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사람이 아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2.23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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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너무 차다. 아침 조깅을 한다며 30분만 밖에 있으면 금새 손이 시리다. 발은 아려온다. 귀를 누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아프고 턱까지 시리다못해 따갑다. 조금 경사진 길 위로 달리면 잠잠하던 바람이 갑자기 달려든다. 뻣속까지 한기가 파고든다. 그런 기상조건 속에서 한시간 가량만 더 있어도 얼어죽을 것이다. 추위는 사람을 더 절망하게 만드는 힘도 있다. 꽤 부지런하다고 소문난 나조차 추우면 꼼짝하기 싫다.

이런 추위 속에 공중으로 올라간 사람들을 생각한다. 공장의 굴뚝, 고압 송전탑, 도심 전광판, 등에 사람들이 올라가 있다. 사람이 살기 위해 지어진 집안에서도 추워서 이불 속으로 몸을 들이민다. 그런데 그런 곳들은 사람이 살기 위해 지어진 장소가 아니다. 굴뚝은 연기가 나가라고 지어졌고 고압 송전탑은 전기를 보내기 위해 지어진 곳이고 전광판은 뭔가를 선전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사람이 살기 위해선 우선 사람의 체온 36.5도를 유지할 최소한의 환경이 되어야 한다. 사람은 이 체온에서 단 1도만 지속적으로 내려가 있어도 각종 질병이 생긴다. 가장 먼저 각종 염증이 생긴면서 온 몸에 이상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곳은 게다가 높다. 모두 50미터를 넘는 곳이다. 바람을 막아주는 바람벽 하나 없이 사방에서 찬 바람이 몰아칠 것이다. 그야말로 뼛속까지 얼려버릴 바람이 섬짓한 소리와 함께 몰아칠 것이다. 사람이라면 단 하루도 못살 그 곳에서 몇 일을, 몇십 일을, 몇백 일을 사람이 살고 있다. 그리고 사람이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배설을 해야 한다. 그 곳들에서는 이 생존을 위해 기본적이고 또 기본적인 이 일들을 할 수가 없다. 밑에서 그런 기본적인 일을 최소한으로 돕고 있는데 그것마저 방해를 한다고 하니........ 예컨데 관할 경찰서 사람이 보내는 메모지는 올려보내면서 친지나 동료가 위로하거나 안부를 전하는 편지는 무슨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위에 있는 사람들한테 가지 못하게 한다고 들었다. 참으로 야비한 짓이다.

그 사람들이 그렇게 높은 곳으로 올라간 까닭은 뭔가 자신들의 말을 들어달라는 호소를 하기 위해서이다. 모르는 사람은 왜 아래에서 말하지 못하느냐고 말한가. 이는 참으로 무자비한 말이다. 그 사람들이 아래에 우리와 함께 있을 때에 누군가에게 할 말이 있었고 그 누군가에게 함께 '대화'를 나누자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 사람들의 하고 싶은 말이란 대개 '해고'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는 말이다. 사정이 그러면 해고를 주체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백방으로 애써봤다. 그러나 해고를 주체한 사람들은 귀신처럼, 아니면 투명인간처럼 위로 올라간 사람들을 외면했다.

대개 해고는 일방적으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통고하는 데서 시작된다. 당연히 해고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우리 모두 조금만 사람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면 여기에 엄천난 '무자비'가 있다. 입에 올리기도 싫지만 우리는 사람을 토막내 죽이거나 하면 무자비하다거나 잔학하다고 한다. 그것처럼 무자비한 짓이다. 어떻게 함께 일을 하던 사람을 어느날 넌 이제 우리와 일하지마,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해고는 사회적인 살인이다. 그런 걸 하면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진짜 살인을 하듯이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정년제도가 있으니 실은 해고제도는 없어도 된다. 회사에 치명적인 손해를 입힌 사람은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나도 노동자 생활 싫도록 해봤지만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눌러앉아 자리를 지키는 간 큰 노동자를 본 적이 없다. 그러면 해고없이도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또한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을 해고 한다고 해서 회사의 사정이 그다지 좋아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만약 꼭 해고를 해야 한다면 함께 일하던 사람으로서 양자가 서로 마주보며 만나서 충분히 서로의 입장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가 납득하는 선에서 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했다면 당연히 그런 무자비한 통보 이후에라도 해고를 당한 사람의 의견을 들어주어야 한다. 해고를 당한 사람은 대개의 경우 해고를 주체한 사람에 비해 엄청난 거리가 있는 약자이다. 이런 약자의 할 말을 안 들어주면 이는 너무도 야비한 짓이기도 하다. 무자비하고 야비한 짓을 당연한 듯 자행한다면 이는 엄연한 죄악이며 범죄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자며 따뜻한 난롯가에서 담소를 나누며 쾌적한 생활을 하는 우리는 참으로 무자비하다. 이 당연한 생활이 무자비한 것이 되게 한 권력과 대자본가 재벌들은 더더욱 사람이 아니다. 우리는 왜 연대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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