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이 회고
해-넘이 회고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2.29 1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
▲ 전)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

『선관책진』이라는 책에 보면 중국의 선사(禪師) 이암유권(伊庵有權)이라는 스님께서는 하루 종일 힘써 정진하시다가 해가 저물어 저녁이 되면 반드시 눈물을 흘리면서 탄식하시기를… 오늘이 또 이렇게 헛되이 지나가니 내일 공부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구나! 라고 하였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가 어느 새 하루가 흐르고 어느덧 한 달이 되며, 한 달 두 달이 흘러 문득 한 해가 되고, 한 해 두 해가 바뀌어 어느덧 죽음에 이르게 된다. 부서진 수레는 구르지 못하고 늙은 사람은 닦을 수 없다. 누워서는 게으름만 피우고 앉으면 생각만 어지러워진다. 몇 생애를 닦지 않고 낮과 밤을 헛되이 세월만 보냈는데, 또 헛된 몸을 얼마나 살리려고 이 한 생을 닦지 않겠는가. 이 몸은 죽고야 말 것인데 내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어찌 급하고 급한 일이 아닌가. 원효(元曉:617∼686)스님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에서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석유왕이라 불리며 미국 최대의 부호 중 한 사람인 록펠러(1839∼1937)는 55세 때 암에 걸려 일 년도 채 못 산다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그는 이를 계기로 평생을 바쳐 이룩한 부와 명예가 삶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깨닫고 장학재단을 설립하여 곳곳에 재산을 기부하며 소외된 사람들과 미국 사회를 위해 선행을 시작했다. 이후 건강을 회복한 그는 98세까지 장수하였는데 자서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인생 전반기 55년은 쫓기며 살았고, 후반기 43년은 행복하게 살았다. 이곳 진주에도 큰 부자 한 분과 큰 정계 원로 한 분이 몹쓸 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는 소식이 년 말 화두로 회자되고 있다. 이런 소식이 시장의 소식으로 등장하게 될 때마다 ‘그 사람들 돈이 참 만다던데…’들 하고서 말꼬리를 흐리게들 된다.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데 부와 명예는 매우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행복의 수단이 되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은 무엇인가? 를 생각해 보아야겠다. 또한 어떤 세상이 이상적인지, 우리가 삶에서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되새겨 보아야겠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년 말에 세간에는 귀한 집에 태어나서 오냐오냐 자라면서 하고 싶은 대로 누리다 보니 그 심성이 교만(驕慢)하고 방자(放恣) 해져 어느 비행기회사의 회장 딸 이란 여자가 부사장이란 지위를 남용하여 출발하든 비행기를 되돌려 종업원을 내리게 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을 저질러 온 세상의 분노와 조롱거리가 되었고, 지난 4월 16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은 탑승객 476명 중 304명 사망 실종으로 그동안 우리나라가 세계 실패 100선에 4건(1993년10월10일 전북 부안 앞바다 서해 훼리호 침몰·1994년10월21일 서울 성수대교 붕괴·1995년6월29일 삼풍백화점 붕괴·2003년2월18일 대구 지하철 화재)이나 올라 있었는데 이 사건으로 한 건 더 올라가야 할 것 같다. 또한 배가 침몰했는데도 승객들에게 탈출하라는 명령은 내리지 않고 자기만 탈출한 선장이라는 자는 2014년 아시아에서 가장 나쁜 사람 1위에 오르는 불명예도 남기게 되었고 정치권에서는 건국이래 처음으로 한 정당이 재판에 의해 해산되는 기록을 남기는 아픔도 있었가 하면… 또 다른 세상 한 구석에서는 돈도 없는 어느 시골 노부부의 해로를 다룬“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온 국민에게 감동과 눈물을 흘리게 하고 있다. 필자도 영화를 감상하면서 자꾸만 눈물이 나왔는데 옆에 앉아 있던 늙어가는 짝지도 눈물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눈두덩이 불그레해 졌다.

날이 가고, 달이 바뀌고, 해가 지나감에 간절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다. 글은 그 사람이다. 글을 읽어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 든 사람인지, 난 사람인지, 된 사람인지가 다 드러난다. 깡통소리만 내는 글이 있는가 하면 현학적 미사여구만 덕지덕지 묻은 글도 있다. 반면 소박하면서도 진실한 글이 있기도 하고, 담백함 속에서도 읽는 이를 압도하는 글도 있다. 나는 소박하고 담백한 글을 좋아하며 그렇게 쓰려고 노력 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2014년의 마지막 달, 여러분은 올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돌이켜보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여러분이 진짜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경남도민신문 전경익 칼럼을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 행복하세요. 새해에는 아픔이 아닌 기쁜 소식으로 세상이 더욱더 밝아지기를 기대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 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