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익칼럼-산과 더불어 사는 삶
전경익칼럼-산과 더불어 사는 삶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2.22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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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 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이 줄서는 곳에 줄을 서지 않는 것이다. 길게 줄 서 있는 곳에 줄을 서는 삶은 피곤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고, 본 영화 또 보는 것이다. 줄을 서지 않는 곳에 뛰어 들어야 박진감 넘치는 볼 만한 구경거리가 나온다.


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어느 산지기는‘계약서도 돈도 필요 없고, 딸린 논밭이 있고, 풍수 좋은 명당에 사니 자존심만 죽이면 만사가 편안하다.’고 했다.

옛사람들은 연하벽(煙霞癖)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산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와 노을을 말한다. 아침저녁으로 안개와 노을에 싸여 있는 심산(深山)의 풍경은 문사들을 흡인하는 매력이 있었다. 오죽하면 괴팍한 집착의 의미를 지닌 “벽(癖)”이라는 단어를 선택했을까! 연하벽이 있는 조선 선비들은 벼슬을 헌신짝 같이 버리고 산에 들어가 구곡(九曲)이나 누정(樓亭), 또는 정사(精舍)를 짓고 살았을까! 그들은 인생의 의미와 보람을 연하(煙霞)에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조선시대 선비들이 현대인보다 훨씬 더 고품질의 삶을 살았는지도 모른다.

서일락동월출(西日落東月出)이라는 말이 있다. 서산으로 해가 떨어지면 동산에서 다시 달이 떠오른다는 뜻이다. 서산으로 지는 붉은 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장엄함을 선사한다. 석양을 보면서 악심을 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동해안의 일출이 한 편의 시(詩)라면, 서해안의 일몰은 한 편의 산문이다. 일출은 삶의 의욕을 주며, 일몰은 삶의 피로를 풀어준다.

해가 지평선 너머로 꼴깍 넘어가서 깜깜해지면 왠지 허무해진다. 이때 다시 동쪽에서 쟁반 같은 보름달이 서서히 올라온다. 동산에 환한 달이 다시 서서히 올라오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해가 지면 다시 달이 뜨는구나! 여기에는 깊은 이치가 담겨 있다. 전반전이 끝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후반전이 기다리고 있구나! 하는 성찰을 얻게 된다. 더 깊이 생각하면 인생의 죽음이후에 다시 환생(還生)이 기다리고 있다는 데 이를 수 있기도 한다.

옛날 선조들이 달을 희롱한다는 농월정(弄月亭), 달을 바라본다는 망월정(望月亭), 웃으면서 달을 맞이한다는 소월정(笑月亭)을 지어놓고, 보름달이 뜰 때면 달을 바라보며 즐겼다.

불교에서는 서방에 아미타불이 계신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미타불을 본존으로 모신 절에서는 건물의 방향이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서쪽을 숭배하는 것이다. 석양은 평화와 안식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낮의 태양은 눈이 부셔서 제대로 바라 볼 수 없지만 저녁노을은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아미타불은 서방에 계신다고 여겼던 것 같다. 서쪽 방향을 향해 앉아 있는 아미타불을 향해 예불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석양을 볼 수 있게 해주면 저녁노을이 주는 평화를 만끽하게 된다.

우리는 눈만 뜨면 삶의 현장으로 나가서 복잡한 도시의 거리를 걸을 때 괜히 긴장이 되거나 피로가 밀려든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맹수에게 쫓기는 기분인 채 괜히 속도를 내어 달리곤 한다.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온통 긴장으로 가득 차 있는 표정들이다. 늘 긴장된 삶을 살아야 한다. 먹고 사는 문제의 고달픔을 위로해 주는 것이 자연경관을 바라보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자연 깊숙이 자연에 안겨서 산 더불어 사는 삶을 분류해 본다.

첫째는 출가(出家)해서 승려(僧侶)로 사는 삶이다. 사찰은 주로 산 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 승려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산에서 사는 삶이 된다. 그렇지만 세속을 포기하고 승려가 되는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둘째는 산지기 생활이다. 산을 지켜주는 직업이 산지기이다. 문중의 선산이나 재각(齋閣)을 지켜주며 사는 생활이다. 그야말로 고전적인 직업이다. 아직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셋째는 수목원의 직원이 되는 길이다. 산 대신에 수목원에서 생활하는 것도 바람직한 삶의 노선이다. 월급 받으면서 수목들 가운데서 생활하니 공기 좋고, 물 좋고, 인간사의 스트레스에 아무래도 덜 시달릴 것이다. 독일 같은 유럽에서는 수목원에 종사하는 직업을 아주 좋은 직업으로 여긴다고 한다.

넷째는 산속에 들어가 산을 찾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숙박업이나 찻집 등을 하면서 같이 즐기는 삶이다.

다섯째는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소위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주제와 같이 혼자서 호젓한 산속에 들어가 각종 약초를 캐면서 산을 즐기면서 수입도 올리면서 사는 삶이다.

자연은 인간을 결코 속이지 않는다. 우리를 속이는 것은 항상 우리 자신이다. 라는 명언이 되새겨 진다. 나는 산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들의 눈빛에서 진정한 자유로움과 행복함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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