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인가 아닌가 그것이 문제로다
보복인가 아닌가 그것이 문제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4.12.3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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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이정희 의원이 대통령 후보 시절에 티브에 나와서 박근혜 후보를 겨냥해 하는 말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정희씨는 박근혜씨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대통령에 출마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 이름도 당당히 말해 우리 국민을 놀라게 했다. 한편으론 신나게 했다. 도저히 무서워서 말도 못하고 있던 것을 그렇게 만천하에 까발려서 사실을 사실로 자리매김하는 건 누구에게나 신나는 일이다. 오죽하면 국민의 기본권리 중에 '알권리'라는 게 있겠는가! 그 알권리를 이정희 의원이 충족시켜주었으니 국민으로선 고마운 일이었다.


당시 티브이를 보면서 나는 속이 후련하면서도 내 알권리를 충족시켜준 당사자의 앞날이 은근히 걱정되어 아무 말도 못했다. 하면서도 저 사람이 티브이에서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렇게 확실하게 말하는 것으로 봐서 사실이 분명하고 그렇다면 거짓을 말한 것도 아니니 법이 있으니 별탈이 없을 것이라고 안심했다. 내 옆에 계시던 초로의 아주머니는 그 당사자를 '하이고, 고 여자가 젊는데도 아주 똑똑하네, 똑 부러졌어, 하며 칭찬을 했다. '저렇게 똑바르게 말하는 사람이 많아야혀!' 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평소에 박근혜 후보를 보며 '우째 저리 뒷태꺼정 이뻘까 몰라. 딸을 낳으려면 저런 딸을 낳아야해!' 라며 박후보를 좋아하던 아주머니는 '뭐가 똑똑하기는 똑똑해? 삼대구년 묵은 일을 가지고 사람을 곤란하게 하믄 쓰겄어?' 라며 전자를 퉁박을 주었다. 나는 내심 이정희 후보가 똑똑하고 게다가 용기도 있다고 여겨지던 터라 3:2라는 낙관까지 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정희 후보 때문에 토론회가 풍성해지고 화려해지는 게 너무 좋았다.

그후 이정희 후보는 후보사퇴를 하고 당연히(?) 말도 많도 탈도 많았지만 무사히 선거가 진행됐고 개표과정의 많은 문제를 안고 전혀 무사하지 못한 상태로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게다가, 무사하지 못하게나마 개표가 진행되는 중에 몹시 서둘러 박후보가 '당선확실'이라는 마치 쿠테타같은 발표를 역시 트브이를 통해 목도해야만 했다. 나는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티브이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쿠테타의 새로운 수단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불길한 생각을 일없이 했다. 하면서도 이미 그런 것으로 이용하고 있는 정치가들이 많았구나, 하면서 나의 아둔함관 무력감을 개탄했다.

그리고 박후보의 대통령 취임사가 끝나기 무섭게 통진당 이석기 의원을 일단 잡아넣고 보자는 인상을 풍기면서 잡아넣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고개를 끄득였다. 모난 돌이 정 맞더라고 일단 칼을 잡았는데 자신의 약점을 까발린 쪽을 그냥 봐줄 리는 없겠지 싶었다. 그래도 이정의 후보를 바로 잡아가지 않으니 다행이라 여겼다. 이석기 의원의 죄를 증거하지도 못하면서도 풀어주지도 않다가 선동죄이던가 뭔가로 입건한 것으로 기억된다. 선동죄라는 게 좀 애매했지만 그때도 고개를 끄득였다. 이석기 의원이 이정희 후보 대신 매를 맞는다고 기꺼이 선동죄의 댓가를 치러기를 바랬다. 어쩐지 불안하기는 했지만 제발 그것으로 온국민에게 자신의 약점을 까발린 죄(?)를 대신하기를 바랬다.

며칠 전 기어이, '통진당 강제해산'이라는 헌재의 결정을 접했다. 합법적 정당활동을 하고 있는 정당을 강제해산하다니, 의안이 벙벙할 뿐이다. 게다가, 통진당이 해산됨에 따라 소속 의원들도 의원직 사퇴를 했대나, 박탈을 했대나. 이에 따라 이정희 의원도 의원직을 박탈을 했대나, 상실을 했대나. 어쩐지 불안하기는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라는 정치는 안 하고 정적을 제거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할 궁리만 하다니....... . 자고로 나와 의견을 상반되게 가지는 사람이 나를 성장시킨다 했는데!! 이렇게 정적을 족보까지 파버리다니!!

그런데 정부가 국회의원을 이렇게 마음대로 의원직을 강제로 사퇴시키거나 박탈해도 되는 건가 잘 모르겠다. 진짜 잘 모르겠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권력의 조화를 위해 행정부와 국회와 사법부 라는 삼권을 헌법으로 분리해놨다. 게다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지 않은가! 헌법재판소와 정부의 월권이지 않은가! 하고 저 허공에다 대고 물어본다. 아무도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허공도 대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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