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난 인연
가을에 만난 인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9.2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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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점/시인ㆍ경남간호사회 부회장
가을은 새 인연을 만들기 좋은 계절이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거나, 사람과 동물, 또는 사람과 풀꽃의 인연이라도 좋겠다. 아침 산책길에서 만나는 보랏빛이 좋은 산박하나 자주꽃방망이, 새콩 등등의 작고 여린 들꽃들도 내가 볼 수 있기까지는 시공을 초월한 인연의 얽힘이 있어서 일 것이다. 작은 하나의 꽃이나 풀과의 만남이 그러할 진데 사람과 사람의 어울림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영혼의 교류와 울림의 파장이 오가서 그렇게 되었을까 싶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맺는 행운이 내게 왔다. 마루문학회에서 해마다 전국문학인을 사천으로 초청하여, 사천 8경을 보여주고 문인들이 돌아가서 쓴 작품으로 사천을 알리고 홍보하는 행사에서였다. 이번에 초대한 팀은 경주대학교 문창반의-고요이야기-였다. 손진은 교수의 강의를 듣는 문인들로 많은 신춘문예 출신의 문인들과 그 외 유수한 지면을 통한 등단 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경주가 어떤 땅인가! 그곳은 신라 천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있어 한번 가 본 사람들은 늘 다시 가고 싶어 하는 땅이다. 지난 봄 우리지역 문인들도 경주로 기행을 갔었는데 안압지의 야경과 계림의 달빛과 그 달빛 아래서 펼치던 즉석 시낭송회, 선덕여왕릉의 고요한 위용을 가슴 가득 담아온 경주는 안정과 평화를 주는 땅이었다. 그곳의 유산을 몸에 배게 지니고 산 때문인지 사람들에게서도 단내가 났다. 한 분 한 분의 눈 속에 깊숙이 박힌 역사와 전통의 넉넉함이 느껴졌다. 그곳 경주와 박재삼 시인의 시의 땅이며 이제 한창 새롭게 일어나는 문화로 출렁이는 사천과의 만남은 참석자 모두에게 풍성한 문학의 씨알을 출산케 할 것이라 본다.

헤어지는 길목에서 선진리성 조명군총을 돌아보며 우리 선조들이 아프게 지켜낸 오늘의 소중함을 함께 얘기하며 서로가 준비한 책을 교환하기도 했다. 아픈 과거가 있었기에 오늘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고 잊지 않고 기록하고 상기하며 삶의 길을 갈 것이다.

굳이 니체가 말한  현대의 교양이란, 과거의 유산을 끌어 모은데 불과하며 자주성 창조성을 상실한다. 때론 정지 내지 퇴보한다. 또한 현대인은 여러 가지 문화재로 가장한 익살꾼이다. 문학은 현실보다 수세기를 앞선다. 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문학은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상위개념의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고요이야기와의 인연에서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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