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0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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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다미로/산청 간디학교 3학년
2011년 9월 24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노는 토요일이지만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기도 전에 밖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따스한 햇살, 기분 좋게 부는 바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 날은 우리 학교의 영어 선생님께서 결혼하는 날이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전통혼례를 치르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날씨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지요. 안도의 숨을 쉬고 계실 영어 선생님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고 기분 좋게 목욕재계했습니다.

영어 선생님의 결혼식은 학교 최대의 이슈였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노총각 선생님이 결혼을 하시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요즘에는 보기 어려운 전통혼례 역시 기대되었습니다. 더군다나 결혼식장이 학교 운동장이라니! 이건 이미 학교 모두의 잔치가 되어있었습니다.

학교로 내려갔더니 많은 졸업생과 학부모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수는 신랑신부측 손님들을 합친 만큼 많았지요. 오랜만에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학교의 풍물동아리인 ‘솔뫼바람’의 길놀이로 결혼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솔뫼바람도 이 날을 위해 매일같이 연습을 했지요. 신랑 입장 때는 말 대신 선생님이 담임을 했던 9기 졸업생들이 신랑을 업고 입장했습니다. 선생님은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기러기를 반대로 놓기도 하고 자기 도포에 걸려 넘어질 뻔 하는 등 실수를 연발해 우리를 웃겨 주셨습니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신부의 입장! 선생님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주례는 학교 마을에 사시는 촌장님께서 해주시고, 고천문(하늘에 고하는 글)은 학교의 교감선생님께서 낭독하셨습니다. 축하공연도 매우 좋았습니다. 9기들이 감사의 편지를 낭독하고 축가를 부를 때는 모두가 감동을 받았고, 학부모님들이 김범수의 ‘님과 함께’에 맞춰 춤을 출 때에는 모두가 깜짝 놀라 즐거워했습니다.(아, 자신의 어머니를 발견한 어떤 학생은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들지 못하더군요) 마무리는 전교생이 한 달 동안 열심히 연습한 합창을 했습니다. ‘그대 고운 내 사랑’신랑도 따라 부르고, 신부도 따라 부르고. 참 보기 좋았습니다. 닭을 날리고, 마지막 모두의 행진으로 결혼식은 끝이 났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전통혼례를 치르는 선생님, 마치 자기 가족 일처럼 결혼식을 준비한 선생님들과 학생들, 한걸음에 달려와 공연과 축하를 해준 졸업생과 학부모님들. 제가 지금껏 본 결혼식 중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은 모두가 행복하게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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