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대가리전
명태 대가리전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0.0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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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IT교육 컨설턴트
“명태 대가리전”이라고 들어보았는가. 점잖지 못하게 대가리를 들먹이는 이 음식은 마산과 부산 인근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음식이다. 얼마 전 길을 가다보니 대가리라는 소리가 거북했던지 “명태 두상전”이라고 써 붙여 놓은 가게를 보았다. 지나칠 때 마다 눈이 가 살펴보았는데 며칠 전에 보니 떼어내고 없었다. 정작 붙인 이도 두상이라는 존칭이 어색했던 모양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명태 대가리전은 명태 대가리에 밀가루 옷을 입혀 전을 붙인 음식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명태대가리전은 가난하던 시절 버려진 명태 대가리라도 먹어 보려고 궁리 끝에 생각해 낸 음식이라고 한다.

필자는 마산에 정착한지가 십년이 되어간다. 마산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학생 제자들을 따라 학교 앞 학사 주점을 찾은 적이 있는데 그 때 명태 대가리전을 처음 맛보았다. 모양새가 해물파전만큼이나 넓고 두툼했다. 명태대가리가 아니라 한 마리 통째였다.  뜨끈하고 넉넉한 살코기가 허기를 순식간에 앗아갔다. 먹는 순간 행복했다.

참 특이한 녀석이라 생각했다. 없는 것도 있다고 부풀리고 손자뻘 되는 아이에게도 존칭을 써는 세태인데 온몸 전체를 안주로 내어 주고도 머리뿐이라고 하고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를 낮추어 대가리라고 한다. 요즘 이런 겸양지덕을 지닌 이가 어디 있겠는가.

이왕 먹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명태대가리전을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 명태 대가리전이 나오기 전에 먼저 막걸리를 한잔 따라 두길 바란다. 물론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명태 대가리전이 나오기 전에 막걸리를 절대 먼저 마시지 않기를 바란다. 구수한 맛을 못 느낄까 걱정된다. 명태 대가리전이 나오면 이런저런 눈치 보지 말고 식기 전에 큼지막하게 한 점 뜯어 한입 가득 우물우물 씹기 바란다. 목을 타고 부드러운 살점들이 넘어 갈 때 쯤, 이때가 바로 막걸리 잔을 들 때다. 마시고 나면 나는 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아~~ 조오타”
내가 가끔 가는 할매집이 있다. 단골이랍시고 요리 비법을 물었더니 30년 만에 처음 알려 주는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명태 배를 길게 갈라서 씻어. 조금 두었다가 물기가 빠지면 밀가루 옷을 입혀 구워. 이건 진짜 비밀인데 기름을 많이 두고 천천히 익혀.” 실망스러운가. 생각해 보면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하는 것들 치고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 있던가.

초저녁 마산의 골목 가게 앞을 지나다 보면 구수한 명태대가리전 굽는 냄새를 흔히 만날 수 있다. 쉽사리 그 앞을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글을 쓰는 지금도 입에 침이 고인다. 마산에 오면 명태대가리전 한번 드셔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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