교가 우리의 눈에 들어오고 선암사를 알리는 누각이 우리를 맞는다.

선암사는 익히 몇번을 와 본 곳이긴 하지만 볼때마다 신선하다.

절이라는 느낌보다는 마음을 정화하는 쉼터 같다는 느낌이다.

한발짝씩 내 디딜때마다 마음의 묵은때가 하나씩 벗겨지는 마음공부의 터 같기도 하다.

그리고 선암사는 옛스러움의 고상함과 한국의 정서를 잘 대변해주는 곳이라 생각된다.

그 옛날 백제때 지었다니 신라말에 지었다니 여러가지 설은 장황하지만 우리의 문화적,정서적 가치를 잘 보존하고 있는 절인것 같다.

사색에 잠기게 만드는 진입로, 마음을 열 수 있는 여유공간,건축물의 구조나 배치,건물과 건물을 이어주는 길과 조경이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잘 짜여진 각본같다.

선암사의 조경은 전국에서 제일 유명한 것같다. 적재적소에 있을 것이 다 있는 균형과 조화미인 것 같다 .

길과 연못, 다리 그리고 각종 꽃과 아름다운 수목 거기다가 몇백년은 묵었을 만한 할아버지 나무들과 경내 와송은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선암사의 제일 뒷켠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젤 오래 되었다는 매화나무가 한그루 있다.

수령은 600년 봄을 알리는 매화꽃이 만발할 때 쏟아내는 향은 신비롭다.

길고 흰수염의 신선할아버지가 마법을 부리듯 주변을 화사한 향기로 가득차게 하고 그 멋진 광경은 우리를 매료시킨다.

그러면서 이 모든것이 선암사 매화의 명성을 계속 이어 나가게 하는것 같다.

또한 뒷산으로 이어지는 삿갓씌운 돌흙담과 오솔길 그 양쪽으로 나란히 서있는 매화나무는 토속적이면서도 세련미 있는 품위와 기풍을 함께 가지고 있는 매력 덩어리다.

건물과 건물사이에는 아담하면서도 나즈막히 쌓아올린 돌흙담이 사람 허리만큼의 높이로 올려져 있다.

누구를 경계하기 위함이 아닌 최소한의 자기를 나타내는 겸손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산행은 장군봉을 지나 보리밥집을 경유하여 송광굴목재를 거쳐 송광사를 구경하고 송광사 주차장에서 집결하는것으로 길이는 8.5km며 시간은4- 5시간 정도 소요예상된다.

선암사에서 바라본 장군봉은 바로 뒷산같은 모습이며 별 탈없이 장군봉을 거뜬히 오를수 있을것으로 예상해 본다.

1차 목적지 장군봉까지의 길이는 2.2km 한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5년전 이길을 산행한 경험으로 기억을 되살리며 올라간다.

정상인 장군봉을 향해 힘차게 나아간다.

대부분의 산벗들은 장군봉을 경유하여 송광사로 가는 코스를 잡았으나 일부 4-5명은 쉬운코스 즉 조계산 둘레길로 코스를 잡아 이동하고 있다.

몇년 전의 내 경험으로는 이 길도그리 만만한 코스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돌길이고 오르락 내리락 변덕이 심해 사람의 성질을 돋울수 있는 길이다.

나는 출발이 늦었다.

선암사 경내를 자세히 훑어본다고 조금 지체 했다.

아침에 차가운 공기로 인해 여러겹으로 끼워 입은 옷은 어느새 땀으로 흥건해진다.

여기저기서 두툼한 겉옷을 벗어 던지고 체온을 조절하고 있다.

올라가는 코스는 직선형이 아닌 지그재그형으로 뱀길을 가는 것 같다.

조금 더 올라가니 장군봉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눈앞에 버티고 있다.

저곳이 장군봉이려니 하며 쉽게 올라간다.

이것은 착시였다.

봉우리하나를 정복하면 또다른 봉우리가 우리를 가로막고 또 그 봉우리를 정복하면 또다른 봉우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밑에서 봤을때 장군봉으로 알았던 절터에서 한숨을 돌린다.

사진도 찍고 물과 막걸리 한사발로 목을 축인다.

절에서 장군봉까지는 2.2km라고는 하지만 거리 측정이 잘못된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

급경사는 아니지만 지루하면서도 꾸준한 경사지를 할딱이며 계속 올라간다.

정상에 도착했다.

성질 사납게하는 산길을 한시간을 훌쩍 넘기고 정상에 도착했다.

이때가 12시 조금 넘어서다.

장군봉을 알리는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컷 눌러본다.

정상에서 바라본 능선은 오른쪽으로 발달해 있다.

최종 목적지 까지는 6km조금 더 되어 보인다.

가뿐 숨을 달래며 점심 식사를 하고 잠시 쉬었다.

다시가던 길을 재촉한다.

우회전 방향으로 조금더 가니 조계산의 명소인 보리밥집이 나온다.

보리밥집 그 자체가 지명이 되어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역사가 자그만치 37년이다. 이 보리밥집도 변천을 거듭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으리라.

이제 내려가는 길은 무난하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보리밥집을 얼마 지나지 않아 이것은 짧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완만한 경사가 앞길을 더디게 만들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릴때 실망의 폭은 몇배로 늘어 난다는 것을 다시금 깨우쳤다. 하지만 크게 게이치 않고 페이스를 조절하며 계속 앞으로 진행한다.

이제 경사의 끝이 보인다. 송광굴목재이다.

이제는 하산이다. 송광사까지는 2.7km남았다.


장군봉을 내려오면서 부터 계속 돌길이다. 또한 길위에 낙엽이 쌓여 있어 미끄러지기 쉽상이다. 관절에 무리가 갈수있고 미끄러질수 있어 조심해야 했다.


송광사를 맞이했다.

송광사는 조계종 3대사찰중의 하나다.

3대사찰로는 유명한 승려를 가장 많이 배출한 승보사찰인 송광사.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는 법보사찰 해인사.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불보사찰 통도사. 우리나라 핵심 사찰이다.

또한 송광사는 법정스님으로도 유명하다.

법정스님의 다비식을 여기서 치렀고 생전에 오랫동안 기거했던 불일암은 불자들의 순례코스가 되었고 일반사람들에게는 경건한 마음가짐의 여행코스로 방문러시를 이뤘던 곳이다.

하지만 나에게 송광사는 선입감 같은 것이 있다.

세련된 외모를 거부할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송광사는 왠지 귀족 느낌이다.

이에 비해 선암사는 서민적이며 선비 느낌이다.

내가 서민이라 그런지 선암사에 애착이 많이 간다.

조계산 자락에 두개의 유명한 절이 있으니 절로 대비가 된다.

송광사의 너른 경내에서 조계산을 바라본다,

산이름도 조계산으로 바꾸었다는 송광사의 위세가 가히 놀랍다.

그 옛날 산중의 산골짜기 명산자락에 아늑한 터를 닦고 도량을 만들어 중생을 깨우치기 위해 수행한 스님들의 열정이 송광사를 오늘에 이르게 만들었고 그러한 연유로 유명한 스님들을 가장 많이 배출해낸 송광사는 뭔가 특별한 기운이 있으리라.

한참을 더 내려와 오늘 산행은 마무리 됐다.

산행전 몇일간 나를 지배한 무거운 마음과 골치아픈 일들이 이제는 한결 가벼워졌고 맑아졌다.

매월 한번 모든것을 털어내고 내려놓을 수 있는 산행이 참 좋다. 글:정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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