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던 날
눈이 내리던 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2.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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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 시조시인)
 

겨울이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 눈이 아닐까! 물론 추위 등 다른 말도 있겠지만 말이다. 지금도 겨울인지라 창문 밖에는 눈이 휘날리고 있다. 낮이기 때문에 쌓이고 있지는 않지만 밤이었으면 많이 쌓였을 눈이다. 눈이 오면 아이들은 눈을 가지고 놀 생각에 다른 생각은 없이 너무나 좋아한다.

얼마 전의 일이다. 밤중에 눈이 제법 내렸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창문으로 바라본 풍경은 진주에서는 보기 힘든 눈으로 덮인 세상이었다. 매일 새벽이면 운동을 가던 아내와 난 그날은 가지 않기로 하였다. 그랬더니 전화기가 바빠지기 시작하였다. 교육지원청에서는 학교의 등교에 대해서 보고하라고 한다고 한다. 나는 학교 통학버스를 운행하는 기사님 한테 전화를 해서 상태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교감선생님이 알아본 우리 학교 통학구역의 일반적인 상태를 참고로 하여 10시까지 등교를 하도록 하였다. 분교도 마찬가지로.
그리고 조금 늦게 차량을 운전하여 출근을 하였더니 시간이 다른 때보다 많이 걸렸다. 하지만 하동 관내의 도로는 눈을 다 치워서 출근을 하는 데는 별로 지장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학교에 도착을 하니 아이들이 가방을 운동장에 던져놓고 눈을 뭉치고 눈싸움에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그 후로 눈이 내리지 않고 날씨가 따뜻해서 눈이 다 녹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등하교 하는 데와 교직원이 출․퇴근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았다.
옛날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시골에서는 눈이 오면 정말로 신나는 날이었다. 지금도 아이들은 마찬가지 일테지만, 걸어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눈이 온다고 휴업이나 휴교를 하는 예는 거의 없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걸어 다닐 수가 없다면 모르지만 말이다. 책보따리를 둘러멘 아이들은 학교 가는 길에서 눈싸움을 한다든지 아니면 눈썰매(비료포대나 탈 수 있는 것이면 아무것이나)를 타면서 즐겁게 갔다. 집에 있을 때 눈이 온다면 온 동네가 시끄러웠다. 모두들 빗자루나 삽 등을 들고 나와서 자기 집 앞에부터 큰길까지 눈을 치우는 것이 모두들의 상식이었다. 그러다가 눈을 뭉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을 던져서 눈을 보고 맞이하는 즐거움을 함께 하며 노는 것이었다. 그러면 대부분의 지나가는 사람들도 즐거움에 장난으로 넘기는 것이었다. 눈이 눈을 오는 세상에서 첫발자국을 찍기 위해 발자국이 없는 곳으로 걸어가기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기도 차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눈이 오면 대부분의 차들도 운행을 하지 않고 세워두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스노우 타이어나 제설차량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눈을 보면서 겨울을 느끼고, 겨울 하면 눈이 떠오르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겨울에도 눈을 보기가 어렵다. 그리고 남부지방은 눈이 오면 온 거리에 차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하루 일을 접어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학교에도 차량을 통해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다 보니 눈이 어느 정도 오면 등하교도 어려워진다.
그래도 아이들처럼 순진무구했으면 좋겠다. 눈이 오면 다른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눈을 바라보고 눈이 덮인 산야를 즐기고 눈을 가지고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릴 때 우리들도 그런 때가 있었지만 나이가 들고 세상을 살아가다 보니 아이들과 같은 마음은 어디로 가고 눈을 보고 아름답다는 마음만 간직하고 다른 일부터 생각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진주라는 내가 사는 곳은 이제 눈을 보기가 어렵다. 다른 곳보다 눈이 적게 내린다. 그래서 인지 사는데 편리성은 있지만 눈을 보고 즐기는 생활은 차츰 어렵게 되었다. 우리는 눈이 내린 모습을 보면서 아름답고 마음이 깨끗해지고 맑아지는 느낌을 가질 수가 있고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즐거운 마음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눈이 녹으면 지저분하고 차량이 다니기 불편하고, 혹 추워서 얼면 다칠 위험도 있고 모든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므로 즐거운 감정은 어디로 가버리고 현실적인 감각이 앞서게 된다. 사람은 욕심이 욕심을 부른다고 했는데 딱 맞는 것 같다. 편리하면 더욱 편리해지고 싶고, 편하면 더 편해지고 싶고, 갖으면 더 갖고 싶은 것을 보면 말이다. 삶이 여유를 갖는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조금은 불편하고, 조금은 어렵고, 조금은 덜 갖더라도 아름다움을 보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마음에 담아두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어떨까?
내일이라도 눈이 내리면 밖으로 나가 눈을 맞으면서 느껴보고, 아이처럼 즐겁게 눈을 맞이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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