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달라져야 자식의 삶이 바뀐다.
부모가 달라져야 자식의 삶이 바뀐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2.22 1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영숙/영산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다음 주면 초중등학교의 겨울 방학이 시작된다. 내가 아는 지인은 ‘이번에는 무슨 선물을 해야 하나? 봉투에 얼마짜리 상품권을 넣어야 하나?’하고 벌써부터 고민이다. ‘아직도 그런 걸 받는 교사가 있어요?’라고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엄마의 치맛바람이 거센 동네는 여전한 풍경이다. 학기초나 말은 학부모 대표들은 모든 선생님들을 괜찮은 식당에서 한 학기 수고해 주시라고 한 학기 수고하셨다는 의미로 식사 대접을 한다. 만만찮은 금액이겠지만, 이 정도는 내 자식이 편안히 학교를 다닐 수만 있다면 하고 흔쾌히 지불하신다.

교사는 선물이나 금전을 받고 정말 모든 학생에게 공평할 수 있을까? 아닌 걸 알기에 학부모들은 오늘도 학교에 방문하기 위해, 교사는 학부모를 면담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방문을 요구한다. 학생이 잘못한 일을 저질러 징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어머니, 학교에 한 번 오시죠.’라는 교사의 전화를 받고 고심하지 않는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정말 순수한 마음에 학생 진로를 걱정해 전화하신 교사도 분명 계실 것이다.
조카가 다니던 경기도의 모 초등학교는 교장 선생님의 재량으로 특별한 날이 아니면 학부모의 교문 출입을 제한하는 학교를 본 적이 있다. 학생이 준비물을 챙겨가지 못해 가져다줘야 하는 날도 학부모는 수위실에 맡겨두고 돌아서게 했다. 일년에 딱 두 번 학기가 끝날 때, 방학을 하기 전 학급 마무리를 하는 날만 부모들은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허락되도록 만든 학교를 보면서, 그래 이러면 모든 학생에게 공평하겠구나, 역시 요즘 선생님들의 의식이 많이 바 뀌어 정말 교육 현장에 좋은 문화가 만들어졌구나 생각했다.
교사가 된 내 친구들과 얘기를 해 보면 지역별로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한다. 부자 동네는 학생들의 태도를 보면 그 부모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교권은 바닥에 떨어져 있다고 한다. 본인이 속한 지역에 학교들에는 가난한 형편의 학생, 편모나 편부 가정이거나 조부모가 키우는 아이, 다문화 가정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수업 시간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써서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학생일수록 더 많이 보듬어주고, 부모가 해 주지 못하는 것을 선생님들이 표 안나게 챙겨 주어야 한다고 한다. 때로는 개인적으로 박물관이나 과학관도 데리고 간다고 한다. “너만 그러니?” 하고 물으면 “아니, 요즘 선생님들은 예전보다 이런 분들이 많으셔.”라는 말에 따뜻한 선생님의 마음을 읽게 해 준다.
처음 교단에 설 때의 교사 마음은 모든 학생에게 공평한 사랑을 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변치 않아야 할 그 마음이 환경에 의해 흔들릴 때가 생기니 문제이다. 학부모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순간 교사도 인간이기에 마음에 불평등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배려를 한다는 합리화로 마음을 더 쏟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 한 자녀, 혹은 두 자녀밖에 없기에 모든 것을 희생하는, 일명 자식바라기 부모들의 행태를 보면 내 자식의 교육에 만큼은 아낌없이 닫힌 지갑을 열 수 있다는 마음들이다. 오늘도 교육 전문가는 공교육 정상화, 선행 학습 금지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이번 겨울 방학은 어떤 학원을 보낼 것인가에 고민하고 있다.
오직 대입 시험을 위한 인생으로 자식을 몰아 부치고 있지는 않으신지? 내가 귀찮아서 학원으로 내몰고 있지는 않으신지? 이번 겨울 방학은 여느 때와는 다른 방학을 보내보시라 권하고 싶다. 체력을 키우게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스스로 목표를 정해 책상에 앉는 습관, 책 읽는 방법, 생각하는 방법, 시간 관리 하는 방법 등을 키워주시는 것으로. 구청이나 동네 근처에 생긴 작은 도서관들에서 준비한 좋은 프로그램들도 활용해 보면 적은 돈으로 알찬 방학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당장에 영어, 수학에 좋은 성적을 받는 것도 좋겠지만, 의학의 발달로 더 긴 장거리 마라토너의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자식들에게 어떤 부모이고 싶으신가? 혼자서도 마지막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앞에 놓여있을 오르막, 내리막을 달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초반 레이스를 잘 보조해 주는 훌륭한 코치의 역할을 하시면 좋겠다. 부모님의 세대가 살았던, 공부, 교육으로 신분을 바꿀 수 있었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현명한 부모라면 자식이 시대가 원하는 사람으로 행복한 삶을 즐길 수 있는 길을 같이 찾아보는 부모가 되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